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
데이미언 허스트, 소더비 최고가 경신
알약·장난감 이용 공장식 작품생산
알약·장난감 이용 공장식 작품생산
영국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지난 21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생존 예술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960만파운드(약 178억원)로 최고값을 갈아치운 작품은 수공으로 만들어 채색한 6천여개의 알약을 진열해 놓은 거대한 진열장인 〈자장가 봄〉(Lullaby Spring). 언뜻 보아 허접해 보이는 작품이 최고값으로 거래되는 데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의 명성은 작품과 자신의 행동을 통해 끊임없이 일으키는 스캔들 사이에 존재한다. 그가 무엇을 하든 비평가나 타블로이드신문들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 “예술은 삶에 관한 것이고 삶은 돈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명성이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의 발언 중 일부다. 그는 스캔들이 현대 미술작품의 일부임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구매자 역시 그에 동조함으로써 명성과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그의 스핀페인팅 작품을 사기 위해 구매자들이 줄을 서 있으며 동물의 시체를 넣은 유리탱크를 사려고 갑부들이 지갑을 여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의 작품은 회화, 캐비닛조각, 유리탱크로 된 것 등 세 종류. 회화는 알록달록한 점을 수평으로 배열한 점그림과 회전하는 캔버스에 페인트를 부어 만든 소용돌이그림. ‘오리지널’을 구하려 줄을 선 사람들을 위해 8분에 하나꼴로 조수들이 제작한다. 캐비닛 시리즈는 수술도구 또는 수백 개의 약병 또는 알약을 전시한 것이고 ‘탱크’는 전체 또는 잘린 소, 양,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유리상자에 절인 것.
그의 유명세는 아무래도 유리탱크 작품에서 나온다. 〈천년〉(1990)은 유리상자 속에 썩어가는 소의 머리를 집어넣은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구더기, 파리, 살충기가 삶과 죽음의 순환을 보여주었다. 1996년 뉴욕 개인전 때 동물 사체의 냄새가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며 뉴욕시 보건당국이 썩어가는 암소와 수소 전시를 금지했다. 하지만 전시회는 대박이 나 10만명이 관람했다. 20피트 높이에 10톤짜리 청동조각인 〈찬가〉(2000년)는 장난감 회사의 ‘어린이용 해부세트’를 확대한 것. 완구회사와 저작권 분쟁이 벌어졌는데, 자선기관에 100만파운드를 배상하는 것으로 법정 밖 타협을 봤다.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옹호와 폄하가 엇갈린다. 설치, 사진, 영화, 음악, 회화, 저술 등 그의 전방위적 행위는 현대 예술의 패러다임, 즉 토털워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는다. 유리탱크 속의 상어는 복제와 실제 세계의 간극을 없앴으며 현대 도시문화의 소외와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의 최대 후원자인 런던 사치갤러리의 주인은 그를 천재라고 치켜세우고 어떤 이는 쉽지 않은 위험을 감수하는 비즈니스맨 또는 영국 예술운동의 선구자라 말한다. 그의 독창성이 평생 그림 근처에도 가지 않을 사람들을 갤러리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평도 있다. 한편에서는 그의 작품을 ‘죽은 동물 더미’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가난과 무명의 어려움을 견딘 까닭은 예술이 가진 심오한 의미일 터인데 20여년 동안 양의 사체를 약품에 절이는 것은 그의 작업이 예술의 내재적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품 혹은 유명세를 위한 것임을 말한다는 주장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자장가 봄〉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옹호와 폄하가 엇갈린다. 설치, 사진, 영화, 음악, 회화, 저술 등 그의 전방위적 행위는 현대 예술의 패러다임, 즉 토털워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는다. 유리탱크 속의 상어는 복제와 실제 세계의 간극을 없앴으며 현대 도시문화의 소외와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의 최대 후원자인 런던 사치갤러리의 주인은 그를 천재라고 치켜세우고 어떤 이는 쉽지 않은 위험을 감수하는 비즈니스맨 또는 영국 예술운동의 선구자라 말한다. 그의 독창성이 평생 그림 근처에도 가지 않을 사람들을 갤러리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평도 있다. 한편에서는 그의 작품을 ‘죽은 동물 더미’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가난과 무명의 어려움을 견딘 까닭은 예술이 가진 심오한 의미일 터인데 20여년 동안 양의 사체를 약품에 절이는 것은 그의 작업이 예술의 내재적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품 혹은 유명세를 위한 것임을 말한다는 주장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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