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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의자의 ‘고전’이 된 의자

등록 2007-07-05 17:30

에펠탑 의자.
에펠탑 의자.
가구디자인 거장 ‘찰스 임스’전

어? 이게 그 유명하다는 찰스 임스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02-580-1498)에서 7월31일까지 열리는 ‘탄생 100주년 기념, 세계 가구 디자인의 거장 찰스 임스’전에 가면 디자인이 무척 친숙한 의자와 소파가 있다. 친숙함은 무수히 복제되어 주변에 널린 데서 비롯한다.

찰스 임스, 정확히는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트레이드마크는 성형합판으로 만든 라운지 의자다. ㄴ자 뼈대 아래 크고 작은 두 ㄷ자로 다리를 삼고, 뼈대 위에는 크고 작은 두 널판을 수평, 수직으로 고정시킨 것으로 1945년 무렵 작품이다. 50년대 초에 만든 소위 ‘에펠탑 의자’도 유명하다. 긴 마름모꼴 철사 두개를 ㄷ자로 구부려 교차시켜 다리로 삼고, 그보다 작은 긴 마름모 철사 두개를 교차시켜 위로 구부려 붙여 받침대로 삼은 뒤 그 위에 우묵한 ㄴ자 플라스틱판을 고정시킨 것. 5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무실용 의자와 소파를 내놨다. 알루미늄 골조에 가죽 패드를 얹어 안락한 동시에 중후한 멋을 풍긴다.

사진 위부터 찰스 임스의 대표작인 소파, 라운지 의자,
사진 위부터 찰스 임스의 대표작인 소파, 라운지 의자,
디트로이트의 크랜브룩 예술아카데미에서 만나 부부가 된 찰스 임스(1907~1978)는 기계 구조와 조립에 능했고 레이 임스(1912~1988)는 뉴욕의 모던아트와 미국식 추상예술 세례를 받았다. 로스앤젤레스로 옮겨간 이들 부부는 2차대전 중 군용 부목을 납품하면서 얻은 새로운 재료와 기술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먼밀러사와 손잡고 가구 생산에 나섰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고객과 사회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맞추는 것. 값싸지만 고급한 것으로 수렴된다. 부부의 디자인은 모순적인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었고 그 시도는 성공했다.

주요 소재는 성형합판, 강화플라스틱, 구부리거나 용접한 철망, 알루미늄 주물 등 네 가지. 임스 부부의 디자인 작업을 꿰는 개념은 기능주의다. 쿠션가구 대신 3차원으로 생긴 판, 탄력적인 재료로 인체를 편안하게 포용하는 것이다. 바닥-등판 일체형이 교차부에서 장력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닥-등판 분리형으로 가닥을 잡은 이래 부부가 디자인한 의자와 소파는 분리형의 변주들이다. 강화플라스틱은 철저한 파괴실험을 거쳐 선택되었고, 철제 다리는 입체 삼각형의 최소 조합으로써 최대의 힘을 지탱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도입한 ‘표준모델’은 대량생산의 물꼬를 텄다. 이들은 전쟁 뒤 가구 디자인의 기본개념을 넓혀 값싸고 기능적인 ‘참전용사를 위한 조립주택’에 적용하기도 했다.

부부의 디자인은 지금의 눈으로 보면 다소 진부해 보이지만 모순적인 목표에 도전해 이를 이뤄낸 그들의 정신과 그 속에 담긴 기본 개념은 아직 유효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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