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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거장의 날갯짓, 2% 부족해

등록 2007-06-07 20:23

나초 두아토의 무용극 ‘날개’
나초 두아토의 무용극 ‘날개’
나초 두아토의 무용극 ‘날개’ 감상평
나초 두아토, 그가 발레를 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 ‘우아하다’거나 ‘나이보다 젊고 아름답다’거나 심지어는 ‘그의 춤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까지도 모두 그 때문일 것이다. 램버트에서 시작하여 뮈드라와 앨빈 에일리에서 줄곧 발레를 연마했고 쿨베리를 거쳐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이르지 킬리안과 함께했던 10년도 고스란히 발레였다.

정확하게는 고전발레 테크닉을 최소 단위로 하는 현대무용이었다. 음악적이고 시적이고 유기적인 나초 두아토의 안무는 적어도 무용수의 입장에서 춤추는 재미와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단락마다 움직임으로 꽉 차있는 안무에 날마다 도전을 느꼈기에 스페인국립무용단(CND)에 많은 무용수들이 안착할 수 있었고, 고전 발레의 어휘가 식상하다는 편에서도 이도 저도 아닌 현대성이 거슬린다는 편에서도 그가 내린 세에네데(CND)의 행보는 파격이고 최선이었다.

6일 엘지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날개(Alas)〉는 시작 전부터 폭넓은 관객층이 예견됐다.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의 〈신곡 3부작〉을 기억하는 연극인들은 무용의 영역에서 그의 천재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고,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나 감독인 빔 벤더스 혹은 소설가 페터 한트케가 관심 영역인 사람들도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나초 두아토를 엔데테(NDT)에서 춤추던 때처럼 온전히 무용수로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무용 팬들은 이미 포획된 상태였다.

이들은 모두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하다. 그러나 꼭짓점이 아무리 먼 삼각형도 결국 무게중심은 마찬가지로 가운데일 뿐이다. 여느 영화보다도 완성도 높았던 흑백의 영상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밝고 즉물적으로 느껴졌을까, 〈신곡 3부작〉을 보았던 관객에게는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수중 신도 약하지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무엇보다도 엘지아트센터를 교과서 삼아 오던 열성 관객들이 유럽 현대무용에 갖고 있는 기대를 채워 주기에는 화학반응이 필요했다.

다만 나초 두아토의 소품만을 보아왔거나 이제 움직임에 매료된 이들에게는 뚜렷한 차이와 변화를 느낄 만했을 것이다. 또한 여러 차례 커튼콜은 인간으로서 처음 삶을 온몸으로 퍼덕이는 천사로 분한 나초 두아토 스스로가 지닌 예술가로서의 선량한 본성과 시간으로 정제된 신체의 정직함에 대한 갈채였다.

이진아/문화칼럼니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강사 wallbreak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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