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지아씨가 자신의 오줌을 채워넣은 투명 유리공이 열매처럼 달린 ‘오줌 나무’ 사이에 서있다. 작가의 뒤로 알몸 여성 모델들이 다양한 자세로 찍은 ‘서서 오줌 누기’ 연작 사진들도 보인다.
배설물 미학 ‘오메르타’전 여는 장지아씨
“하하, 이제 힘줘봐요!” “끙! 응!” 검은 배경 앞에서 깔깔대던 알몸의 여자가 배에 힘을 주었다. 허벅다리 사이로 쫄쫄 거리며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오줌이다. 찍는 이와 웃음어린 농담을 그치지 않지만, 다리를 틀거나 손을 감아쥔 그 여자의 ‘볼 일 보는 포즈’는 엉거주춤 그 자체다. 얼굴 나오지않는 토르소상 같은 몸은 잔뜩 긴장했다. 오줌은 경직된 넓적다리를 적시며 흐른다. 웃음과 불편한 몸이 겹쳐지는 모순되는 장면들. 그들은 서서 오줌을 누고있었다! 27일 저녁 서울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 다음날 있는 개인전 ‘오메르타’의 개막을 앞두고 이 오줌 영상과 사진을 공들여 찍고 인화한 작가 장지아(34)씨를 만났다. 그는 편안한 얼굴로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혼잣말하듯 킥킥 거리거나 미소를 짓곤 했다. 당당한 오줌발에 남성 찍사 주눅 “스튜디오 촬영은 즐거웠어요. 9시간 동안 찍느라 힘들었지만 모델들은 계속 웃고 떠들면서 오줌을 누다가 참다가했죠. 남자 사진가들이 찍었는데 오히려 모델들이 너무 당당하고 거침없어 그네들이 주눅이 들 정도였어요. 움츠릴 것이란 예상과는 전혀 달랐어요.” 영상과 6점의 사진패널을 메운 다기한 포즈로 서서 오줌누는 여성 모델들은 그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석달여동안 섭외했다. 왜 남자와 달리 여성은 쪼그리고 볼일을 보아야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투철(?)한 20~30대 학생, 직장인들을 골랐다. 사람 찾기가 어려웠을 뿐 일단 찾고나서는 일사천리로 촬영이 진행됐다고 한다. “옷을 벗어던진 그들은 해방된 것처럼 시종 들떠있었어요. 저또한 이런 작업을 통해 볼일보는 자세의 터부가 오해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줌물 열매가 달린 나무
파격 포즈로 오줌 누는 사진
알몸 깔깔녀들의 영상…
“경쾌한 여성성 찾는 연금술” 1년2개월전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는 엄두가 안났다. 왜 오줌 갖고 작업하느냐는 지인들의 눈총, 자신 또한 ‘무슨 짓 하느냐’란 의문이 수시로 들었다. 지금도 굴레가 온전히 풀린 건 아니지만 작업과정은 남녀성차에 대해 느긋해져가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 눈다는 건 교육되는 통념이자 규율, 금기입니다. 성차는 별거 아닌데 말도 안되는 통념으로 벽을 친겁니다. 노골적으로 꺼내놓고 풀어봤더니 여유가 생기고 편안해졌어요.” ‘오메르타’란 전시제목은 마피아들 사이에서 깨뜨리면 죽음으로 보복하는 침묵의 규율을 뜻한다고 한다.
1층의 소금 결정을 튀김옷처럼 여성적 기물과 어항 등에 입힌 조형물은 ‘오줌=지린내’란 느낌만 뺀다면 요술 나라 요지경에 걸맞다. 지하층에는 파격적인 포즈로 유쾌하게 오줌을 누는 여성들의 사진, 영상과 작가의 오줌을 받아 유리볼에 열매처럼 넣어만든 오줌나무, 그리고 그 오줌나무의 정제된 오줌과 물로 자라는 씨앗이 있다. 주렁 주렁 오줌물 열매가 달린 나무, 깔깔 웃음소리 그치지 않은 ‘알몸녀’의 소변보는 상들은 관능성과 다른 묘한 쾌감, 호기심을 안겨주었다. 시선을 조금만 여유있게 가지면 조금씩 유쾌해지게 된다고 기획자 신보슬씨는 말한다. 왜 오줌에 몰두하게 된 것일까. 장씨는 2004년까지 가학적 사디즘, 요부 이미지 등으로 파격적 누드영상, 폭행당하는 자신의 영상, 선지피 먹기 등을 선보이는 도착적 퍼포먼스 전시를 했었다. 사람들은 거친 페미니스트로 이해했고, 파격적이고 거친 작업에 스스로도 지쳐갔다. 작업의 지속, 자기 정체성을 놓고 불면증에 시달릴 때인 2005년 12월 희한한 꿈을 꾸었다. 지하공간에서 여성들이 선 채로 오줌을 누고 그 오줌이 경주 포석정 같은 곳을 흐르고, 그 위에 술잔이 동동 떠다니는 야릇하면서도 왠지 흥겨운 풍경. 구원처럼 대안공간 루프에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와 매달렸다. 그리고 전시를 준비했다. 포석정은 오줌 든 투명 유리볼이 매달린 오줌나무로, 오줌 소금 결정을 씌운 어항과 사물 등으로 바뀌었다. 거친 페미니즘 보내고… “남성 권력구조에 저항하는 페미니즘의 틀로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하지만 제 작업은 훨씬 개인적인 겁니다. 한 개인이 지닌 도착적인 내면의 깊이, 그 유약한 에너지로 견고한 사회적 인식의 구조를 깨는 것 자체에 흥미가 있어요. 지린내 나는 배설물을 미학적 대상으로 가공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 앞으로 훨씬 밝고 경쾌하게 여성성을 찾아가는 일종의 연금술 같은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 “침방울 등의 분비물들을 날리거나 몸자체, 감각을 동원하는 작업들이랄까요.” 자신이 분비한 오줌 나무의 자양분을 받아 자라는 씨앗 그릇을 지긋이 들여다보면서 작가는 말했다. 4월10일까지. (02) 3141-1377.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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