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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상에 없는 것을 사진처럼 그리다

등록 2007-06-07 21:43

강형구 개인전: 응시
강형구 개인전: 응시
강형구 개인전: 응시
강형구의 그림은 사진 같다. 그래서 극사실주의적이라고들 한다. 정작 그는 자신을 최대의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 없는 것을 사실처럼 보여 주기 때문이다.

‘강형구 개인전: 응시’의 소재는 사진(그림) 속의 얼굴. 그는 사진에 ‘없는’ 것을 그린다. 땀구멍, 잔주름, 솜털까지 만들어낸다. 고인이 된 인물의 형형한 눈빛을 되살려낸다. 피카소, 링컨, 손기정, 덩샤오핑 등. 해상도가 낮은 사진이 소스이니 모사가 아니라 만들어내는 셈이다. 그는 사진이 ‘없는’ 인물을 그린다. 고흐, 베토벤, 다 빈치 등. 그림에서 고흐는 담배를 피우고, 잘린 오른쪽 귀가 복원돼 있다.(사진) 데스마스크와 석고상의 ‘베토벤’에서 땀구멍이 숭숭한 다혈질 인물을 되살려냈다. 그림 속 고인이 그로 인해 숨을 얻는다. 그는 숫제 ‘없는’ 인물을 그린다. 늙은 마릴린 먼로, 80살이 된 강형구 등. 하지만 그렇게 사실적일 수 없으니 ‘최대 거짓말쟁이’란 자칭이 솔깃하다.

살아 ‘있는’ 인물로는 자화상이 가장 많다. 지금까지 60여점. 가장 솔직하고,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게 자화상이라고 했다. 고흐와 어금버금하니 고흐와 대결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언뜻 보아 낯익은 인물들이 무척 생경하고 불편하다. 왜 그럴까. 실제보다 확대된 200호가 징글징글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놈·의· 눈 때문이다. 벽장 속의 그들, 역사에서 한가닥 한 인물들이 빤히 쳐다보기 때문이다. 늬 머꼬? 라고 묻는 듯한 고흐의 눈은 섬뜩하기조차하다. 그림을 감상하려다가 되레 그들로부터 감상당하는 격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교감이라고 했다. 사진(그림)이 작품의 20~30%에 지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은 그런 뜻이다.

그의 얼굴 집착은 이력과 무관치 않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농약회사 근무, 화랑 경영 등을 거쳐 서른여덟에 그림으로 돌아섰다. 잠도 하루 서너 시간으로 줄였다. 자신과 벌이는 싸움이었다. 눈을 부릅뜬 자화상은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에어스프레이로써 잔주름 속에 감춰진 표정을 드러내는 과정은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과정과 흡사하지 않았을까.

“얼굴에 표정, 나이, 과거와 미래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그는 “얼굴 자체가 한 사회와 역사, 그리고 시대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소재”라고 말했다.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041-551-5100, 5101). 8월19일까지.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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