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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계를 향하여’ 8년 준비 막바지 열정

등록 2007-06-21 17:39수정 2007-06-21 19:13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현장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현장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현장
국내 창작 뮤지컬 사상 유례없는 8년의 제작기간과 50여억원의 제작비, 세계적인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과 작곡가 에릭 울프슨 등 다국적 스태프…. 제작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가 오는 7월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베일을 벗는다.

<댄싱 섀도우>는 극작가 고 차범석의 <산불>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신시뮤지컬컴퍼니(대표 박명성)가 지난 1999년 처음 기획했다. 칠레 출신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과 작곡가 에릭 울프슨, 연출가 폴 게링턴, 안무가 크리스 베일리, 의상·세트 디자이너 니콜라 제인 셔우, 박칼린 음악감독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제작진이 참여해 8년의 숙성기간을 거쳐 현대적인 우화로 재탄생되었다. 팝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출신인 에릭 울프슨은 뮤지컬 <갬블러> 등을 작곡했고, 폴 게링턴은 뮤지컬 <맘마미아> 등을 연출한 세계적인 유명 연출자다.

지난 5월 초부터 예술의전당 연습장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매일 8시간씩 땀을 흘리고 있는 연습현장을 찾았다. 오전 10시, 연습장 무대 위에선 김성녀, 배해선, 김보경, 신성록, 성기윤씨 등 모든 출연진들이 가볍게 몸풀기과 목풀기를 하고 있다. 오전 10시30분부터 연출가 폴 게링턴과 음악감독 박칼린, 안무가 크리스 베일리의 지도로 장면연습에 들어갔다.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현장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현장

50억 투자…극작·연출·작곡 해외 거장들 참여
하루 8시간 맹연습…내달8일 드디어 국내 개막

물 흐르듯이 진행되던 연습은 태양군을 맞는 마을행사 장면에서 주춤거린다. 마을촌장 마마 아스터 역의 김성녀씨가 과부들과 ‘마마는 모두 알고 있지’라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과부들이 재빨리 작은 나무상자를 깔고 두들겨 음향효과를 내야 하는데 조금 어설픈 모양이다. 안무가 크리스 베일리와 음악감독 박칼린씨가 나서서 입과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며 배우들을 독려한다. 다른 배우들에겐 영어로 지시하던 크리스 베일리가 김성녀씨에게는 “엄마는”하며 다시 시작하라고 손가락으로 나무상자를 가리킨다. 그리고는 “걱정하지마”라고 어눌한 한국말로 격려하자 모두들 폭소를 터뜨린다.

연출가 폴 게링턴이 나선다. “지난번에 오래 이야기했던 것 아시죠. 처음에는 노래가 가볍고 랄랄라 했다가 나중에는 광기가 흐르는 마녀처럼 합창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그동안 노력했던 것 헛되이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장면연습인데도 <댄싱 섀도우>는 음악이 돋보였다. 노지현씨가 연주하는 피아노 반주뿐인데도 단조로운 느낌없이 신비롭고 로맨틱한 느낌으로 팝과 클래식을 넘나든다. 주제곡 ‘그림자와 춤을’, 솔로몬과 나시탈라가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너를 보면’, ‘답없는 질문들뿐’ 등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깊다. 박칼린 음악감독은 “‘귀에 남는 음악이 없다’는 말은 안 나올 것”이라고 장담한다. 안무도 현대무용과 발레, 탱고, 삼바, 캉캉, 포크댄스 등의 다양한 춤들이 어우러져 다채롭게 느껴진다.

연출가 폴 게링턴에게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복잡한 형식이어서 노래와 드라마를 합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 배우들은 감정을 많이 표현하는 데 강한 것같다”면서 “아마 웨스트 엔드에서 공연했다면 가장 힘든 부분일텐데 한국배우들이 감정적인 부분에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평했다.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현장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 연습현장

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내전으로 오랫동안 분열된 땅인 ‘소박’에 있는 콘스탄자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으로 여자들만 남은 이 마을을 무대로 세 남녀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버린 과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렇지만 원작 <산불>과 달리 남과 북의 충돌과 좌우 이념대립은 태양군대와 달군대가 번갈아 마을을 점령하는 상황으로, 그리고 숲을 지키려는 쪽과 파괴하려는 쪽이 대립하는 우화적 구도로 틀을 바꿔 녹여냈다.

<댄싱 섀도우>에 앞서 이 뮤지컬의 원작인 연극 <산불>도 때마침 22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두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588-7890, 1544-1555, 1566-1369. www.dancingshadows.co.kr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viator@hani.co.kr


원작 ‘산불’과 차이는
한국적 주제를 누구나 공감할 현대 우화로

지난해 6월 타계한 차범석이 남긴 전후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 <산불>은 한국전쟁 당시 과부만 남은 소백산맥 자락 산골 마을에 부상당한 인민군 규복이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란 극한 상황 속에서 본능과 욕망에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댄싱 섀도우>는 원작의 주제의식과 기본 구성을 그대로 남겨둔 채 시대적 제한과 지역색을 표백해 세계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도록 인간과 자연의 공존, 물질과 정신의 갈등을 그리는 현대 우화로 탈바꿈시켰다.

남북한의 이념 전쟁은 마을 주민의 안식처인 ‘영원의 숲’을 노리는 태양군과 달군의 대립으로 설정했다. 규복을 숨겨주고 사랑에 빠지는 과부 점례, 그 사실을 빌미로 규복을 공유하는 과부 사월의 3각 관계는 탈영병이자 숲을 파괴하려는 목수 솔로몬(신성록), 숲의 수호자 나쉬탈라(김보경), 열정적이고 쾌락적인 인물 신다(배해선) 사이의 애증을 낳는다. 사월의 엄마 최씨는 신다의 어머니이자 나쉬탈라와 대립하는 교활한 마마 아스터(김성녀)로 거듭난다. 나쉬탈라의 치매끼있는 아버지 타마르 노인(서희성)은 <산불>의 점례 할아버지의 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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