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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생전에 민화투 한 판 더 쳐 드릴걸…”

등록 2007-03-07 18:31

고두심씨
고두심씨
‘친정엄마’로 7년만에 연극 나들이 고두심씨
“제 자신이 올 9월 딸을 시집보내서 ‘친정 엄마’가 돼요. 워낙 원작을 읽고 감명 깊어서 연극을 만든다고 했을 때 너무 반가웠고, 자식을 향한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난 작품이어서 연습하면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7년 만에 연극 〈친정엄마〉에 엄마로 출연하며 연극 무대로 돌아온 고두심(56)씨는 지난 5일 기자회견 내내 눈이 붉게 충혈된 모습이었다. 1972년 드라마 〈갈대〉로 데뷔한 이래 〈전원일기〉 맏며느리 그리고 최근 〈행복한 여자〉에 이르기까지, 36년 동안 ‘고두심’ 하면 자연스럽게 ‘어머니’란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어머니 전문배우’인데도 이 작품은 그에게 뭔가 특별한 듯했다.

2000년 고씨는 ‘다시는 연극을 안한다’고 결심했었다. 모노드라마 〈나, 여자예요〉에 출연하면서 두달 내내 하루 두 차례씩 무대에 오르면서 하도 진을 뺀 탓이었다. 그런 그가 자기 말을 뒤집게 된 것은, 역시 ‘어머니’란 주제가 주는 그 느낌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생 어머니 연기를 해왔음에도. “6년 전 세상을 떠난 친정엄마 생각이 나요. 평생 당신보다는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했던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이야기니까 더 가슴에 와 닿았어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라 작품 선택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원작을 읽고 너무나 감동을 받아 크게 주저하지 않았어요.”

고씨의 마음을 돌린 탄탄한 이야기는 방송작가 고혜정씨가 쓴 같은 이름 수필이었다. 지은이가 어머니와 딸인 자신 사이의 갈등을 웃음과 울음을 섞어 그린 이야기다. 연극은 전북 정읍에서 서울로 올라와 결혼해 사는 딸이 세상을 떠난 친정엄마가 죽기 직전 담근 김치를 뒤늦게 받고는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연극 다신 안한다’ 뒤집은건 어머니란 주제
이 땅의 모든 친정엄마에게 보내는 헌사

고두심씨는 두부 살 돈을 아껴 모은 동전을 딸에게 쥐여주며, 딸이 버리려고 내놓은 옷을 “네 냄새가 배어 있어 좋다”고 즐겨 입는 엄마로 나온다.

“어머니들은 가족과 자식에 대한 희생과 봉사를 신념으로 알고 살았죠. 제 어머니도 그랬고요. 내 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식의 거울이 되는 어머니가 되고 싶어요.” 이 작품은 그래서 그가 세상의 모든 친정엄마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딸들에게 보내는 어머니들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의 친정엄마 역시 작품 속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친정엄마에게 “민화투 한번 더 쳐드리지 못한 것, 발 주무르며 조근조근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워” 고씨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만인의 어머니상으로 비치는 것은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다. “항상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오히려 제가 불만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어머니’ 그 모습을 원하는데 어쩌겠어요.”

4월12일부터 5월6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 (02)501-7888.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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