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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비보이가 입을 열었다!

등록 2007-03-18 17:38수정 2007-03-18 19:40

‘맥시멈 크루’
‘맥시멈 크루’
자신들의 삶 담은 국내 첫 음반 발매
“내용이 없으면 쇼에 불과…춤으론 부족한 얘기 랩으로 하고파”
힙합 싱글음반 낸 ‘맥시멈 크루’

역동적인 춤동작은 비보이의 본질이면서 한계이기도 했다. 몸으로 하는 이야기는 강하게 눈길을 붙잡지만, 자극의 강도가 계속 커지지 않으면 사람들의 눈길은 금세 떠난다. 비보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공연들이 지루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긴 공연시간을 계속 이끌어주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다.

비보이들이 입을 열었다. 춤꾼들이 이제는 무대에서 랩을 부르며 입으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음악에 맞춰 춤추는 대신 자신들의 음악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세계 무대를 누비며 비보이계에서 ‘비보이 드림팀’으로 불리는 비보이팀 ‘맥시멈 크루’가 힙합 전문 레이블 마스터플랜에서 비보이로서는 처음으로 힙합 싱글 음반 <투 더 맥시멈>을 냈다.

맥시멈 크루는 비보이 그룹인 익스프레션과 갬블러가 뭉쳐 지난 2004년 만든 팀이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열린 비보이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세계 대회와 국내무대에서 두루 인정받은 실력파다. 리더 이글(이상진·23)과 웨이크업(신대관·24), 타조(성승용·23), 얼(박경호·22), 미키(노희우·21) 등 멤버들은 6년에서 10년에 이르는 비보이 경력을 자랑한다.

‘맥시멈 크루’
‘맥시멈 크루’
“춤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비보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비보이 경력 10년째인 리더 이글은 “비보이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들이 많이 생겨나는데 격한 동작을 하면 객석에서 호응은 나오지만 내용이 없다면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춤만으론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랩으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에 낸 싱글 음반 머릿곡 ‘투 더 맥시멈’은 이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 아침도 내 꿈을 쫓아/끝없는 넥타이 부대 사일 통과/나를 반기는 연습실로 가…내가 춤에 목숨 걸은 게 같잖은지/나 가는 길마다 무시 경멸 퍼붓네…삶에 각본은 없네/니가 감동 없는 삶을 살아갈 동안 우린 꿈을 이뤄내’

이들은 베테랑 비보이이지만 래퍼로서는 그야말로 신인들이다. 랩이 입에 붙기까지 수개월 동안의 연습이 필요했다. 015B의 객원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버벌 진트와 디제이 택틱스가 이번 음반의 프로듀서로 작업했고 이들의 연습을 도왔다. 힙합을 이루는 디제잉과 래핑, 비보잉 가운데 이제까지 비보잉만 맡았던 비보이들은 이번 음반을 통해 세가지를 아우를 수 있게됐다. 음반 수록곡들은 랩이 주를 이루는 다른 힙합곡들과 달리 무대에서 이들이 랩과 함께 주특기인 춤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도록 랩 부분을 최소화하고 멜로디 부분을 넣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투 더 맥시멈’은 멜로디를 강화한 덕에 여성 보컬의 멜로디가 귀에 잘 달라붙어 처음부터 끝까지 랩만 나오는 힙합곡들보다 힙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한국의 비보이가 세계 대회 우승을 휩쓸며 갑작스런 주목을 받게 되면서 우직하게 춤만 추던 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비보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도 달라지고 비보이가 되고 싶다며 나서는 ‘동생들’도 많아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수로 데뷔하는 이들에게 ‘텔레비전 나와서 재롱좀 떨고 팬클럽 몰고다니겠다’며 빈정거리는 시각들도 나온다. 이들은 자신들의 랩이 ‘옵션’ 수준이 아니란 것을 노래로 보여주고자 한다. 일년 반 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가다듬은 랩이다. 춤 추는 열정처럼 음악에도 끈기와 진지함으로 다가서야만 했다. “비보잉 연습하듯이 앞으로 3년 쯤 더 연습한다면 정규 음반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첫단계지만 우리만의 노래로 비보이의 삶과 춤을 하나로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마스터플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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