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강국 브라질을 가다 (하) 보사노바
음악강국 브라질을 가다 (상) 삼바
삼바! 우리나라와 정확하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브라질은 삼바 축제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반쯤 벗은 무희의 요염함, 땀과 열정이 뒤범벅된 난장 정도로 기억되는 삼바 카니발의 본질은 뭘까? 삼바 축제는 실제로는 ‘삼바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하나의 거대한 오페라다. 삼바 축제는 브라질이 전통음악인 삼바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세계에 알리는 통로인 것이다.
축구와 함께 브라질이 자랑하는 주력상품이자 수출상품이 바로 삼바를 비롯한 브라질 음악이다. 삼바에서 가지를 친 보사노바는 60년대 비틀즈와 함께 세계 음악계를 강타한 뒤 지금까지 그 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음악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한류 또한 한국적 고갱이가 없다는 비판을 듣는 한국 음악은 어떻게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까. 오는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세계 월드뮤직 주요국 음악인을 초청해 여는 ‘원 월드 뮤직페스티벌’ 준비팀과 함께 음악 강국 브라질을 취재했다. 전통음악이 주류 대중음악으로 사랑받으며 전승되는 브라질 음악의 저력과 활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두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수천명 지역민 참여하는 삼바학교
상파울루시에만 130여곳
휴일에도 수백명 연습 ‘후끈후끈’
“가족이 첫째 삼바가 둘째 일이 셋째” 브라질 최대 명절 부활절인 8일 밤 10시30분. 지난 2월 삼바 카니발에서 4등을 차지한 명문 삼바학교 ‘아귀아 지 오로’의 연습현장을 방문하러 찾아간 상파울루 시내 거리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고,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그러나 그 조용한 거리에 자리잡은 연습장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와 터질듯한 음악이 얼굴을 때렸다. 학교 운동장만한 실내 연습장에는 250여명이 삼바 리듬으로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며 연습하고 있었다. 명절날 한밤중이 맞나 싶다. 삼바 축제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내년 카니발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순간 이곳이 ‘삼바의 나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TAGSTORY1%%] 한국사람들에게 춤 축제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삼바는 실은 다양한 인종이 섞인 브라질 땅에서 꽃핀 음악이다. 인디오 원주민과 포르투갈인,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모두 삼바의 부모다. 삼바는 아프리카 리듬에 뿌리를 둔 타악기 음악이다. 큰북 수르두, 중간 북 카이샤와 작은북 탐보림, 그리고 히삐니키 같은 다른 북들이 삼바 행진을 이끈다. 아귀아 지 오로 삼바학교 시드니 카히우월로 회장은 “브라질의 삼바 리듬은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이 독창성으로 발전한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백인, 흑인, 인디오가 만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고, 그 음악 안에서 흑인과 백인, 가난한 사람과 부자,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 향기나는 사람과 똥냄새 나는 사람이 함께한다. 그게 삼바다.” 상파울루, 히우지자네이루, 살바도르 세 곳에서 열리는 브라질 삼바 카니발은 지역 삼바학교들의 행진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삼바학교는 정규 학교와는 다른 개념으로, 보통 3000~4000명의 지역주민들이 학교 회원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2~3번 모여 삼바 춤과 음악을 배우면서 카니발을 준비한다. 화려한 카니발 뒤에는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대여섯 살 때부터 삼바를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 상파울루시에만 130여개의 삼바학교들이 경쟁한다. 이들에게 삼바는 곧 ‘삶’이다. 연습장에서 만난 세르지뉴(30)는 “내 삶은 가족이 첫째이고 두번째가 삼바, 마지막이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브라질 전통음악의 대표인 삼바는 이 삼바학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에게 전달된다. 남자친구와 함께 삼바학교에 나온다는 사미라(22)는 “어려서부터 삼바를 접해왔는데,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 구분없이 즐길 수 있어 특히 좋다”며 “록이나 재즈보다는 삼바가 더 좋다”고 웃었다. 