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영화 ‘드림걸스’, 조스 스톤, 에이미 와인하우스.
영미 팝계 ‘복고풍 솔’ 열풍
날스 바클리·조스 스톤과 더불어
영화 ‘드림걸스’ 음악까지 기세
날스 바클리·조스 스톤과 더불어
영화 ‘드림걸스’ 음악까지 기세
60년대로 돌아간 것일까? 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영미 팝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 흑인 음악이 한국인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 6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솔이 21세기에 들어와 다시 음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복고풍 솔 분위기를 이끄는 선두 주자는 단연 날스 바클리다. 복고풍 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크레이지〉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의 팝 차트를 휩쓸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광고음악으로 쓰이면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봉한 영화 〈드림 걸스〉도 솔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솔 음악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며 솔의 전성기를 만들었던 60년대 모타운레코드 시절 대중음악계의 뒷이야기를 담아 당시 향수를 자극하는 〈드림 걸스〉는 미국과 한국 양쪽 음반 순위에서 수위권을 달리고 있다. 최근 세번째 음반 〈인트로듀싱 조스 스톤〉으로 인기몰이에 나선 영국 가수 조스 스톤, 여성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신진급 뮤지션들도 복고적인 분위기의 60~70년대 솔 음악을 들고 나와 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솔의 기세가 등등해지면서 지난 20여년 동안 주류 음악계를 평정해왔던 ‘어번 아르앤비’ 계열의 흑인 음악계에 변화의 기운까지 느껴질 정도다. 지금까지 흑인 음악계의 주류이자 전체 대중음악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어번 아르앤비는 지난 20여년 동안 마이클 잭슨부터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브라이언 맥나이트 등이 맥을 이어가며 풍미해왔다. 이 아르앤비와 또다른 한축인 힙합에 지루해진 팬들이 세련된 분위기보다 강한 ‘호소력’을 내세우는 솔로 귀를 귀울이고 있다. 60년대 전성기를 누린 뒤 80년대까지 득세했던 솔은 이후에도 음악계에 영향을 끼치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장르로 널리 사랑받지는 못했다. 물론 아르앤비에 힙합을 끌어온 ‘뉴 잭 스윙’과 같이 아르앤비의 하위 장르로 로린 힐로 대변되는 네오 솔 등이 90년대 중후반 번성하며 꾸준히 솔의 존재를 입증해왔다. 이런 진화하는 솔과는 달리 최근 나타난 솔의 강세는 ‘솔의 현대적인 재해석’보다는 ‘복고’에 더 기울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복고풍 솔의 ‘오리지널’일 초기 솔은 블루스에 뿌리를 두고 흑인 교회 음악인 가스펠의 영향을 받았다. 60년대 흑인 민권운동과 함께 발달한 솔 음악은 ‘3대 개척자’라 불리는 레이 찰스와 제임스 브라운, 샘 쿡 등에 의해 꽃이 피었다. 솔(soul·‘영혼’이란 뜻)이란 말 그대로 흑인들이 그동안 억눌러온 분노를 표출하면서 영혼을 담아 격정적으로 울부짖는 창법으로, 당시 민권운동의 열풍과 맞물리면서 인기 음악이 됐다. 21세기 들어 돌아온 복고풍 솔 열풍은 이제 본고장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그리고 백인 가수들까지 아우르고 있는 점에서 20세기 솔 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라졌다. 대중음악 평론가 박은석씨는 “복고풍 솔이 두드러지는 현상은 흑인 음악 자체가 굉장히 유행성이 강한 상품으로 난립하는 분위기에서 흑인 음악 본래의 기본에 충실한, 뿌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음악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솔의 여왕으로 불렸던 어리사 프랭클린 같은 대형 가수가 나타나 이런 움직임을 하나의 조류로 끌고 갈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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