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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컴퓨터로 되살린 ‘굴드 연주’도 굴드 연주?

등록 2007-04-06 17:58수정 2007-04-06 19:35

글렌 굴드
글렌 굴드
천재 피아니스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50년만에 재생
해외 이어 국내서도 음반출시 앞두고 인정 여부 논란
1955년 6월, 뉴욕 이스트30번가 한 음반사 스튜디오. 캐나다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사진)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굴드는 미친 듯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이 곡을 담은 음반은 이듬해 출반돼 ‘대박’을 터뜨린다. 50여 년이 지난 최근까지 절판되지 않고 시중에 나오고 있다.

바흐가 한 백작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작곡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동안 청중이나 연주자에게 별다른 매력을 끌지 못해 잘 연주되지 않다가 굴드 덕분에 새롭게 빛을 보게 됐다.

굴드의 74번째 생일이던 지난해 9월25일. 미국의 젠프 스튜디오는 기발한 리마스터링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굴드의 녹음에 담겨있던 건반 두드림, 음량, 페달링 등 모든 정보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해 그랜드 피아노를 이용, 굴드의 명연주를 그대로 되살려내겠다는 것. 옛날 자동피아노(피아놀라)보다 진일보한 방식이다.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답답한 모노에서 벗어나 ‘슈퍼 오디오 컴팩트 디스크’란 첨단 녹음방식으로 굴드의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굴드의 초기 녹음의 리마스터링을 도맡아왔던 피터 쿡, 굴드의 모든 피아노 리코딩의 조율을 맡았던 베르네 에드퀴스트, 클래식 녹음으로 수십 차례 그래미상을 받은 명프로듀서 스티븐 엡스타인 등 전문가가 캐나다 토론토의 시비시(C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이 음반이 소니비엠지 레이블로 전세계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클래식 음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연주를 똑같이 흉내냈다지만 굴드가 아닌 컴퓨터가 연주한 복제음반을 과연 ’굴드의 연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

미리 음반을 들은 굴렌 굴드 재단 전 이사장 말콤 레스터는 “매우 인상적”이라며 “1955년판 골드베르그변주곡을 수없이 들었지만 이 음반은 마치 처음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음악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로스타인은 “젠프의 리코딩이 원본에 비해 음악적 긴장도가 떨어진다”며 “음악은 같지만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달 말 국내 발매를 앞두고 논란은 우리나라에도 번질 조짐이다. 한 인터넷 음반 판매 사이트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글렌 굴드의 55년 녹음은 그 자체로 아우라가 있었다”면서 “이것은 글렌 굴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피아니스트 김주영씨는 “음반을 듣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평가하기 힘들다”며 “음질에 있어서 메리트가 있겠지만, 글렌 굴드의 원본에다 컴퓨터 테크놀러지를 결합해 만든 것이어서 제3의 해석으로 봐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음악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굴드의 연주를 컴퓨터로 복제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반대하는 시각도 있겠지만, 이를 수용하는 계층이 있고 과학적 근거를 갖고 하는 것이라면 해볼 만한 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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