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극으로 버무린 ‘고도를 기다리며’
대만당대전기극장 내한
국립극장서 29일부터 공연
국립극장서 29일부터 공연
20세기 후반 서구 연극사의 흐름을 돌려놓은 부조리극의 교과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중국 정통 징쥐(경극)와 만나 새로운 오리엔탈 버전으로 한국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국립극장이 ‘2007 청소년 공연예술제’의 폐막작이자 해외 초청작으로 초빙된 대만당대전기극장이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경극 버전 <고도를 기다리며(等待果陀)>가 바로 그 작품. 2005년 10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초연되었으며 한국공연이 첫 해외 나들이다. 특히 이 작품은 우싱궈가 1997년 “전통 경극과 현대 희곡의 흥미진진한 결합”을 목적으로 기획해 8년간의 준비 끝에 만들어졌다. 우싱궈가 예술감독과 연출, 각색, 작곡에 주인공 블라디미르 역까지 1인5역을 담당한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1906~1989)에게 1969년 노벨문학상을 안긴 <고도를 기다리며>는 ‘고도(Godot)’라는 정체불명의 대상을 기다리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된 삶을 보여준다. 특별한 줄거리도 없이 도보여행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앙상한 나무 한 그루만이 서 있는 황량한 들판에 앉아 오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고도를 기다리며 무의미한 대화와 공허한 행동만 반복하는 것이 공연의 전부이다. 1953년 1월 5일 파리의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되었고, 한국에는 1969년 임영웅 연출로 극단 산울림이 첫선을 보이며 대표적인 소극장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당대전기극장의 공연에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잘난 체하는 포조와 그의 노예 럭키, 고도의 전령인 소년 등 등장인물 5인의 독특한 분장과 쿵후를 연상시키는 몸짓, 경극 특유의 손짓과 눈짓 등 경극적인 색채가 두드러진다. 또한 “어떤 형태의 음악도 엄격하게 금지된다”는 원작자 베케트의 엄격한 요구에 따라 음악이나 노래를 사용하는 대신 전통 악기 얼후의 곡조에 맞춰 배우들이 중국 전통 시가를 낭독하거나 구음과 같은 경극의 기본곡조에 대사를 실어 표현하는 등의 방법으로 극적인 효과를 높혔다. 버드나무를 뒤집어 넓은 그늘을 품은 독특한 무대는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이중세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연출가 우싱궈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고백한다. “나는 자주 한숨을 쉬며 종종 흐느끼기도 했다. 나를 가장 뒤흔들었던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자고 있었나, 다른 이들이 고통 받는 동안? 내가 지금 자고 있는 건가? 내일 내가 깨어났을 때, 혹은 깼다고 생각했을 때, 난 오늘에 대해 뭐라고 말하게 될까?. 어떤 진실이 과연 존재하게 될까?’”
대만당대전기극장은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현재 대만 최고의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싱궈가 중극 전통극 예술인들을 모아 1986년 설립한 극단이다. 중국 연극의 현대화를 목표로 서양 고전을 중국 전통 공연양식으로 풀어내는 일련의 작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1년 셰익스피어의 <멕베스>를 경극으로 옮긴 <욕망의 제국>, 2003년 우싱궈의 1인10역 연기가 돋보인 <리어왕> 등으로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우리에게도 낯이 익었다. 우싱궈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식 오페라 <진시황>(장예모 연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주역으로 캐스팅되었으며, 그동안 연극 <템페스트>(서극 연출) <리어왕> <멕베스> 등과 영화 <청사> <서초패왕> <도신2> <엑시덴탈 스파이> 등에 출연하는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02)2280-4292.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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