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록의 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록의 유전자는 여전히 모든 대중음악 장르에 걸쳐 흐르고 있고, 젊은 음악인들과 음악팬들은 록의 세례를 받으며 음악에 빠져들고 있다. 올여름, 처절한 록발라드부터 여러 장르와 뒤섞이는 최신 록음악 경향까지 다양한 록음악들이 음악팬들을 찾아온다. 세대를 초월해 젊은 음악팬들의 심장 박동을 끌어올렸던 록음악계의 쟁쟁한 노장·중진들이 건재를 과시하듯 잇따라 새 음반을 냈다. 우선 눈에 띄는 올여름 록음반은 쇼크록의 대표주자 오지 오스본(59)의 신보 〈블랙 레인〉이다.
잠시 미국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오스본 패밀리〉에 출연하는 등 음악 이외의 활동이 더 두드러졌던 오지 오스본이 다시 본연의 록음악으로 6년 만에 팬들과 만나는 것이다. 오지 오스본은 헤비메탈의 대표적 그룹 블랙 새버스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뒤 1979년 독립해 록음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잭 와일드, 랜드 로즈 같은 기타리스트들과 작업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고, 특히 국내에서 수많은 록음악 마니아를 낳은 주인공이다. 이번 새 음반은 멜로디 위주의 성향을 보였던 91년작 〈노 모어 티어스〉의 궤적을 따라간다. 오지 오스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기괴하면서도 음산한 목소리, 파괴적인 음악 대신 부드럽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앞세운다. 미국에서는 나오자마자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90년대 이후 세계 음악계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며 이후 여러 밴드들한테 영향을 끼친 마릴린 맨슨도 4년 만에 모처럼 새 음반 〈이트 미, 드링크 미〉를 발표했다. 괴기스런 목소리와 파괴적인 선율을 바탕으로 특유의 우울함이 녹아 있는 음악 분위기는 여전하다.
〈홀리데이〉 〈스틸 러빙 유〉 등으로 록발라드에 관한 한 한국 팬들에게 가장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스코피언스의 신작 〈휴머니티-아워 아이〉도 록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듯하다. 보컬 클라우스 마이네의 맑은 목소리와 루돌프 솅커의 현란한 기타 연주도 여전하다. 〈더 게임 오브 라이프〉 같은 서정적 발라드와 〈더 퓨처 네버 다이스〉 같은 강한 록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 수록곡 〈휴머니티〉는 웅장한 현악 편곡이 돋보이는데, 30여년의 관록이 느껴진다.
전세계적으로 1억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치운 록스타 본 조비도 열 번째 음반 〈로스트 하이웨이〉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음반은 록에 컨트리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본 조비는 이미 영화 〈영건스 2〉에 삽입됐던 솔로 음반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로 록과 컨트리의 결합을 시도한 바 있는데, 이번 음반은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음반으로 본 조비는 1988년 〈뉴 저지〉 이후 20년 만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이 밖에 80~9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계에서 이름을 날린 캐나다 그룹 러시의 새 음반 〈스네이크스 앤드 애로스〉, 연주력에서는 단연 최고로 꼽히는 드림 시어터와 스래시 메탈의 대명사 메가데스의 음반 〈시스터매틱 하우스〉와 〈유나이티드 어보미네이션스〉도 여름휴가철을 맞아 모처럼 예전에 듣던 록음악이 그리운 사람들에겐 눈여겨볼 만한 음반들이다.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룬5와 린킨파크, 트래비스, 악틱 몽키스 등 신세대 록그룹도 모두 새 음반을 발매했다. 최근 재결합 소식을 알린 폴리스는 3일 베스트 음반 <더 폴리스>를, 스매싱 펌킨스는 10일 새 음반 〈자이트가이스트〉를 선보인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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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니비엠지·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