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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판화 맞아?

등록 2007-06-14 18:04

이혜영의 〈Clothes〉 수제종이 캐스팅.
이혜영의 〈Clothes〉 수제종이 캐스팅.
‘2007 서울미술대전-판화’전
‘프린트’ 작가 47명 100여점 전시
큐레이터조차 기법 알수없을 만큼
복제개념 뒤엎은 ‘무한변주’ 눈길

판화 하면 떠오르는 목판, 석판, 동판(에칭), 실크스크린…. 이런 생각으로 ‘2007 서울미술대전-판화’(서울시립미술관, 7월1일까지)를 가면 놀라기 십상이다. 판화랑 조~금이라도 관련있다 싶은 온갖 잡종을 작심하고 모았다. ‘프린트’라는 희미한 기준 아래 모인 작가 47명의 작품 100여점은 각양의 소리를 낸다. 주최쪽이 굳이 프린트라고 한 것은 판화를 포함해 인화, 인쇄, 자국, 흔적, 기억, 담화 등 포괄적인 기법과 내용을 담고 싶은 까닭이다. 전시에 포함시킨 작가들은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한 사람들. 판화의 다양한 변주, 또는 판화에서 출발한 작업이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가를 가늠해 보려는 시도로 보면 충분히 이해된다.

인출지로 한지를 쓴다거나(신수진) 석판 대신 유리판을 쓴다거나(곽나실) 콜라주 기법을 혼용한다거나(유희경) 하는 것은 느슨한 변주에 속한다. 대다수가 판화와 그밖의 장르 사이에 걸쳐 있다. ‘에칭+드로잉’ ‘목판+콜라주’ 식이거나 막연히 ‘믹스트 미디어’라는 설명을 단 경우가 많다. 판화로써 입체 동화책처럼 만들거나,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구조물을 붙이는(이서미) 것은 헷갈릴 게 없으니 애교스럽다. 하지만 큐레이터조차 기법을 알 수 없을 만큼 ‘믹스트 미디어’의 갈래는 다양함을 넘어 혼란스럽다.

한지 뭉치로써 옷감의 표면을 찍어내고(프린트가 아니라 캐스트다)(이혜영), 점자를 문양의 일종으로 차용하거나(판화가 아니라 회화다)(이은진) 하는 아이디어는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새겨진 목판 자체에 색을 입히거나(성태진), 이미지를 부식시킨 스테인리스강에 채색을 한(김홍식) 작품은 ‘복제’라는 판화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버린다. 놀라게 할 양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플라모델’ 응용작 앞에서는 발길이 우뚝 멎는다. 이거 재밌네? 어릴 적 가지고 놀았을 법한 플라모델에서 착안한 김현숙씨는 부품 자리에 톱, 도끼, 가위 등 일상도구를 대체해 또다른 형상을 만들어낸다. 윗도리의 속주머니를 밖으로 달아 낸 최성원의 작품은 속주머니에 그 옷을 입은 자의 체취가 배어 있다는 점에서 ‘프린트’와 희미한 친척관계를 주장할 수 있지 싶다. 은밀한 내면을 드러내는 작가의 발상이 기발하다.

전시회의 압권은 오연화. 이것 하나만 보고 가도 시간 값을 한다. 그는 감히 공간을 압축해서 떠냈다. 두꺼운 종이를 일일이 잘라 켜로 쌓아올리는 식으로 공간을 납작하게 압축한 뒤에 이를 실리콘으로 떠내어 액자에 담았다. 그 속에는 짜부라진 공간과 더불어 박제된 시간이 존재한다. 이런 혼성과 기발함 속에서 정통 목판(이승아, 이경희), 석판(고자영), 동판(신승균, 이주학)이 고고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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