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강국 브라질을 가다 (하) 보사노바
음악강국 브라질을 가다 (하) 보사노바
“치카치카…”. 10일 밤 브라질 히우지자네이루 아파네마 해변 근처에 있는 보사노바 클럽 ‘바 도 비니시우스’. 가벼운듯 농밀하게 클럽 안을 채우는 보사노바 리듬에 프랑스에서 온 프로망트 베르나데는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에 브라질에서 오래 살다가 이번에 모처럼 브라질을 다시 찾았는데 보사노바 클럽을 찾지 않을 수가 없죠. 보사노바는 재즈같은 다른 음악하고 부드럽게 섞이면서도 브라질 느낌이 잘 나타나서 가장 좋아해요.” 남편 장 크리스토프의 얼굴에는 현지에서 즐기는 보사노바 음악에 흠뻑 취한 여행객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클럽을 찾은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베르나데 부부처럼 브라질 전통주 ‘삥가’ 칵테일과 함께 보사노바 음악을 즐기는 외국인들이었다. 클럽에서 한 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을 마친 보사노바 전문가수 호베르타 에스피노자는 “보사노바의 색다른 리듬과 스타일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고 설명했다.
삼바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 흡수
변신 거듭 왕성한 생명력 유지
‘춘천가는 기차’ 등 가요도 영향 삼바가 브라질 국민음악이라면 보사노바는 세계인의 음악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찰랑거리는 리듬을 깔고 지적이면서도 달콤하고 감미로운 멜로디와 하모니를 얹어내는 보사노바는 50년대 중반 브라질에서 싹터 세계로 전해지면서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경향(bossa nova)’이 됐다. 보사노바는 60년대 미국 재즈계에 ‘보사노바 광풍’을 일으켰다. 1964년 ‘보사노바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빔이 피아노를 치고, 주아웅 지우베르투가 노래와 기타를 맡은 음반 〈게츠/지우베르투〉는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2위에 오르며 보사노바 바람을 세계 팝계에 전했다. 이 음반에 수록되어 이제 보사노바의 명곡이 된 ‘이파네마의 소녀’의 무대인 이파네마 해변은 보사노바의 성지 같은 곳이 됐다. 그리고 오늘도 브라질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곳 클럽에서 보사노바에 흠뻑 취한다. 여러 브라질 음악 가운데 보사노바가 유독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뭘까? 오는 가을 경기도에서 열리는 ‘원월드 뮤직페스티벌’ 음악감독인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보사노바는 삼바 리듬을 바탕으로 탄생했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세계 여러 음악 흐름들을 왕성히 흡수해 다양한 매력을 지닌 현대음악이 될 수 있었고, 그래서 세계 음악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50년대의 쿨재즈에 쇼팽이나 라벨 등의 클래식 음악까지, 그리고 프랑스 샹송의 무드같은 다양한 양념을 더한 보사노바는 브라질 특유의 ‘혼합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음악이다. 삼바와 마찬가지로 보사노바도 변신을 거듭하며 항상 새로움을 요구하는 음악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내한했던 브라질 출신 보사노바 거장 세르지우 멘데스는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 윌.아이.엠과 합작한 음반 〈타임리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장르와 융합을 꺼리기는 커녕 활발하게 도전하는 브라질 음악의 특성과 강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보사노바는 탄생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세계 대중음악의 최전선에서 왕성하게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음악팬들을 사로잡아가고 있다. 브라질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장 먼나라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사노바는 특히 우리나라 음악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음악으로 사랑받아왔다. 윤상, 김현철, 조덕배 등이 만든 〈춘천가는 기차〉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같은 노래들이 대표적인 보사노바곡들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 태생 일본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 같은 해외 보사노바 뮤지션들도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보사노바 가수 소히가 예전 ‘보사노바풍’ 정도로 받아들였던 보사노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는 등 보사노바를 한국화하려는 새로운 시도도 나오고 있다. 〈끝〉 리우데자네이루/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세계적 뮤지션 이반 린스 “규칙 무시한 자유가 원천”
“다른 나라에서는 재료의 양을 정확히 맞춰 섞지만, 브라질에서는 맘대로 소금을 더 치기도 합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음악에서도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빔의 뒤를 잇는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이반 린스를 10일 히우지자네이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반 린스는 브라질 음악이 세계인의 음악이 된 비결에 대해 “여러 인종과 문화가 섞여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며 “음악을 생각할 때마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건 ‘자유’”라고 말했다.
이반 린스는 1970년 브라질의 전설적 여가수 엘리스 헤지나가 부른 〈막달레나〉를 지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80년대 세계적인 재즈 음반사 지아르피(GRP)의 올스타 멤버로 나서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재즈와 보사노바를 섞어 자신만의 독특한 입지를 다진 그는 퀸시 존스, 투츠 틸레망 등 거장 뮤지션들과 작업했고, 현재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보사노바는 멜로디와 리듬이 단순해 듣기에는 좋지만 작곡하기는 쉽지 않은 음악으로 불린다. 이반 린스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놓치지 않는 음악으로 호평 받아왔고, 장기호 김광민 등 우리나라 1세대 해외파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전통민요가 담긴 음반을 열심히 들었다”며, “아름다운 멜로디들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전통음악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묻자 그는 “동양의 음악들이 너무 규칙에 얽매여 있어 널리 퍼지지 않는 것 같다”며 “규칙을 깨고 서양 음악과 합치면 세계로 더 많이 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반 린스는 오는 10월 원월드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해 한국 무대에 설 예정이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 뮤지션들과 한 무대에 서서 음악적 교류를 하고 싶다”며, 한국에서 연주할 음악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꼭 넣겠다”고 약속했다.
