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목판화가 김준권씨 개인전
민중목판화가 김준권씨 개인전
다색 수성 판화 내면으로 스며
다색 수성 판화 내면으로 스며
1980년대 민중미술 목판화로 시작해 지금껏 목판 작업에 매달려온 중견 작가 김준권씨가 근작전을 차렸다. 4월3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 ‘화(畵)·각(刻)·인(人)’에 작가는 2000년대 이후 내면 풍경으로까지 심화된 문인화적 판화들과 다소 상반된 밝은 터치의 풍경 판화 두 종류를 들고 나왔다.
판화는 ‘천형’이란 그의 말처럼 김씨는 90년대 이래 충북 진천 작업실에서 목판화의 원판을 판각하고 찍고 기법을 공부하는 행위 자체에 전념해왔다. 자신의 작업 양식과 기법 변천 과정이 뚜렷한 명분과 필연성을 지녔으며, 스스로 짐지운 판화 기법 탐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만의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80년대 해직교사 출신으로 교육 현장의 문제점들을 칼맛 가득한 목판화로 새겼던 그는 이 땅 농촌과 산하의 현실 풍경을 90년대 진경 판화로 소화해냈고, 이후 중국 유학 등을 통해 전통 목판화 기법의 수련과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험로를 밟아왔다.
최근 2~3년 새 찍은 〈오름〉 〈산에서〉(사진) 연작들을 통해 작가는 단골 소재였던 우리 산천의 풍경을 정도껏 넘어섰다. 찍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수묵맛을 흥건하게 넣어 허공과 산의 경계, 제주 오름의 언덕배기 질감 등을 담았다. 오름 등의 질감을 묘사한 화면은 찍은 원판의 나무판 결까지 그대로 살려낼 정도로 색감이 섬세하게 한지에 스며들었다. 먹이 밴 원판에 여러번 나긋이 찍어내어 드러나는 먹 발색의 깊이감은 문인화와 비슷하다.
또다른 한축인 〈화우〉 〈열정〉 〈그리움〉 등 밝고 색감이 맑은 다색 목판 풍경화들은 시장성도 의식한 듯한 근작들이다. 목판화 하면 작고 작가 오윤만 떠올리는 요즘 기법의 심화에 천착해온 그가 대비되는 근작들의 두 흐름을 어떻게 다독여낼지 지켜볼 일이다. (02)736-1020.
노형석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