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씨
12~13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안숙선 등 동료와 제자도 참여
안숙선 등 동료와 제자도 참여
# 장면1 : 1957년 충남 조치원 장터에서 차려진 ‘의용소방서 건립을 위한 난장’ 무대에 다섯살짜리 소년이 장구채를 잡았다. 남사당 단장이었던 아버지(김문학)의 손에 이끌려 선 무대였는데, 장구를 치는 손은 작고 연약했지만, 혼과 힘이 실린 그의 장구가락은 많은 이들에 깊은 여운으로 남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많은 이들은 그를 ‘장구의 신동’으로 기억했다.
# 장면2 : 1978년 서울 원서동 공간 사옥의 지하 소극장 공간사랑에는 매일 신나는 풍물 한마당이 펼쳐졌다. 꽹과리, 징, 장구, 북 네가지 악기를 타악 앙상블 형태로 꾸민 ‘웃다리 풍물’ 공연이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사라진 농악 공연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충격이었는데, 이것이 ‘사물놀이’의 시작이었다.
김덕수(57)를 말할 때 ‘신동’ ‘사물놀이’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남사당 단장이었던 아버지 김문학씨에 이어 남사당패 일원으로 유랑의 길을 걸었던 그를 지금의 ‘쟁이’로 만든 것은 사물놀이다. 그는 예로부터 일하다 쉴 때,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여흥을 돋웠던 농악, 판굿, 판소리 등으로 흩어져 있던 가무악을 마당이 아닌 무대에서도 할 수 있는 공연으로 자리잡게 했다.
“70년대 중반 이후에는 풍물을 치는 사람을, 연주하는 공간을 찾기 어렵게 됐어요. 사물놀이는 ‘우리 것’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죠. 사물놀이의 매력은 서양음악과 달리 장단과 관객의 반응에 따라 즉흥적으로 가락을 만들어 낼 수 있는게 매력이죠.”
당시 그와 함께 의기투합한 이들은 김용배 이광수 최종실 등 국악고 출신 선후배들이었다. 무대 공연에 맞게 악기를 4개로 줄인 대신 이들은 상모를 돌리고, 춤을 춘다. 서양음악과 달리 잘 꿰맞춘 정형화한 틀이 아니라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즉흥적인 가락을 섞어냈다.
이들의 공연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꽹과리와 장구가락,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주는 징과 북 소리는 사라져가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신명과 흥을 새롭게 일깨웠다. ‘천박하고 저급하다’는 농악에 대한 인식도 바꿔냈다.
“1960년대 중반이 되면서 농악 공연이 다 없어졌어요. 거문고, 가야금 같은 전통 문화는 무형 문화재를 통해 보존하는 쪽으로 갔죠. 이런 것들은 사대부 문화이지 우리 고유의 음악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풍자나 해학도 없고요. 그런데 공연할 마당은 없어지고, 풍물을 연주하는 마을은 하나둘씩 사라져갔어요.”
어느덧 반백이 된 그의 50년 예인 인생은 ‘풍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세월로 요약할 수 있다. 공간 사랑을 기점으로 전국을 돌아다녔고, 미국, 프랑스, 호주, 러시아 등 세계를 돌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냈다. 그의 이런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은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어요. 우리의 좋은 것을 모두가 공유하는 게 진짜 좋은 것이잖아요. 보고 듣는 음악이 아닌 생활문화의 하나가 되어야 하고요. 우리 문화가 세계시장에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아직도 있어요. 여건만 된다면 몇년간 뉴욕 무대에 올라 그 일을 하고 싶어요. 브라질 삼바, 아르헨티나 탱고, 자메이카 레게, 스페인 플라멩코 처럼, 한국 하면 ‘사물놀이’를 연상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는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덕수 예인인생 50돌을 기념하는 공연을 한다. 〈길〉이라는 제목처럼, 지난 50년 동안 한국의 전통예술의 얼과 숨결을 이끌어온 김덕수의 예인정신과 예술혼이 녹아있는 무대다.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 박병천,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안숙선 등을 비롯해 그가 이끌고 있는 한울림 예술단, 한울림 전통연희단 등에서 활약하는 동료와 제자 50명이 참가한다. 그가 다섯살 때 첫 무대에 섰던 것처럼 이번에는 제자의 아들인 박재연(5)군이 데뷔 무대를 펼친다. 오후 7시30분, 3만~10만원. (02)2232-7952.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사물놀이 한울림 제공
김덕수씨 7살때 장구치는 모습
어느덧 반백이 된 그의 50년 예인 인생은 ‘풍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세월로 요약할 수 있다. 공간 사랑을 기점으로 전국을 돌아다녔고, 미국, 프랑스, 호주, 러시아 등 세계를 돌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냈다. 그의 이런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은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어요. 우리의 좋은 것을 모두가 공유하는 게 진짜 좋은 것이잖아요. 보고 듣는 음악이 아닌 생활문화의 하나가 되어야 하고요. 우리 문화가 세계시장에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아직도 있어요. 여건만 된다면 몇년간 뉴욕 무대에 올라 그 일을 하고 싶어요. 브라질 삼바, 아르헨티나 탱고, 자메이카 레게, 스페인 플라멩코 처럼, 한국 하면 ‘사물놀이’를 연상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는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덕수 예인인생 50돌을 기념하는 공연을 한다. 〈길〉이라는 제목처럼, 지난 50년 동안 한국의 전통예술의 얼과 숨결을 이끌어온 김덕수의 예인정신과 예술혼이 녹아있는 무대다.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 박병천,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안숙선 등을 비롯해 그가 이끌고 있는 한울림 예술단, 한울림 전통연희단 등에서 활약하는 동료와 제자 50명이 참가한다. 그가 다섯살 때 첫 무대에 섰던 것처럼 이번에는 제자의 아들인 박재연(5)군이 데뷔 무대를 펼친다. 오후 7시30분, 3만~10만원. (02)2232-7952.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사물놀이 한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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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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