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미술사박물관전
빈미술사박물관전 26일부터
17세기 스페인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어릴 적 그림이 어째서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에 있을까?
이 의문을 풀려면 네 관문을 거쳐야 한다.
합스부르크 왕가. 이들은 13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배출한 이래 프랑스를 뺀 나머지 유럽, 즉 동유럽과 독일,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지배하다가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기까지 700여년동안 유럽의 패자였다. 빈은 그 왕가의 거점도시였다.
빈미술사박물관. 1891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애초에 박물관으로 지은 이곳에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700년간 유럽을 지배하면서 수집하고 대대로 물려받은 예술품을 보관하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스페인의 프라도와 함께 유럽 3대 미술관. 이집트, 그리스로마 유물, 왕궁 공예품, 보석, 갑옷, 무기, 동전 등 다양한 컬렉션 가운데 5000여점의 회화를 으뜸으로 친다.
마르가리타 테레사. 합스부르크 왕가는 스페인 문중과 오스트리아 문중 사이에 지속적인 혈연관계를 맺어왔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는 1649년 첫 아내 사별뒤 오스트리아의 마리안나와 결혼한다. 마리안나는 본래 펠리페 4세의 아들과 정혼했는데 그가 요절하면서 아비 펠리페 4세의 부인이 된다. 나이 차가 무려 서른 살. 마르가리타는 그 사이에서 난 첫 딸이다. 그 역시 나중에 레오폴드 1세로 황제가 되는 오스트리아의 삼촌과 일찍부터 정혼하여 1966년 결혼식을 치른다. 하지만 결혼직후 스물두 살 나이에 요절한다.
이제 초상화다. 스페인에서는 어릴 적부터 마르가리타의 모습을 그려 장차 시댁이 될 오스트리아로 보냈다. 요즘식으로 치면 성장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보고한 셈이다. 그래서 어릴 적 초상 석 점이 빈에 남은 것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 결혼 탓으로 유전적 특징이 두드러졌는데, 주걱턱도 그 가운데 하나다. 마르가리타 역시 그러한데, 초상화 연작을 보면 다섯 살까지 예쁘던 모습이 여덟살이 되자 주걱턱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화가는 벨라스케스. 카라바조의 강렬함과 티치아노의 화려함을 함께 녹인 화풍의 그는 소싯적 스페인 궁정화가가 되어 40년동안 펠리페 4세를 위해 일했다. 그런 인연의 그한테 늦둥이 어린 왕녀는 애틋함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왕녀의 초상화에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운명에 맞선 소녀의 영혼을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덕수궁미술관에서 26일부터 9월30일까지 여는 ‘빈미술사박물관전: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 전시는 그림 자체에 국한하지 않고 그림에 얽힌 당시의 정치·사회상을 보여주려 한다. 16~18세기 작가 54명의 작품 64점을 골랐다. 합스부르크가의 대공 페르디난트 2세, 황제 루돌프 2세, 대공 레오폴트 빌헬름, 황제 레오폴트 1세, 황제 카를 6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등 왕가의 수집가 별로 나누어 전시하는 게 특징.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바로크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최고의 컬렉션이라면서 벨라스케스의 ‘흰옷을 입은 왕녀 마르가리타’ 외에 티치아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파올로 칼리아리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들고 있는 유디트’, 헤라르트 테르 보르흐의 ‘사과를 깎는 여인’ 등을 주목해 보라고 권했다. 렘브란트가 파산해 곤궁하던 1665년께 그린 ‘책 읽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도 포함돼 있다. 전체 보험가액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고가다. 공동주최자인 문화방송에서 달리 ‘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이라고 이름붙여 선전하는 근거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바로크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최고의 컬렉션이라면서 벨라스케스의 ‘흰옷을 입은 왕녀 마르가리타’ 외에 티치아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파올로 칼리아리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들고 있는 유디트’, 헤라르트 테르 보르흐의 ‘사과를 깎는 여인’ 등을 주목해 보라고 권했다. 렘브란트가 파산해 곤궁하던 1665년께 그린 ‘책 읽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도 포함돼 있다. 전체 보험가액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고가다. 공동주최자인 문화방송에서 달리 ‘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이라고 이름붙여 선전하는 근거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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