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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미국 복판에 내걸린 반미 그림

등록 2007-06-28 18:42

성태훈씨 작품,  사군자 둘러싼 헬기·전투기
성태훈씨 작품, 사군자 둘러싼 헬기·전투기
성태훈씨, 다음달 LA에서 개인전
사군자 둘러싼 헬기·전투기 그려
“강자의 세상에 대고 말을 할 것입니다. 힘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화가 성태훈(41)씨가 7월6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스토뮤지엄에서 ‘길을 묻는다’라는 제목의 초대개인전을 연다. 2000년 베이징, 2006년 베를린에 이은 세번째 외국에서의 개인전이다. 이번 LA 전시회는 같은 주제의 독일 전시회가 인연이 됐다.

그가 싣고가는 것은 매난국죽, 전통 동양선비가 애호하는 사군자 그림 25점이다. 통상적인 아기자기한 사군자와 차이는 큼직큼직하다는 것. 대개 176cm 높이다. 서양인 키와 엇비슷하니 대외용 마춤이지 싶다. 또다른 차이는 꽃 주변에 벌, 나비 대신 비행기가 날고 있다는 것. ‘또다른’이라고 했지만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다.

“가축의 피를 빠는 등에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일필휘지 수묵으로 뽑아낸 식물들 주위를 빙빙 도는 것은 세밀화로 그려낸 아파치, 치누크 헬기와 전투기들. 전투기는 꽃가루를 날라 생명을 이루는 벌나비와 달리 생명을 위협 또는 말살하는 존재다. 벌한테서 수분기능을 삭제하고 침만을 극대화한 것이 전투기일 터. 커다란 매난국죽은 생뚱한 전투기에 둘러싸여 멍청하게조차 보인다. 작가는 인터넷에서 미군, 전투기 등 두 가지 키워드로 이미지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을 보면 바로 2001년 미국의 9·11 테러가 떠오른다. 무역센터 빌딩을 향해 돌진해 수천 명의 목숨과 바꾼 자폭 비행기. 작가 역시 자기 그림이 9·11 테러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6년전 참혹해서 도리어 영화 같았던 비극이 한국의 젊은 화가 눈을 거쳐 거석같은 빌딩 자리에 매난국죽이 버티고 선 모양새다.

“테러와 전쟁은 바로 똑같은 테러와 전쟁을 부릅니다. 그런 악순환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돌아보자는 거죠.” 성씨는 미국에 가서 당당하게 그런 얘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못할 게 뭐 있냐고.

동학유적지를 답사하면서 근대사를 화폭에 푸는 작업을 하다가 초등학생 딸이 텔레비전을 통해 9·11 테러를 보면서 재미있어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2002년 세번째 개인전부터 시대를 향한 발언을 시작했다. 전통적인 동양화의 세계에 안주할 수 없었고 그러한 고민은 껄끄런 내용을 담는 실험적 작품으로 나왔다. 내용보다는 형식실험에 치중하는 화단에 던진 충격.


7월30일부터 보름동안 홍대앞 꽃갤러리에서 LA전시 그 작품들이 그대로 걸린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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