연습장 한켠에서 탐보림을 열심히 연주하던 레오나르도(23)는 8살부터 카니발에 참가하기 시작해 15번 축제에 나섰다. 어릴 때는 행진에서 초보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계속 타악 밴드에 참가하면서는 매년 바뀌는 테마에 따라 리듬을 배우며 실력을 키워왔다. 매년 테마가 바뀌면서 음악도 바뀌고, 그렇게 카니발을 준비하는 과정속에서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리듬을 개발하고 배우는 것이다. 최근 삼바의 경향으로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섞이면서 ‘일렉트로닉 삼바’가 탄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편에선 미국에서 건너온 힙합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풍의 삼바도 나오고 있다. 삼바학교는 이런 유연함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삼바가 진화하는 실험장 역할을 하고, 삼바는 그 덕분에 늘 ‘현재진행형’인 음악이 되어 생명력을 얻는다. 삼바 최고의 무대 카니발은 1년 중 사나흘이지만, 삼바시즌은 언제나 ‘바로 지금’이다. 상파울루/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세대간 호흡이 생명력”
국민가수 조르지 아라강 “전통음악을 젊은이들에게 그냥 던져주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의 관심을 뺏을 수 있나를 고민하면서 젊은 마인드를 따라가야 합니다.” 상파울루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브라질 국민가수 조르지 아라강(사진)은 삼바가 신세대들과 호흡하면서 이어지는 비결이 뮤지션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조르지 아라강은 1970년대부터 전통음악 삼바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온 뮤지션이다. 80년대 새로운 경향인 파고지(Pagode)를 유행시키며 삼바의 변용과 확장에 앞장서왔다. 파고지는 삼바를 연주하는 악기를 밴조와 작은 타악기로 바꾸고 하모니를 도입해 격정적 축제음악인 삼바를 일상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한 음악으로 80년대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삼바가 ‘서민의 음악’임을 일깨우듯 검정색 스포츠 티셔츠의 소박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삼바의 매력에 대해 묻자 이내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리듬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리듬이 삼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삼바가 모든 음악과 잘 섞이는 것이 이런 삼바 리듬 자체가 어떤 음악이든지 포용해 삼바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브라질 음악 인기가 높다고 하자 “조용한 작업실에서 내가 만든 노래를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듣는다는 게 무척 신기하고 궁금하다”며 놀라워했다. 아라강은 오는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경기도 이천에서 여는 월드뮤직 축제 ‘원월드 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접합한 새로운 삼바 음악을 한국 무대에서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김일주 기자
서민은 삼바를, 삼바는 서민을, 사랑해~
삼바학교들, 빈민층 교육·결속 구실 “밖에서는 주방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삼바학교 안에서는 총감독으로 중요한 일을 합니다. 그래서 삼바를 사랑하는 서민들은 삼바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상파울루 삼바 카니발에서 1위를 차지한 삼바학교 ‘모시다지 알레그리’의 회장 솔란지 크루스는 “회원 3200명이 모두 삼바스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1967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삼바 카니발에서 모두 여섯번의 우승을 거둔 명문 중의 명문이다. 다른 삼바학교들처럼 여기도 회원들이 일주일에 세 번 모여 삼바를 배운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르치는 것이 삼바뿐만은 아니다. 브라질 문화부, 상파울루 시와 협력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친다. 삼바는 이렇게 지역 주민들의 열기를 모아 이웃을 보듬는 봉사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삼바학교는 정부 지원금과 텔레비전 방송사 후원금, 각종 공연 수입, 그리고 카니발 공연 입장료 분배금으로 운영하는데, 많은 금액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 운영하는 힘은 자원봉사자인 회원들의 열정에서 나온다. 가난한 가정 아이들에게 삼바를 가르치는 삼바학교는 브라질 사회에서 일종의 풀뿌리 시민단체 같은 성격을 띤다. 솔란지 크루스 회장은 “삼바는 서민 가운데서 탄생했으므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삼바스쿨에서 우승하면 회원들의 자부심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그만큼 사회에 더 많이 베풀 수 있다”고 설명한다. 브라질은 빈부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편이다. 광활한 빈민촌 ‘파벨라’에 사는 이들이 가난을 잊고 서로 어울리며 삶의 활력을 얻는 비결이 바로 삼바다. 솔란지 크루스는 올해 카니발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항상 ‘연합해야 힘이 되고, 힘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구호를 상기하며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민들은 삼바학교에서 삼바를 통해 똘똘 뭉친다. 김일주 기자
