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진
4집 앨범 내는 쌍둥이 가수 ‘수와진’
전성기 달리다 사고로 주춤
20년지기 팬들 덕분 재결성
음반 녹음하던 날 저절로 눈물
“이웃집 오빠로 변함없이 맞아주길” “사실 어릴 때부터 제가 기저귀 채우고 우유 타먹이고요….” “니 어렸을 때 나 봤나!” 고작 3분 터울로 형과 아우가 된 안상수, 안상진(45) 쌍둥이 형제는 무대에서도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의왕에 있는 한 라이브카페 무대에 오르자마자 형제는 신경전을 벌였다. 수와 진은 이틀 전부터 이 카페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따금씩 무대에 서긴 했지만 무려 17년만에 새 음반을 내기 직전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티격태격 형제사이는 다름이 없는데 19년전 수와진에게 전성기를 안겨줬던 <파초>를 부르는 둘의 목소리 사이에는 17년 세월가 가져다준 변화가 생겼다. 형 상수씨는 굵고 허스키한, 옹이진 목소리를 낸다. 상진씨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여리다. 새음반을 녹음할 때도 목소리 때문에 힘이 들었다.
“혼자 할 때는 편했는데 둘이 있으면 절제해야 하죠. 예전에는 목소리가 둘다 고왔는데, 계속 혼자 노래를 해오다보니 허스키해져서 튀거든요. 동생 목소리에 많이 맞추고 있어요.”(안상수)
“어려서부터 기타 뺏으면서 ‘넌 화음이나 넣어라’하는 바람에 음색이 얇아졌잖아, 자기는 기타 잡고….” 상진씨가 질세라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미안하고 아쉬운 기색이다. “형이 혼자 노래하는 거 보고, 이 부분에서 이렇게 화음을 넣어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았는데….”
1987년 <새벽아침>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전성기를 달려오던 수와진은 1989년 새해 첫날 상진씨가 노상강도에게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고 뒤 상수씨는 데뷔 전부터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해오던 심장병어린이돕기 자선모금 공연을 혼자서 하루 일곱시간씩 해나갔다. 퇴원한 상진씨는 머리가 울려 안된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노래 하겠다며 나섰다가 상태가 악화됐다. 그 후유증은 7년 동안 이어졌다.
“처음 혼자 노래할 때, 나도 모르게 자꾸 옆을 봤어요. 힘든 부분에서 동생한테 눈으로 신호를 보내면 서로 번갈아 노래하며 도와줬거든요.”(안상수)
사고 뒤 상진씨는 혼자 활동하는 형한테 부담될까봐 일부러 연락을 먼저 하지는 않았다. 상수씨가 1991년 ‘수와진’ 이름으로 4집을 낼 때에는 녹음실을 지키며 조언만 했다. 상진씨가 완전히 회복하면서 서로 다시 뭉치자는 말을 버릇처럼 해왔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고 세월은 금세 흘러갔다. 그동안 상수씨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했고, 솔로 음반을 두 장 내며 가수 활동을 이어갔다. 상진씨는 레스토랑을 열었다가 문을 닫았고, 한 골프 회사 홍보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 2005년, ‘이제 안 하면 너무 늦어지겠다’ 싶어 재결성하게 됐다. 형제 가수 듀엣의 대명사인 이들이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20년지기 팬들이 있었다. 17년 동안 음반이 나오지 않아도 항상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팬들의 존재가 재결성에 결정적인 힘을 주었다. 한번 엠티를 가면 200여명이 우르르 몰려가 32㎏짜리 쇠고기 등심을 통째로 구워 나눠먹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팬들이다. 새음반을 처음 녹음하던 날, 상진씨는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한다. 다시 노래한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북받쳐서였다. 철없던 스무살, 먼저 음악에 빠진 상수씨가 기타 하나 달랑 메고 가출해 서울 종로 다방에서 노래하고 있으면, 상진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가 형을 끌고 집으로 데려가곤 했다. 그러다 함께 군악대에 들어가 텔레비전 위문공연에 출연한 걸 계기로 둘은 가수로 한팀을 이뤘다.
