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신인 가수 윤하가 최근 낸 데뷔 음반 〈고백하기 좋은 날〉의 기세가 무섭다. 경쾌한 록 사운드와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머릿곡 ‘비밀번호 486’은 발표 뒤 각종 온라인 차트에서 한달 가까이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에서 오디션에 여러번 떨어진 뒤 2004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호우키보시’(혜성)란 곡으로 오리콘 차트 10위권에 오른 윤하의 성공담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두 나라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데뷔를 치른 셈이다. 한참 들떠 있을 만도 한데, 본인은 의외로 담담했다.
“처음에는 음악인이 돼야겠다는 생각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는 십대 소녀다운 꿈 때문에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꼭 성공하겠다고 마음먹고 일본으로 갔죠. 일단 데뷔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지는 줄 알았는데, 데뷔가 결코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데뷔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사실 그는 가수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렀다. 일본에서 섰던 첫 무대는 한 라이브 카페였다. 밥을 먹고 있던 한 쌍의 손님이 관객의 전부였다. 단 두명 청중을 놓고 피아노 치며 노래 부르던 순간 처음으로 ‘가수 되기의 어려움’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공연을 이어갔고 ‘입소문’도 끊이지 않아 1년 만에 오리콘 차트 10위권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음반에는 윤하의 자작곡도 한곡 들어 있다. 네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피아노 연주는 그의 일상이다.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에 더해 그의 노래를 돋보이게 하는 건 단연 목소리와 라이브 실력이다. 미성이면서도 힘있는 보컬에 깔끔하게 감정을 실어낸다.
“아직까지 절절한 사랑 표현이나 파괴력을 음악에서 표현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언젠가 이선희씨 공연을 봤는데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에 스피커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그 모습에 반해버렸죠. 그런 폭발적인 가창력에 세라 매클라클런의 감수성과 핑크의 파괴력을 지닌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윤하는 가수이면서 평범한 학생이기도 하다. 가수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를 포기했던 그는 올해 한국외대 일본어과에 수시로 입학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약혼식 전날 싸웠다가 김수희의 〈너무합니다〉를 듣고 화해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음악으로 그런 소소한 기쁨을 주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 음악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글 김일주 기자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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