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재활용주식회사’전
아르코미술관 ‘재활용주식회사’전
버려진 물건들로 작가는 작품 만들고
관람객은 1천원 투자로 감성 채우고
일상과 예술이 서로를 재활용한다 미술품은 흔히 미술관에 존재한다. 회화는 납작하게 눌려 벽에 걸리고 조각은 박제되어 노랑 금지선 너머에 있다. 일상에서 유리되기는 매한가지다. 회화와 조각이 놓인 자리에 대상 자체가 서 있다면 어떠할까. 직접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상태로. 시각 외에 청각, 후각, 촉각 등 복감각적인 형태로. 닿을 수 없는 저 너머가 아닌 지금 여기에. 아르코미술관(02-760-4724)이 그런 의문을 해결해 줄 요량으로 회사를 차렸다. ‘재활용주식회사’. 10명의 작가가 설비투자를 하고 8일부터 7월25일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한다. 액면가 1000원. 이 회사 주력제품의 원료는 빈 깡통, 폐현수막, 옛날 사진, 로터리식 텔레비전과 폐형광등, 인터넷의 덤핑 이미지들, 낡은 냉장고, 철 지난 잡지, 뚜껑 없는 피아노, 반쯤 쓴 실타래 등. 상품 순환과정의 가장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쉽게 말해 ‘쉬레기’다. 가공방식은 엮기와 섞기 등 두 가지. 예컨대 폐현수막 폐형광등은 엮기로, 낡은 피아노 실타래는 섞기로 날개를 달아 예술로 승화한다.
작가 정재철은 폐현수막을 세탁해 중국,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을 여행하며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었다. 당신들 마음대로 활용하라. 얼마 뒤 재방문해 보니 현수막은 식탁보로, 커튼으로, 아이 옷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결과를 사진으로 남겼다.(왼쪽 위 사진) 작가 박용석은 철거 지역을 돌면서 빈집에서 형광등 400여개를 수거해 왔다. 그것들을 바닥에 촘촘 늘어놓고 하나하나 전선을 연결해 불을 넣었다. 쓸 만한 것, 깜빡거리는 것, 벌겋게 달아오른 것, 아예 켜지지 않는 것 등등. 제각각 사라진 집의 사연과 자신의 유통기한을 발언한다. (왼쪽 아래)
작곡가 이윤경의 누드 피아노. 거기에서 뻗어나온 소리는 흰색 줄로 변해 벽과 천장에 꽂혀 있다. 무엇보다 순간으로 존재하는 움직임을 채집해 음악으로 재생산한다. 곳곳의 센서가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그에 연결된 소리를 냄으로써 무작위의 곡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홍콩크리스티에서 꽉 채운 연필그림을 고가에 유통시킨 바 있는 홍경택. 높다란 벽에 촘촘하게 박힌 못에 색색의 실타래를 걸어 벽화를 그렸다. 동그랗게 색점이 된 타래는 펑크음악을 연상시키고 전체 그림 역시 보라색의 흐름이 소리의 소용돌이를 보여준다. 설치작품은 처음이다. (위)
전시회는 투자자가 입구에서 주권 대신으로 받은 빈 상자를 들고 투자설명회를 견학하는 방식. 관객은 전시장 안을 돌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상자를 채우게 된다. 상자를 채우고 못 채우는 것은 관객 나름이다. 전체를 돌 때까지 빈 상자인 채일지라도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자신이 미술품 속을 지나왔음을 깨닫게 되면서 상자가 묵직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작가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천진한 감성이 침투하면서 돈벌이에 찌들어 메마른 자신이 촉촉하게 재충전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안현주 큐레이터는 “일상과 예술이 서로를 재활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무형의 가치를 판매한다”면서 “관객이 일상으로 돌아가서 작품과 교류한 경험이 유머와 아이디어가 되어 재유통되도록 하고자 한다”고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작가들만 한 게 아니라 미술관이 함께 했다. 건물을 제공했거니와 제작비를 대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했다.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설치작품에 혼을 불어넣은 젊은 작가들이나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회사에서 무형의 가치를 유포하는 것에 만족하는 아르코미술관 모두 참 아름답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아르코미술관 제공
관람객은 1천원 투자로 감성 채우고
일상과 예술이 서로를 재활용한다 미술품은 흔히 미술관에 존재한다. 회화는 납작하게 눌려 벽에 걸리고 조각은 박제되어 노랑 금지선 너머에 있다. 일상에서 유리되기는 매한가지다. 회화와 조각이 놓인 자리에 대상 자체가 서 있다면 어떠할까. 직접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상태로. 시각 외에 청각, 후각, 촉각 등 복감각적인 형태로. 닿을 수 없는 저 너머가 아닌 지금 여기에. 아르코미술관(02-760-4724)이 그런 의문을 해결해 줄 요량으로 회사를 차렸다. ‘재활용주식회사’. 10명의 작가가 설비투자를 하고 8일부터 7월25일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한다. 액면가 1000원. 이 회사 주력제품의 원료는 빈 깡통, 폐현수막, 옛날 사진, 로터리식 텔레비전과 폐형광등, 인터넷의 덤핑 이미지들, 낡은 냉장고, 철 지난 잡지, 뚜껑 없는 피아노, 반쯤 쓴 실타래 등. 상품 순환과정의 가장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쉽게 말해 ‘쉬레기’다. 가공방식은 엮기와 섞기 등 두 가지. 예컨대 폐현수막 폐형광등은 엮기로, 낡은 피아노 실타래는 섞기로 날개를 달아 예술로 승화한다.
아르코미술관 ‘재활용주식회사’전
전시회는 투자자가 입구에서 주권 대신으로 받은 빈 상자를 들고 투자설명회를 견학하는 방식. 관객은 전시장 안을 돌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상자를 채우게 된다. 상자를 채우고 못 채우는 것은 관객 나름이다. 전체를 돌 때까지 빈 상자인 채일지라도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자신이 미술품 속을 지나왔음을 깨닫게 되면서 상자가 묵직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작가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천진한 감성이 침투하면서 돈벌이에 찌들어 메마른 자신이 촉촉하게 재충전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안현주 큐레이터는 “일상과 예술이 서로를 재활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무형의 가치를 판매한다”면서 “관객이 일상으로 돌아가서 작품과 교류한 경험이 유머와 아이디어가 되어 재유통되도록 하고자 한다”고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작가들만 한 게 아니라 미술관이 함께 했다. 건물을 제공했거니와 제작비를 대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했다.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설치작품에 혼을 불어넣은 젊은 작가들이나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회사에서 무형의 가치를 유포하는 것에 만족하는 아르코미술관 모두 참 아름답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아르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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