“쌍둥이가 일반 형제와는 또 다르잖아요. 전생에 몇억겁의 인연이 있었던 듯해요. 그 많은 세월 지난 뒤에, 너희 또 한번 뜻 맞춰봐라 하며 조물주가 세상에 쌍둥이로 내보낸 것 같아요.”(안상수) 4월에 나오는 새 음반은 어떤 느낌일까? “서정적인 자연의 노래 그대로를 새음반에 담을 겁니다. 나이 들어 다시 나타났지만 예전처럼 동네 이웃집 오빠나 동생 보는 기분으로 변함없이 맞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날 무대에서 수와진은 새음반 머릿곡 <사랑해야 해>를 눈을 맞추며 열창했다. “미안해 그런 맘은 아니었는데/사는 게 내 뜻대로 되질 않았어/혼자서 말없이 울던 그날들은/니가 그토록 그립고 보고싶어서….” 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20년지기 팬들 덕분 재결성
음반 녹음하던 날 저절로 눈물
“이웃집 오빠로 변함없이 맞아주길” “사실 어릴 때부터 제가 기저귀 채우고 우유 타먹이고요….” “니 어렸을 때 나 봤나!” 고작 3분 터울로 형과 아우가 된 안상수, 안상진(45) 쌍둥이 형제는 무대에서도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의왕에 있는 한 라이브카페 무대에 오르자마자 형제는 신경전을 벌였다. 수와 진은 이틀 전부터 이 카페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따금씩 무대에 서긴 했지만 무려 17년만에 새 음반을 내기 직전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수와진
사고 뒤 상진씨는 혼자 활동하는 형한테 부담될까봐 일부러 연락을 먼저 하지는 않았다. 상수씨가 1991년 ‘수와진’ 이름으로 4집을 낼 때에는 녹음실을 지키며 조언만 했다. 상진씨가 완전히 회복하면서 서로 다시 뭉치자는 말을 버릇처럼 해왔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고 세월은 금세 흘러갔다. 그동안 상수씨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했고, 솔로 음반을 두 장 내며 가수 활동을 이어갔다. 상진씨는 레스토랑을 열었다가 문을 닫았고, 한 골프 회사 홍보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 2005년, ‘이제 안 하면 너무 늦어지겠다’ 싶어 재결성하게 됐다. 형제 가수 듀엣의 대명사인 이들이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20년지기 팬들이 있었다. 17년 동안 음반이 나오지 않아도 항상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팬들의 존재가 재결성에 결정적인 힘을 주었다. 한번 엠티를 가면 200여명이 우르르 몰려가 32㎏짜리 쇠고기 등심을 통째로 구워 나눠먹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팬들이다. 새음반을 처음 녹음하던 날, 상진씨는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한다. 다시 노래한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북받쳐서였다. 철없던 스무살, 먼저 음악에 빠진 상수씨가 기타 하나 달랑 메고 가출해 서울 종로 다방에서 노래하고 있으면, 상진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가 형을 끌고 집으로 데려가곤 했다. 그러다 함께 군악대에 들어가 텔레비전 위문공연에 출연한 걸 계기로 둘은 가수로 한팀을 이뤘다.
수와진
“쌍둥이가 일반 형제와는 또 다르잖아요. 전생에 몇억겁의 인연이 있었던 듯해요. 그 많은 세월 지난 뒤에, 너희 또 한번 뜻 맞춰봐라 하며 조물주가 세상에 쌍둥이로 내보낸 것 같아요.”(안상수) 4월에 나오는 새 음반은 어떤 느낌일까? “서정적인 자연의 노래 그대로를 새음반에 담을 겁니다. 나이 들어 다시 나타났지만 예전처럼 동네 이웃집 오빠나 동생 보는 기분으로 변함없이 맞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날 무대에서 수와진은 새음반 머릿곡 <사랑해야 해>를 눈을 맞추며 열창했다. “미안해 그런 맘은 아니었는데/사는 게 내 뜻대로 되질 않았어/혼자서 말없이 울던 그날들은/니가 그토록 그립고 보고싶어서….” 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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