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양산박 ‘에비대왕’
신주쿠양산박 ‘에비대왕’
“올해 창단 20돌을 맞아 신주쿠양산박이 고국의 무대에 오르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극단 신주쿠양산박은 항상 통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에비대왕〉 역시 테마는 통일입니다. 우리 아버님 어머님 세대가 못다 이룬 통일의 염원을 〈에비대왕〉으로 보여 주고 싶어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실험적인 공연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던지고 있는 재일동포 연출가 김수진(53)씨와 극단 신주쿠양산박이 연극 〈에비대왕〉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8일부터 10일까지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일본문화청과 동북아평화연대의 후원으로 세 차례 공연을 하며, 15일과 16일에는 과천시민회관 무대에도 올릴 예정이다.
〈에비대왕〉은 2002년 홍원기씨가 제주도 ‘바리데기’ 신화를 바탕으로 발표한 원작 희곡을 극단 인혁(이기도 연출)이 무대에 올려 서울공연예술제의 작품상과 희곡상, 연기상 등을 휩쓴 화제작이다.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며 정교가 분리되는 혼돈기를 배경으로 제왕적인 군주 ‘에비’와 일곱째 딸로 태어나 버림받은 ‘바리데기’에 얽힌 비극을 담았다.
신주쿠양산박은 지난해 8월 거창국제연극제에 초청받아 ‘신주쿠양산박판’ 〈에비대왕〉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뒤 그해 9~10월 도쿄와 오사카 무대에서 잇달아 초청됐다. 올해는 5월30일 루마니아 시비우국제연극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왔다. 도쿄와 오사카 그리고 루마니아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서사비극의 대장정인 셈이다.
‘바리데기 설화’를 씨줄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맥베스〉, 그리고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신화’ 등의 모티프를 날줄로 짠 다양한 이야기의 변용을 통해 개인의 욕망과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을 보여 준다. 더 나아가 아들 선호사상과 부자세습의 봉건적 폐습에 우리 민족의 분단현실을 은근히 대입함으로써 질곡에 찬 한국의 근현대사와 현실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다. 국악 프로젝트 그룹 ‘달빛소리’의 크로스오버 창작국악 40곡이 라이브 연주되어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간다. 1588-7890.
정상영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