정재 ‘봉래의’ 무용장면
국가 안녕 기원하는 종합예술
국립국악원 ‘세종실록’ 바탕으로
원형 가깝게 복원해 22일 무대
국립국악원 ‘세종실록’ 바탕으로
원형 가깝게 복원해 22일 무대
500년만에 전통 궁중공연예술의 대표작이 돌아왔다. 〈종묘제례악〉과 함께 궁중 예술을 대표하는 공연물이었지만 역사에서 사라졌던 〈봉래의(鳳來儀)〉가 복원돼 무대에 오른다.
봉래의는 15세기 조선의 창업을 칭송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한 서사시 〈용비어천가〉를 토대로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이라는 음악에 궁중무용을 입혀 기악·성악·무용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특히 우리 고유 음악인 향악과 전래음악인 당악의 요소가 결합한 유일한 궁중음악이다.
그러나 왕조가 직접 국가 안녕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화려하고 거대한 규모로 만든 것이 오히려 〈봉래의〉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규모가 너무 커서 널리 연주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 탓에 〈용비어천가〉의 한글 가사를 불렀던 여민락의 노래와 치화평, 취풍형의 악곡이 현재까지 완벽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100여년 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봉래의〉를 재현하려고 시도했지만 정식 복원이 아니라 규모를 줄여 당시의 음악에 〈용비어천가〉의 가사를 맞춰 연주했을 뿐이었다.
국립국악원은 〈악학궤범〉에 전하는 무보(춤동작을 악보처럼 기록한 것)를 토대로 궁중무용 〈봉래의〉 재연에 도전했다.
1차적으로 지난해 2월 〈봉래의〉를 초연 무대로 올렸는데, 이때까지도 현행 음악에 〈용비어천가〉 가사를 입히는 미완의 복원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8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국립국악원이 〈세종실록〉을 토대로 15세기 세종시대 궁중음악 복원에 성공하면서 〈봉래의〉의 음악도 복원됐고, 이제 음악과 가사를 모두 갖춰 훨씬 원형에 가깝게 다가서게 됐다.
이렇게 복원된 〈봉래의〉는 23~24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봉래의, 봉황이여 오라’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심숙경 지도위원은 “세종실록에 있는 기본음이나 비파나 월금 같은 악기의 연주법이 전해지지 않아 지난해 공연은 아쉬움이 많았다”며 “이번 공연은 지난해 복원된 음악에다 1493년 만들어진 〈악학궤범〉의 춤과 복식 등을 토대로 해 세종 당대의 봉래의를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연 당시 궁중 마당에서 반나절 동안 대규모로 공연됐던 작품을 1시간 남짓 무대공연으로 선보이다보니 이번 공연도 규모 축소가 불가피했다. 〈악학궤범〉의 ‘북쪽을 향해 춤을 춘다’ ‘서로 등 대고 춤을 춘다’처럼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동작은 무보에 쓰인 춤사위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손과 발의 각도나 동선은 새롭게 재구성해야 했다. 대신 무용수들의 복식은 〈악학궤범〉 9권 기록에 따라 홍초상을 길게 내리는 대신에 통이 넓은 바지(말군)를 입는다. 심 위원은 “〈세종실록〉과 〈악학궤범〉에 수록된 악보와 춤을 바탕으로 원형에 가깝게 시·가·무를 복원한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음악의 박자가 불규칙하고 무용수들이 노래까지 불러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500년이 지나 복원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7시30분, 24일 오후 5시. 1만~3만원. (02)580-3333.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악학궤범> 향악조의
‘봉래의’
하지만 초연 당시 궁중 마당에서 반나절 동안 대규모로 공연됐던 작품을 1시간 남짓 무대공연으로 선보이다보니 이번 공연도 규모 축소가 불가피했다. 〈악학궤범〉의 ‘북쪽을 향해 춤을 춘다’ ‘서로 등 대고 춤을 춘다’처럼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한 동작은 무보에 쓰인 춤사위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손과 발의 각도나 동선은 새롭게 재구성해야 했다. 대신 무용수들의 복식은 〈악학궤범〉 9권 기록에 따라 홍초상을 길게 내리는 대신에 통이 넓은 바지(말군)를 입는다. 심 위원은 “〈세종실록〉과 〈악학궤범〉에 수록된 악보와 춤을 바탕으로 원형에 가깝게 시·가·무를 복원한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음악의 박자가 불규칙하고 무용수들이 노래까지 불러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500년이 지나 복원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7시30분, 24일 오후 5시. 1만~3만원. (02)580-3333.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정재 ‘봉래의’ 무용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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