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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인간문화재가 놓친 ‘재야 문화재’

등록 2007-03-04 17:38수정 2007-03-04 19:12

박초선 / 서현숙 / 남혜숙
박초선 / 서현숙 / 남혜숙
안타까운 ‘재야 명창’ 3명
50년 농익은 소리 무대에
실력은 갖췄으나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가 되지 못하고, 재야 소리꾼으로 살아야 했던 불운의 명인·명창 박초선(76·판소리) 서현숙(67·시조) 남혜숙(65·경서도소리·민요) 세 사람이 지난달 26일 저녁 한자리에 모였다. 15~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3인의 가인’ 공연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박 선생님은 용기가 대단해. 빨리 나으셔야 하는데.”(서현숙) “갑자기 감기에 걸렸네. 공연 때까지 낫지 않으면 안 돼. 큰일이네.”(박초선) 재물이나 명예를 좇기보다는 소리 한우물을 파온 ‘재야 명창’의 만남이어서인지 첫대면임에도 촬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국립국악원은 50여년 세월 판소리의 고수로 꼽혀왔지만 인간문화재가 아니다 보니 공연 무대에 자주 서지 못해 기억 속에서 멀어진 세 사람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자 이 무대를 기획했다. 흘러간 세월만큼 이들의 얼굴에 주름은 늘었지만, 그만큼 소리도 깊어졌다. 큰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무척이나 커 보였다. “젊을 때보다 지금 더 목소리에 자신 있어.”(박초선) “우리를 불러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큰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야.”(서현숙) “기뻐. 잘할 거야.”(남혜숙)….

세 가인의 무대는 주류 소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이들이 들려주는 소리의 같고도 다른 멋과 깊이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오후 7시30분. 1만~2만원. (02)580-3333.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국악 상품화 안돼!” 왕따, 박초선

정정열·박록주·김소희·김여란 등을 사사했다. 1963년부터 12년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깔끔하고 정교한 소리로 한때 소리판을 주름잡았다. 70년 여성 최초로 박록주제 〈흥보가〉를, 75년 정정열제 〈춘향가〉 완창을 발표했다.


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 후보(준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국악의 상품화 움직임을 강하게 반대한 탓에 반대쪽에게 공격을 받았고, 80년대 중반 이후 소리판을 떠났다. 22년째 준인간문화재로 지냈다.

“향제시조 한우물” 뚝심, 서현숙

유종구에게서 가곡·가사·시조를 배웠다. 23살이던 62년 마산, 부산, 남원, 전주, 김제 시조경창대회에서 1등상을 휩쓸고, 67년 제1회 전국시조명인 선발대회에서도 장원을 차지해 단시간에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갑작스런 유명세가 마음에 부담을 지웠다. 이혼한 뒤 오랫동안 공백기간을 가졌다. 80년대 초 다시 무대에 나왔는데, 85년 부여백제문화제 시조가곡 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서울에서 활동하면서도 서울 지방의 경제 시조가 아니라 지방 시조인 향제 시조를 고수했다.

불운의 명창 김옥심의 제자, 남혜숙

서울·경기민요 소리꾼 김옥심은 58년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뒤 60~70년대를 풍미했던 명인이었지만 75년 인간문화재 선정에서 안비취, 묵계월, 이은주만 되고, 혼자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했다. 그 뒤 제자들이 하나둘 제 갈길 찾아 떠나는 가운데 남혜숙은 묵묵히 스승의 곁을 지켰다. 김옥심은 장르 구분 없이 빼어난 실력을 갖췄는데, ‘김옥심제 정선아리랑’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남혜숙은 방울목으로 소리를 굴려서 내는 ‘한과 흥이 동시에 묻어나는’ 김옥심의 기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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