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도 큰 수익 못낸 국내 최대무대
2만명 목표로 씨제이 손잡고 슈퍼스타 도전
마이클 잭슨, 엘튼 존, 메탈리카, 조용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으로 공연했던 가수들이다. 톱스타 가운데서도 당대 최고나 국민가수급, 해외뮤지션 중에서도 세계적 슈퍼스타급이 잠실 주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삼았다. 최대 7만여명에 이르는 객석 규모 때문이다.
이 무대에서 오는 5월12일 이승환이 단독 콘서트를 연다. 워낙 큰 공연장이어서 ‘라이브의 황제’로 꼽히는 이승환이라고 해도 흥행 여부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 이 공연은 씨제이미디어가 공연 주관사로 나서 기획하는 첫번째 대중음악 콘서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과연 이승환과 씨제이미디어의 잠실 도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음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다. 이 곳에서 공연하려면 과연 어느 정도 관객을 모아야 성공할 수 있을까? 이승환 공연의 손익계산은 어떻게 나올까?
잠실 주경기장을 비롯한 서울시 모든 경기장은 공연장 대관료로 유료 티켓 판매 수익금의 8%를 받는다. 잠실 주경기장 대관료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하루 3000만~5000만원 정도다. 이를 포함해 주경기장에서 공연 하면 마케팅비용을 빼고도 순수 제작비가 최소 2억~3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공연이 ‘성공’하려면 관객을 3만명 이상을 모아야 한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티켓값을 대중음악공연으로는 처음으로 30만원짜리까지 선보여 화제가 됐던 지난 1999년 마이클 잭슨 잠실 주경기장 공연도 수익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승환 공연은 어떨까? 전체 객석 규모는 7만명이지만 아무리 유명한 가수라고해도 가수 1명의 단독공연으로는 넓디넓은 관중석을 모두 채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이승환쪽 목표는 2만명이다. 그러나 2만명도 현실적으론 엄청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내한공연한 세계적 밴드 메탈리카 공연 때 관객이 1만6000여명이었다. 이런 까닭에 공연업계에서는 이승환의 공연을 두고 “모험에 가깝다”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지난 21일 시작한 인터넷 예매는 반응이 좋은 편이다. 1600석의 10만원짜리 브이아이피 티켓은 모두 팔렸다. 주최쪽은 표값을 2만원부터 책정해 최대한 낮추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많이 집어넣은 점을 강조하며 관객을 모으고 있다.
잠실 주경기장 같은 대형 경기장 공연은 수익도 내기 쉽지 않지만 진행면에서도 실내 공연보다 훨씬 어렵다. 집중하기 쉬운 실내보다 분위기를 달구기가 힘들고, 각종 장비도 실내보더 훨씬 정교하게 설치해야 한다. 한 쪽에 치우쳐 무대를 세우면 맍은편까지 거리가 멀어 소리에 시간차가 생기므로 맞은편 끝에도 딜레이스피커를 세워 이런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론적으로 야외 공연은 실내 공연보다 스피커 물량을 30배 늘여야 하는데, 잠실 주경기장같은 대형 경기장은 완벽한 야외가 아닌 반 실내라서 실내체육관 공연보다 스피커를 10배 정도 늘리게 된다. 이런 모든 것에 앞서 실내 공연장보다 넓게 퍼져있는 관객들을 휘어잡는 가수의 장악력이 필수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단 수치상으로만 볼 때 이승환 콘서트는 수익성면에서는 ‘모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잠실벌에서 공연을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잠실 주경기장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가수에게나, 기획사에게나 한국 최대의 무대, 아무나 서지 못하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의미는 크다. 이 점이 대차대조표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잠실 주경기장 공연의 손익 항목들이다.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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