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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유엔 장교가 본 ‘1953년 슬픈 한국인’

등록 2007-05-22 18:30

 키스 글래니-스미스가 촬영한 당시 미아리.
키스 글래니-스미스가 촬영한 당시 미아리.
사진 전시·사진집 발간
한국전쟁 사진은 슬프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더욱 그렇다.

서울대학교박물관에서는 한국전에 참전한 영국군 장교가 찍은 당시의 사진들이 전시된다. ‘1953,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1952년 영국군 왕립포대에서 포병장교와 의무장교로 각각 복무한 앤서니 영거와 키스 글래니-스미스가 틈틈이 셔터를 눌러 기록한 당시의 모습이다. 카메라의 각도를 보면 적극적인 기록자라기보다 구경꾼이라는 인상이 든다.

늘씬한 대포를 거느린 부대 전경, 가득 쌓인 포탄들, 일본에 휴가온 병사들, 임진강 물놀이하는 병사들 사진에서는 ‘그들의’ 일상적인 당당함이 보인다.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한데 어울린 유엔군과 중공군의 모습에서는 ‘그들끼리의 유대’조차 풍겨나온다.

하지만 앵글에 잡힌 우리의 모습은 한결같이 추레하다. 통신트럭 앞에 어깨동무를 한 아이들은 맨발에 남루한 옷을 입고 있다. 레이션 상자에 앉은 아이, 꽁초를 피는 지게 진 노인, 병사들의 식사 뒤 빈그릇 주변에 몰린 아이들은 부대주변에서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보따리를 인 시골길 여인들, 아이에게 젖을 물린 동대문 시장의 상인, 작은 좌판을 편 노점상, 무엇인가 이고 지고 든 행인들, 등짐 진 소를 모는 촌부한테서는 전쟁 뒤안의 고단한 일상이 비친다.

민둥산을 배경으로 철제 섶다리에 서서 이국 병사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들, 그리고 아이를 업고 먼지 나는 군트럭 옆을 지나는 미아리고개의 두 아낙네 사진에서는 우리의 자화상과 외국 병사의 시선이 교차한다.

2층 특별전시실에서 8월18일까지. 눈빛출판사에서 별도로 사진집을 엮어냈다. 2만8000원.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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