음악강국 브라질을 가다
수천명 지역민 참여하는 삼바학교
상파울루시에만 130여곳
휴일에도 수백명 연습 ‘후끈후끈’
“가족이 첫째 삼바가 둘째 일이 셋째” 브라질 최대 명절 부활절인 8일 밤 10시30분. 지난 2월 삼바 카니발에서 4등을 차지한 명문 삼바학교 ‘아귀아 지 오로’의 연습현장을 방문하러 찾아간 상파울루 시내 거리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고,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있었다. 그러나 그 조용한 거리에 자리잡은 연습장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와 터질듯한 음악이 얼굴을 때렸다. 학교 운동장만한 실내 연습장에는 250여명이 삼바 리듬으로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며 연습하고 있었다. 명절날 한밤중이 맞나 싶다. 삼바 축제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내년 카니발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순간 이곳이 ‘삼바의 나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TAGSTORY1%%] 한국사람들에게 춤 축제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삼바는 실은 다양한 인종이 섞인 브라질 땅에서 꽃핀 음악이다. 인디오 원주민과 포르투갈인,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모두 삼바의 부모다. 삼바는 아프리카 리듬에 뿌리를 둔 타악기 음악이다. 큰북 수르두, 중간 북 카이샤와 작은북 탐보림, 그리고 히삐니키 같은 다른 북들이 삼바 행진을 이끈다. 아귀아 지 오로 삼바학교 시드니 카히우월로 회장은 “브라질의 삼바 리듬은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이 독창성으로 발전한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백인, 흑인, 인디오가 만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고, 그 음악 안에서 흑인과 백인, 가난한 사람과 부자,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 향기나는 사람과 똥냄새 나는 사람이 함께한다. 그게 삼바다.” 상파울루, 히우지자네이루, 살바도르 세 곳에서 열리는 브라질 삼바 카니발은 지역 삼바학교들의 행진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삼바학교는 정규 학교와는 다른 개념으로, 보통 3000~4000명의 지역주민들이 학교 회원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2~3번 모여 삼바 춤과 음악을 배우면서 카니발을 준비한다. 화려한 카니발 뒤에는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대여섯 살 때부터 삼바를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 상파울루시에만 130여개의 삼바학교들이 경쟁한다. 이들에게 삼바는 곧 ‘삶’이다. 연습장에서 만난 세르지뉴(30)는 “내 삶은 가족이 첫째이고 두번째가 삼바, 마지막이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브라질 전통음악의 대표인 삼바는 이 삼바학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에게 전달된다. 남자친구와 함께 삼바학교에 나온다는 사미라(22)는 “어려서부터 삼바를 접해왔는데,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 구분없이 즐길 수 있어 특히 좋다”며 “록이나 재즈보다는 삼바가 더 좋다”고 웃었다. 연습장 한켠에서 탐보림을 열심히 연주하던 레오나르도(23)는 8살부터 카니발에 참가하기 시작해 15번 축제에 나섰다. 어릴 때는 행진에서 초보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계속 타악 밴드에 참가하면서는 매년 바뀌는 테마에 따라 리듬을 배우며 실력을 키워왔다. 매년 테마가 바뀌면서 음악도 바뀌고, 그렇게 카니발을 준비하는 과정속에서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리듬을 개발하고 배우는 것이다. 최근 삼바의 경향으로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섞이면서 ‘일렉트로닉 삼바’가 탄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편에선 미국에서 건너온 힙합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풍의 삼바도 나오고 있다. 삼바학교는 이런 유연함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삼바가 진화하는 실험장 역할을 하고, 삼바는 그 덕분에 늘 ‘현재진행형’인 음악이 되어 생명력을 얻는다. 삼바 최고의 무대 카니발은 1년 중 사나흘이지만, 삼바시즌은 언제나 ‘바로 지금’이다. 상파울루/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국민가수 조르지 아라강
