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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쟁의 ‘독립선언’

등록 2007-05-31 21:21

전통악기 아쟁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려는 작은 반란을 꾀하는 이문수·김상훈씨
전통악기 아쟁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려는 작은 반란을 꾀하는 이문수·김상훈씨
이문수·김상훈씨 독주음반
이씨, 양악기와 호흡 퓨전연주
김씨, 무반주로 본래의 소리 탐구
숨은 매력 대중에 알리기 한마음

우리 전통악기 아쟁은 독특한 베이스 저음으로 얼핏 들으면 서양악기의 첼로를 가장 닮았다. 음색이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처연한 음색이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매력이다.

30대 젊은 두 국악인이 전통악기 아쟁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려는 작은 반란을 꾀하고 있다. 한국방송 국악관현악단 수석 연주자이자 아쟁 앙상블 아르코의 리더 이문수(38)씨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아쟁 수석 김상훈(34)씨. 이들은 궁중음악 관악합주나 민속음악 산조 등에서 반주 기능을 하는 데 머물렀던 이 병주악기를 서양음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독주악기로 올려세우려고 한다. 두 사람은 최근 각각 첼로 못잖게 풍부한 선율과 호소력 깊은 음색을 지닌 아쟁의 숨은 매력을 끄집어낸 국내 최초의 창작 아쟁음반 〈공유〉와 〈키리에〉를 선보였다.

이문수씨의 〈공유〉는 마찰음이 커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아쟁 본연의 소리를 지키면서도 양악기와의 부드러운 호흡을 일궈낸 국내 최초의 크로스오버 아쟁음반이다. 같은 아쟁 앙상블 아르코에서 활동하는 후배 김상훈씨가 낸 〈키리에〉는 퓨전의 색을 덧입히지 않고 궁극적인 아쟁의 소리를 탐구하는 창작곡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문수씨가 〈공유〉를 낸 것은 아쟁 음악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자는 뜻에서다. “아쟁을 선율악기로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크로스오버와 퓨전을 선택한 까닭은 일반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아쟁이라는 악기와 아쟁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려보려는 것이죠.”

〈키리에〉는 가톨릭 미사에서 ‘대영광송’ 전에 드리는 기도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뜻한다. 가톨릭 신자인 김상훈씨는 3년 동안 틈틈이 혼자서 아쟁 5중주를 하면서 독특한 이 무반주 음반을 완성시켰다. “3년 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김해숙 교수가 ‘첼로도 바흐의 무반주곡을 연주하면서 반주악기에서 독주악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니, 아쟁도 그런 무반주곡이 있으면 독주악기로 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화두를 툭 던졌어요. 그 말에 자극을 받아서 무반주로 된 음반을 내자고 결심했습니다.” 김씨는 “전통음악에서 받은 것을 아쟁음악으로 기여하려고 했을 뿐 〈키리에〉를 팔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음반은 개성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소아쟁을 연주하는 선배 이문수씨의 음악은 도교적이고 불교적인 느낌이 난다. 대아쟁의 김상훈씨는 그와는 다른 종교적 분위기가 묻어난다. 또 이문수씨는 농밀한 감성을 바탕으로 한 관록과 빼어난 기교가 돋보이고, 김상훈씨는 아쟁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진중한 깊이가 들여다보인다.


전통악기 아쟁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려는 작은 반란을 꾀하는 이문수·김상훈씨
전통악기 아쟁의 숨겨진 가치를 알리려는 작은 반란을 꾀하는 이문수·김상훈씨
이문수씨는 “화창한 봄날에 자연에 앉아 있으면서 내 안에 감춰져 있는 어떤 슬픔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타이틀곡 ‘공유’와 ‘어 퍼니 스트링’(A Funny String), ‘뱃노래’ 등 창작곡과 편곡 등 8곡은 아쟁의 한국적인 감성이 씨줄로, 재즈·클래식 등이 날줄로 짜여 감칠맛 나는 선율로 피어난다. 특히 파헬벨의 ‘카논’을 편곡한 ‘카논 변주곡’은 대아쟁과 소아쟁이 함께 편성돼 동양적인 신비를 뿜어낸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씨가 “아쟁이 소를 닮았고, 김상훈이 소를 닮았다. 그의 아쟁은 쉽게 울지 않는다”고 표현할 만큼 김상훈의 〈키리에〉 음반은 내면의 울림에 기대는 곡들이 많다. 이문재 시인의 시 〈번짐〉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한 ‘여백 2-번짐’, 다섯 아쟁의 앙상블로 꾸민 ‘현성신화’, 딸 하린이를 위해 연주한 ‘하린’ 등 담담하면서도 진중한 연주가 돋보인다. 특히 막스 부르흐가 유대교의 옛 성가 ‘콜 니드레’를 바탕으로 작곡한 ‘콜 니드라이’를 편곡한 ‘신의 날’은 실황연주를 담았다.

이문수씨는 “김상훈씨의 매력은 정중동, 움직이지 않는 듯하면서 활동적인데 음반을 듣고 정말 김상훈다운 음반을 만들었다고 느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상훈씨도 “소아쟁 연주가 까다로운데 일반적인 소아쟁 연주기법을 뛰어넘는 연주가 특히 탁월했다”고 선배의 음악을 추어올렸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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