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브네 ‘무질서한 호들’
베르나르 브네와 레베카 호른
맞춘 듯 두 명의 전위 미술가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베르나르 브네(66)와 독일 출신의 레베카 호른(63). 60대에다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 점에서 비슷하다. 그 외는 거의 대척점.
근육질 남자인 브네는 작품의 주재료로 골판지 상자, 석탄더미, 타르, 쇳덩어리를 이용한 반면 선병질 여성인 호른은 붕대, 깃털, 거울이 주재료다. 브네의 작품이 몹시 금욕적인 데 반해 호른의 것에는 성적 이미지가 흥건하다. 브네전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02-2188-6000)에서(7월22일까지), 호른전은 태평로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8월19일까지).
베르나르 브네 수학 방정식과 공식, 과학의 정리 등은 예술로 보여줄 수 없을까. 그런 엉뚱함이 열아홉에 시작된 작가 인생 40년에 꿰여 있다. 작품은 공식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색채조차도 그한테는 쓰잘데없다. 타르가 그의 첫 안료. 카드보드에 줄줄 흘렸다. 작가의 의도조차 군더더기. 쓰레기더미 옆에 누워 그것과 함께 스스로 작품이 되기도 했다. 80년대부터 소재를 쇳덩이로 바꿨다. 갖가지 크기의 쇳덩이 호(아크)와 각, 그리고 그것들의 조합. 귀여우면 1.5톤, 크다 싶으면 11톤이다.
레베카 호른 마스크 없이 폴리에스테르와 유리섬유로 작업하다 폐병으로 요양소 병상에 묶여 1년여를 지냈다. 그것이 작품의 원점이다. 구속과 부조리로부터의 자유 또는 해방.
알몸 여성이 띠를 몸에 감고 머리에 긴 뿔을 매달고 숲속을 걷는 퍼포먼스 ‘유니콘’.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몸의 연장선, 가벼운 게 특징. 타인과의 소통을 추구했던 것. 퍼포먼스 찍기용 비디오 촬영은 극영화 제작으로 확장됐다. 〈데어 아인탠저〉(1978), 〈라 페르디난다〉(1981), 〈버스터의 침실〉(1990) 등. 특정 공간에서 기이한 인간들이 펼치는 부조리한 이야기다.
임종업 선임기자
레베카 호른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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