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
김동유 ‘더 페이스’ 전
일일이 손으로 그려 큰 인물화로
홍콩크리스티에서 작품성 인정받아
일일이 손으로 그려 큰 인물화로
홍콩크리스티에서 작품성 인정받아
홍콩크리스티에서 김동유는 잘 나가는 작가다. 2005년 11월 <반고흐>가 8천800여만원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2006년 5월 <마릴린 먼로와 마오쩌둥>이 3억2000만원에, 지난 5월27일에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2억8500만원에 팔려나갔다.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그의 작품은 이태째 일찌감치 매진됐다. 국외에서 스타성이 역수입된 경우다.
김동유 개인전 ‘더 페이스’전이 사비나미술관(02-736-4371)에서 30일부터 6월30일까지 한달동안 열린다.
김동유의 특징 = 그의 그림은 우표만한 인물그림 수백~수천 개를 조합해 큰 인물화를 완성하는 게 특징. 예컨대 작은 마릴린 먼로 인물화로 커다란 케네디 초상화를 만들고, 작은 케네디 인물화로 활짝 웃는 커다란 마릴린 먼로의 초상을 만든다. 작은 인물화는 옵셋 인쇄물을 확대할 때 드러나는 망점과 같은 구실을 한다. 언뜻 팝아트처럼 보이지만 망점 인물화를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다르다.
우선 망점 인물로 선택된 복제그림들을 먹지를 이용해 캔버스에 전사한다. 그런 다음 큰 인물화의 윤곽을 스케치하고 그 형태와 명암에 맞춰 작은 인물화를 채색해 나간다. 각각의 망점 인물화는 큰 그림에서의 위치에 따라 윤곽의 굵기와 명암의 차이가 있을 뿐 완전한 그림이다. 김씨는 이런 작업을 두고 노동집약적이라고 말했다. 100호 크기를 완성하는데 초기에는 석달 걸리던 것이 요즘은 숙달돼 한달 보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림속 인물들= 작가가 즐겨 그리는 대상은 정치인, 배우와 예술인. 김구, 이승만, 박정희, 김정일, 이중섭; 존 F 케네디, 마릴린 먼로, 오드리 햅번, 잭슨 폴록,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작은 그림과 큰 그림의 조합은 별뜻 없다지만 먼로-케네디, 이승만-김구, 김일성-박정희, 김구-독립만세 33인 등에서처럼 반대, 대조, 또는 유비의 관계가 있다. 특히 덩이나 마오의 작은그림으로 마릴린 먼로를 즐겨그려 사회주의과 자본주의의 혼융을 시도한다. 국가보안법이나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하지는 않을까. 그림 속 인물들이 영욕의 삶을 살았지만 모두 죽었다는 게 공통점. 작가는 그림에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허무함이라고 말한다. 큰 그림 바탕으로 삼은 사진들은 생전에 공식 초상사진으로 쓰였던 것들. 정치인들은 근엄한 표정이고 배우들은 활짝 웃고 있다.
홍콩크리스티 이후 =작품값이 3배 정도 올라 대기 물량이 3~4년 정도는 돼 예전처럼 생계 걱정은 없다. 갤러리와의 관계도 조건이 좋아졌다. 캔버스를 돌리기 힘들 정도로 좁은 작업실에서 폐교의 교실로 넓혀 옮겼다. 하지만 아침 8시에 작업실에 출근해 10시간 가량 그림을 그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패턴은 다르지 않다. 작품 자체가 일정 이상의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국외에 갈 일이 생기면 한달에 한두 차례 몰아서 처리해 노동시간을 최대한 아낀다. 반복작업인 만큼 조수를 쓰면 어떨까. 짓궂은 질문에 김씨는 자신만의 붓질이 있다고 말하고 일단 큰그림 작업에 들어가면 흐름을 잃어버릴까 봐 자리를 뜨기 어렵다고 했다. 상하좌우의 그라데이션이 꼭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
홍콩 밖에서도 통할까 = 홍콩에서 고가에 팔린 그림들은 <반고흐> <마릴린 먼로와 마오쩌둥>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전세계 콜렉터들의 관심이 아시아 현대미술에 쏠리고 있다면서 중국 작품들이 값이 이미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미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이라는 지역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 중국인 또는 화교들이 좋아할 법한 인물화를 출품했고 그것이 적중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씨의 그림이 기법이나 작품성에서 뛰어난 만큼 세계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폰 브라운 베렌스 갤러리와 독일에서의 개인전을 논의하고 있으며 11월에는 뉴욕의 아시아컨템퍼러리아트페어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우선은 동서양 인물의 구색을 맞추는 쪽이지만 ‘구겨진 모나리자’ 등 새로운 소재와 기법에 주목하고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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