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샤를르 뒤투아(왼쪽)와 샹탈 쥬이에. 정상영 기자
20세기 프랑스와 러시아 음악을 탁월하게 해석하기로 평이 난 세계적인 지휘자 샤를르 뒤투아(71)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오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초청공연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아 그의 대표적인 연주 레퍼토리인 라벨과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들을 들려준다. 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안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1974년 서울시향을 지휘하는 뒤 33년 만에 다시 지휘하게 된 소감을 물었다. 그는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돼 기쁘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진용이 너무 바뀌어서 서울시향과는 거의 첫 연주라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날 오전 한 차례 리허설을 마친 소감에 대해서도 “처음 리허설은 언제나 그렇지만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뒤 “스타일을 잡는 데 포커스를 두고 연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습이 끝나기 30분 전쯤에는 달라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연습이 계속되고 연주회가 다가오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1959년 이후 세계의 내로라 하는 오케스트라들의 지휘를 맡아온 그에게 정명훈씨가 예술감독에 취임한 뒤 서울시향 단원들이 젊은 연주자로 교체되는 등의 변화한 것에 대해 묻자 “서울시향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오케스트라들이 30대의 젊은 연주자로 교체되고 있는 추세”라고 평했다. 뒤투아는 “특히 동양의 젊은 연주자들이 주로 외국에서 교육을 받아 기량은 뛰어나지만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음악의 스타일이나 사운드에 대해서 연륜을 쌓기 위해서는 음악의 다양성을 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뒤투아는 오토 클렘페러, 주빈 메타의 뒤를 이어 1977년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25년 동안 지휘하면서 이 오케스트라를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받고 있다.
그가 보는 한국 음악의 전반적 수준은 어떨까? 그는 “젊은 연주자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또 외국에서 공부한 분들을 사사해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룬 것 같다”며 지휘자 정명훈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남매를 가리키는 ‘정 패밀리’를 예로 들었다.
지휘자로서의 철학을 묻자 멋적은 웃음을 지으면서 “지휘를 제일 좋아할 뿐 아니라 지휘에는 교육과 경영, 과학 등 온갖 복합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아름다운 것같다”고 대답했다. 또 그는 “지휘를 하면서 훌륭한 작곡가나 연주자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작업할 수 있으며, 나이가 듦에 따라 그런 경험들을 젊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주회 레퍼토리에 대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혼자 결정하지 않고 초청자와 공연 자문역을 맡고 있는 마이크 타이와 상의한다”면서 “올해가 스트라빈스키 탄생 125돌이자 라벨이 죽은 지 7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6일 오후 8시 열리는 연주회에서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어미거위>와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몬트리올심포니 악장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 샹탈 쥬이에가 협연자로 참여한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지휘자 샤를르 뒤투아.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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