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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공동작업하며 하나되는 값진 경험 했어요”

등록 2007-06-07 18:58

고 김창억 선생의 칠보공예 작품 앞에 함께 선 사위 권영진·딸 김혜숙씨 부부, 딸 김화숙)씨, 권씨 부부의 아들 권형주씨(왼쪽부터)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 김창억 선생의 칠보공예 작품 앞에 함께 선 사위 권영진·딸 김혜숙씨 부부, 딸 김화숙)씨, 권씨 부부의 아들 권형주씨(왼쪽부터)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부모 유작·아들 함께 3대 ‘칠보 공예전’ 여는 자매 김화숙·혜숙씨

“어머니 ‘훈정 김우혜’씨 피내림 확인”
언니 응용미술·동생은 동양화 전공
“석달간 작업…20년 넘게 구상했다”

“3대가 만든 칠보공예 보러 오세요.”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는 12일까지 ‘빛을 향하여’를 테마로 한 칠보공예 가족전시회가 열린다.

김혜숙(54)-김화숙(56)씨 자매의 작품 33점과 12점이 축이 되고, 여기에 부모님의 것 10점, 혜숙씨의 아들 권형주(24)씨 것 5점을 보태 60점을 걸었다. ‘훈정칠보 가족전’. 훈정은 김씨 자매의 모친인 김우혜(1923~1998)의 호. 1970년 남편인 홍익대 미대 김창억(1997년 타계) 교수와 함께 연 부부전을 시작으로 칠보공예를 시작한 훈정은 신세계백화점에서 전용코너를 둘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칠보공예는 얇은 동판 위에 색소를 넣은 규석가루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불에 구워내 굳히는 식으로 만든다. 이집트에서 유래한 이 기법은 가루의 크기, 색소의 종류, 굽는 온도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보존성이 뛰어나 동서양에서 모두 애용해 왔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의 노리개에 주로 활용됐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혜숙씨는 2년전 과천에 작업장을 마련했고, 화숙씨는 텍사스의 아트프레임 갤러리 일을 접어두고 날아왔다. 꼬박 석달을 그리고 굽는 작업을 반복해 작품을 만들면서 칠보공예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하나가 되는 값진 경험을 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끼를 확인했어요. 결국 엄마한테서 물려받은 피내림이더군요.”(혜숙씨)

준비기간이 짧지 않으냐는 질문에 돌아온 자매의 이구동성 답이다. 남들은 짧다고 할지 모르지만 20년 이상 구상해온 것들이라는 것이다.


응용미술을 전공한 언니 화숙씨의 꽃 와당을 테마로 한 비구상 작품은 현대성이 물씬하고 동양화를 전공한 혜숙씨의 것은 절제된 선과 형태에서 동양적인 아취가 진하다. 컴퓨터디자인을 공부하는 형주씨는 컴퓨터로 밑그림을 그리고 굵은규소를 써서 꺼칠한 질감을 살렸다.

“보통 서너번 구워야 하지만 어떤 것은 열번이나 구운 것도 있어요. 구울수록 깊은 색감이 살아나요.”(화숙씨)

작품들은 밑판인 동 색깔의 맛을 살린 것이 많다. 특히 혜숙씨의 ‘14처’가 그렇다. 구리선으로 형태를 잡고 최소한의 색깔을 넣었다. 14처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는 과정을 14개로 형상화한 것. 모두 가톨릭 집안이라 작품들은 종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색과 형태가 무척 절제돼 있다. 혜숙씨의 작품에는 추상적인 ‘오병이어’가 반복돼 나온다. ‘떡 다섯덩이와 물고기 두마리’는 예수가 그것으로 5천명을 먹였다는 ‘기적의 씨’.

혜숙씨의 남편 권영진(54)씨도 거들어 동판의 두들김문양을 내거나 형태를 잡는 일을 했다. 전시회 전날밤 작품을 옮기고 거는 일 역시 권씨의 몫. “제자리에 똑바로 거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02)727-2336.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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