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볼링 빅밴드
재즈팬들이 어떤 콘서트를 골라야 할지 혼란에 빠질 것 같다. 세계 재즈의 별들이 3월 한국 하늘을 가득 수놓는다. 거물급 콘서트가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 열리는 것도 이례적이다. 단순한 이름값으로 고를 것이 아니라 어떤 음악적 포인트가 숨어있는지, 재즈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공연은 어떤 것인지 도움말을 들어봤다.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만나고픈 피아니스트’
미셸 까밀로 전화인터뷰
재즈 피아니스트 미셸 까밀로(53) 트리오의 공연은 쟁쟁한 3월 공연들 사이에서도 눈길을 끈다. 서커스 묘기하듯 어지럽도록 화려한 테크닉으로 ‘테크닉의 완성본’이란 별명을 달고 다니는 그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미셸 카밀로는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선배 뮤지션 칙 코리아의 고전을 기타리스트 토마티토와 함께 재해석해 발표한 <스페인>(2000) <스페인 어게인>(2006)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를 내한에 앞서 <한겨레>가 전화로 만났다. 그는 “테크닉의 완성본이란 별명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도미니카 출신으로 아홉명의 삼촌이 모두 뮤지션인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에 묻혀 자랐다. 다섯 살 때부터 아코디언을 연주했고 피아노는 아홉 살이 되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재즈에 빠진 것은 아트 테이텀의 음악 때문이었다고 한다. “열네 살 때 아트 테이텀의 <티 포 투>를 듣고 재즈에 빠졌어요.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재즈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도미니카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1979년 미국 뉴욕으로 옮겨 <와이 낫>(1985)을 발표하며 성공적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했다. 카밀로는 특히 무대위에서 공연할 때 열정적인 모습으로 유명한데, “대도시 뉴욕에서 생활한 게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데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연주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청중과의 공감이다. “곡을 연주할 때 만든 사람과 듣는 사람이 ‘우리’가 돼 좋은 ‘여행’을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까밀로는 <스페인>에서 보여주었듯 플라멩코와 재즈가 만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매력을 음악에 담아낸다. 라틴 음악이 재즈의 아프리칸 리듬과 만나 라틴재즈가 생긴 것을 그는 “남미 음악인 플라멩코와 재즈는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즈 연주자다운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국팬 여러분, 스윙합시다!”(Keep Swinging, 스윙:재즈 특유의 몸이 흔들리는 듯한 리듬감)
김일주 기자
재즈 참맛 ‘크리스탈 사일런스’를 다시…
[본류재즈] 칙 코리아-게리 버튼 듀엣의 내한공연은 한국 재즈팬들을 가장 설레이게 만들 법한 공연이다. 이들이 1972년 함께 발표한 <크리스탈 사일런스>는 재즈 명반으로 꼽힌다. 음반 발표 35주년 기념 공연으로, 전자악기를 배제한 정통 어쿠스틱 재즈인 모던 재즈를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감각의 재즈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클로드 볼링도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19인조 빅밴드와 함께 내한해 빅밴드 재즈 스탠더드 곡들을 들려준다.
△김현준 재즈평론가의 선택 ‘칙 코리아-게리 버튼’ “예전에 따로는 자주 왔지만 두 사람이 듀엣하는 것은 처음이다. <크리스탈 사일런스>는 현재 30~40대 재즈팬들이 재즈의 맛을 느끼고 재즈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던 음반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음반이다.”
△남무성 재즈평론가의 선택 ‘클로드 볼링’ “처음으로 빅밴드와 함께 오는데 재즈 빅밴드 공연이 국내에서 흔치않은 점을 생각하면 시각적인 즐거움이 기대된다. 연륜 만큼이나 스윙, 딕시랜드, 비밥 등을 모두 보여줘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줄 것 같다.”
테크닉 완성본 ‘라틴 뮤지션’ 만날 날 드디어…
[라틴댄스] 쿠바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추초 발데스와 현란한 테크닉으로 ‘테크닉의 완성본’이라 불리는 미셸 까밀로가 라틴 음악의 열정이 물씬 묻어나는 재즈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다.
△인재진 재즈공연기획자의 선택 ‘미셸 까밀로’ “아직 거장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10년 뒤 거장이 될 ‘떠오르는 스타’의 첫 한국공연을 보고 훗날 거장이 된 뒤 비교해보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의 선택 ‘둘 다’ “쿠바의 리듬감, 남미 재즈의 현란한 플레이를 사람 얼굴만큼 크다는 추초 발데스의 손으로 연주하는 걸 보고 싶다. 남미의 재즈 강국인 쿠바를 비롯한 남미 재즈 뮤지션들이 한국에 오기 쉽지 않다. 미셸 까밀로도 마찬가지. 첫 내한공연이고 피아노 연주자들이 좋아하고 꼭 보고싶어 하는 연주자다.”
너희가 재즈를 모르느냐, 그렇다면 신나게…
[컨템포러리 재즈] 전자 악기가 섞이고 다른 장르와 맞붙은 퓨전 재즈는 요즘 젊은 재즈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재즈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순회 공연을 하며 한때 후계자로 화려하게 조명받았던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가 특유의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래리 칼튼과 로벤 포드는 블루스에 바탕을 둔 재즈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재즈 보컬 그룹 테이크 식스도 세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일본의 신세대 여성 색소포니스트 고바야시 가오리는 재즈를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신나고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광현의 선택 ‘마커스 밀러’ “20년 넘게 베이스 기타만 파온 베이스 거장의 듣기 편하면서 음악성도 갖춘 음악을 듣고 싶다. 오른손으로 베이스를 탁탁 치는 슬랩 주법 대가의 공연답게 재미난 눈요깃거리도 많을 것 같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미셸 까밀로 전화인터뷰
미셸 까밀로
재즈 참맛 ‘크리스탈 사일런스’를 다시…
칙 코리아
테크닉 완성본 ‘라틴 뮤지션’ 만날 날 드디어…
추초발데스
너희가 재즈를 모르느냐, 그렇다면 신나게…
마커스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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