국민가수 조르지 아라강 “전통음악을 젊은이들에게 그냥 던져주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의 관심을 뺏을 수 있나를 고민하면서 젊은 마인드를 따라가야 합니다.” 상파울루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브라질 국민가수 조르지 아라강(사진)은 삼바가 신세대들과 호흡하면서 이어지는 비결이 뮤지션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조르지 아라강은 1970년대부터 전통음악 삼바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온 뮤지션이다. 80년대 새로운 경향인 파고지(Pagode)를 유행시키며 삼바의 변용과 확장에 앞장서왔다. 파고지는 삼바를 연주하는 악기를 밴조와 작은 타악기로 바꾸고 하모니를 도입해 격정적 축제음악인 삼바를 일상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한 음악으로 80년대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삼바가 ‘서민의 음악’임을 일깨우듯 검정색 스포츠 티셔츠의 소박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삼바의 매력에 대해 묻자 이내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리듬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리듬이 삼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삼바가 모든 음악과 잘 섞이는 것이 이런 삼바 리듬 자체가 어떤 음악이든지 포용해 삼바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브라질 음악 인기가 높다고 하자 “조용한 작업실에서 내가 만든 노래를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듣는다는 게 무척 신기하고 궁금하다”며 놀라워했다. 아라강은 오는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경기도 이천에서 여는 월드뮤직 축제 ‘원월드 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접합한 새로운 삼바 음악을 한국 무대에서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김일주 기자
음악강국 브라질을 가다
서민은 삼바를, 삼바는 서민을, 사랑해~
삼바학교들, 빈민층 교육·결속 구실 “밖에서는 주방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삼바학교 안에서는 총감독으로 중요한 일을 합니다. 그래서 삼바를 사랑하는 서민들은 삼바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상파울루 삼바 카니발에서 1위를 차지한 삼바학교 ‘모시다지 알레그리’의 회장 솔란지 크루스는 “회원 3200명이 모두 삼바스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1967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삼바 카니발에서 모두 여섯번의 우승을 거둔 명문 중의 명문이다. 다른 삼바학교들처럼 여기도 회원들이 일주일에 세 번 모여 삼바를 배운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르치는 것이 삼바뿐만은 아니다. 브라질 문화부, 상파울루 시와 협력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친다. 삼바는 이렇게 지역 주민들의 열기를 모아 이웃을 보듬는 봉사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삼바학교는 정부 지원금과 텔레비전 방송사 후원금, 각종 공연 수입, 그리고 카니발 공연 입장료 분배금으로 운영하는데, 많은 금액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 운영하는 힘은 자원봉사자인 회원들의 열정에서 나온다. 가난한 가정 아이들에게 삼바를 가르치는 삼바학교는 브라질 사회에서 일종의 풀뿌리 시민단체 같은 성격을 띤다. 솔란지 크루스 회장은 “삼바는 서민 가운데서 탄생했으므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삼바스쿨에서 우승하면 회원들의 자부심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그만큼 사회에 더 많이 베풀 수 있다”고 설명한다. 브라질은 빈부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편이다. 광활한 빈민촌 ‘파벨라’에 사는 이들이 가난을 잊고 서로 어울리며 삶의 활력을 얻는 비결이 바로 삼바다. 솔란지 크루스는 올해 카니발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항상 ‘연합해야 힘이 되고, 힘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구호를 상기하며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민들은 삼바학교에서 삼바를 통해 똘똘 뭉친다.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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