김일주 기자
‘보사노바 탄생’의 아버지 조빔
전국민 추앙의 대상…공항도 그의 이름 따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빔에 대한 브라질 국민들의 애정과 추앙은 외국인들의 상상 이상이다.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의 이름이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빔 국제공항이고, 조빔의 이름을 딴 도로도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도시의 국제공항에 대중음악 가수의 이름을 딴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보사노바란 장르를 만들어낸 그를 기리며 음악적 유산을 관리하는 기관이 이파네마 해변 북쪽에 자리잡은 식물원 ‘자딩 보타니코’ 안에 들어서있는 ‘조빔 인스티튜트’다. 조빔의 아들 파울로 조빔과 딸 엘리자베치 조빔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최근 위치를 옮겨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엘리자베치 조빔은 보사노바란 장르가 나온 것은 혁명적인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보사노바가 처음 나왔을 때 외국 음악이 들어와 브라질의 토속적인 음악을 파괴한다는 비판도 나왔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보사노바는 삼바’라고 했습니다.” 이후 조빔의 장담대로 보사노바는 우려를 넘어 브라질 음악이 됐고, 새로운 삼바가 됐다. 조빔은 생전 음악을 만들 때 항상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인스티튜트의 자그마한 전시장 벽에는 조빔의 아내가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자연환경을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조빔이 생전 남긴 글귀가 적혀 있는 액자가 눈에 띈다. “내 음악은 자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나무, 바다, 새를 볼 때, 자연을 볼 때 음악을 만드는 힘이 생긴다.”
인스티튜트는 브라질의 자연을 노래하는 곡을 많이 만들었던 조빔의 뜻을 기려 방송국의 후원을 받아 ‘톰 두 판타나우’라는 선물용 상자를 만들었다. 브라질의 자연을 담은 비디오와 꽃씨 등을 넣은 상자는 각 지역 학교에 배달된다.
김일주 기자
보사노바를 대표하는 노래 <이파네마의 소녀>의 무대인 브라질 리우지자네이로 이파네마 해변은 ‘보사노바의 성지’다. 이파네마에 있는 보사노바 클럽 ‘바 도 비니시우스’에서 관광객들이 보사노바 생음악을 듣고 있다.
삼바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 흡수
변신 거듭 왕성한 생명력 유지
‘춘천가는 기차’ 등 가요도 영향 삼바가 브라질 국민음악이라면 보사노바는 세계인의 음악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찰랑거리는 리듬을 깔고 지적이면서도 달콤하고 감미로운 멜로디와 하모니를 얹어내는 보사노바는 50년대 중반 브라질에서 싹터 세계로 전해지면서 이름 그대로 ‘새로운 경향(bossa nova)’이 됐다. 보사노바는 60년대 미국 재즈계에 ‘보사노바 광풍’을 일으켰다. 1964년 ‘보사노바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빔이 피아노를 치고, 주아웅 지우베르투가 노래와 기타를 맡은 음반 〈게츠/지우베르투〉는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2위에 오르며 보사노바 바람을 세계 팝계에 전했다. 이 음반에 수록되어 이제 보사노바의 명곡이 된 ‘이파네마의 소녀’의 무대인 이파네마 해변은 보사노바의 성지 같은 곳이 됐다. 그리고 오늘도 브라질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곳 클럽에서 보사노바에 흠뻑 취한다. 여러 브라질 음악 가운데 보사노바가 유독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뭘까? 오는 가을 경기도에서 열리는 ‘원월드 뮤직페스티벌’ 음악감독인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보사노바는 삼바 리듬을 바탕으로 탄생했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세계 여러 음악 흐름들을 왕성히 흡수해 다양한 매력을 지닌 현대음악이 될 수 있었고, 그래서 세계 음악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50년대의 쿨재즈에 쇼팽이나 라벨 등의 클래식 음악까지, 그리고 프랑스 샹송의 무드같은 다양한 양념을 더한 보사노바는 브라질 특유의 ‘혼합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음악이다. 삼바와 마찬가지로 보사노바도 변신을 거듭하며 항상 새로움을 요구하는 음악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내한했던 브라질 출신 보사노바 거장 세르지우 멘데스는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 윌.아이.엠과 합작한 음반 〈타임리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장르와 융합을 꺼리기는 커녕 활발하게 도전하는 브라질 음악의 특성과 강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보사노바는 탄생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세계 대중음악의 최전선에서 왕성하게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음악팬들을 사로잡아가고 있다. 브라질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장 먼나라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사노바는 특히 우리나라 음악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음악으로 사랑받아왔다. 윤상, 김현철, 조덕배 등이 만든 〈춘천가는 기차〉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같은 노래들이 대표적인 보사노바곡들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 태생 일본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 같은 해외 보사노바 뮤지션들도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보사노바 가수 소히가 예전 ‘보사노바풍’ 정도로 받아들였던 보사노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는 등 보사노바를 한국화하려는 새로운 시도도 나오고 있다. 〈끝〉 리우데자네이루/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세계적 뮤지션 이반 린스 “규칙 무시한 자유가 원천”
세계적 뮤지션 이반 린스
‘보사노바 탄생’의 아버지 조빔
전국민 추앙의 대상…공항도 그의 이름 따
‘보사노바 탄생’의 아버지 조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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