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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 여자가 관객을 울리네

등록 2007-06-28 17:54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
“외로운 아이의 노래를 불러요/ 주머니에 가득한 호밀/ 북쪽 하늘 밑/ 외로운 야생의 새에게/ 지친 날개를 잠시 접어/ 곧 깨어나 날아가/ 야생의 새야…/ 외로운 야생의 새/ 밑을 내려다 보면/ 무엇이 보이니?/ 나의 모습?”

쉘비가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털어놓고 혼이 빠진 펄시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펄시가 모처럼 편안한 잠에 빠진다. 쉘비가 눈물 자국이 채 마르지 않은 펄시에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객석 어디선가 ‘흑’ 하는 울음소리가 삐져나왔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스핏파이어 그릴>(연출 김달중)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작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따뜻한 뮤지컬이다. 대극장 뮤지컬 같은 화려한 무대와 의상, 현란한 춤과 음악은 없지만 긴장감과 따뜻함이 있는 이야기와 편안한 음악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다.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옥살이를 하고 나온 여주인공 펄시가 길리아드라는 서부의 조용한 마을 ‘스핏파이어 그릴’이라는 작은 식당에서 일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펄시, 그리고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한나, 남편과 집안에 갇혀 자신을 잃고 사는 쉘비 등 세 여자가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다른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관객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어쿠스틱 기타와 바이올린, 첼로 등이 어우러진 포크스타일 음악(음악감독 변희석)도 자칫 지루하고 딱딱하기 쉬운 연극 같은 뮤지컬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암을 딛고 일어서 30년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이주실씨가 한나 역을 맡았고, <화성에서 꿈꾸다> <미녀와 야수>의 주역 조정은씨가 펄시 역을, <오페라의 유령> <돈키호테>의 이혜경씨가 쉘비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96년 선댄스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을 수상한 동명 영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도 호평받았다. 8월5일까지. (02)3485-8700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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