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불혹의 발레리나 “너무 행복해요”

등록 2007-07-12 17:27수정 2007-07-12 19:20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년 강수진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년 강수진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년 강수진씨
 
지난 7일 밤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발레극장에서는 매우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이날 독일이 자랑하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서 줄리엣 역의 프리마 발레리나가 등장하자 객석을 가득 메운 1500여명의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수진 강’이 박힌 기념 현수막이 내려오고 발레단 단원 70여명이 차례차례 그에게 장미꽃 7송이씩을 헌화하자 오페라발레극장은 또다시 환호와 박수갈채가 울려퍼졌다.

 이날 공연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종신단원이자 수석무용수 강수진(40)씨의 입단 20년을 기념해 헌정한 공연이다. 400년 전통의 세계 정상급 발레단이 현역 단원을 위해 헌정공연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가 1993년 1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던 작품이기에 그의 기쁨은 더욱 컸다. 10일 국제전화로 만난 그의 맑은 목소리에는 아직도 7일 공연의 감격이 묻어있었다. “1986년에 입단했으니 올해로 21년째가 되네요. 올해 2007년 7월7일이 7이라는 행운의 숫자가 3번이나 들어있어 운이 좋은 날이라며 발레단에서 공연날을 잡았다고 해요. 3월에도 과분하게 ‘카머탠처린’으로 선정되었고, 또 제 첫 발레화보집도 출간돼 몹시 기뻤는데 헌정공연까지 선물받았으니 올해는 기분좋은 해인 것 같습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년 강수진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년 강수진씨
헌정공연서 기립박수·장미세례
명인 ‘카머 탠처린’ 선정 이어 경사
25일부터 국내 공연·화보집 출간
“발레 없는 삶 상상할 수 없어요”

 그는 지난 3월27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로부터 독일의 궁중무용가를 뜻하는 ‘카머탠처린’(Kammertaenzerin)에 선정됐다. 예술의 최고 경지에 오른 명인에게 부여하는 상으로, 동양 출신으로는 그가 처음이다. 그의 발레화보집은 독일 사진작가 군델 키리안이 19살난 한국의 발레리나가 무명시절부터 스타가 된 지금까지 21년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활동한 사진 등을 담아 출간한 것이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 3개 국어로 나왔다. 

 그에게 과연 발레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삶입니다. 제 삶은 발레 없이는 상상할 수 없어요.” 그다운 말이다. “21년 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매일 매일 연습하고 공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는 “뛰어난 발레리나가 되려면 당연히 재능과 체력 등 모든 것이 다 갖춰져야 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재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수진씨의 발
강수진씨의 발
 그가 지독한 연습벌레란 것은 유명하다. 1999년 발레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느와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에 이어, 독일 궁중무용가 작위인 ‘카머탠처린’까지 발레리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모두 누리고 있지만, 지금도 공연이 없는 날에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6~8시간씩 연습한다. 젊은 시절에는 공연을 앞두고 19시간씩 연습한 때도 있었다. 한 시즌에 토슈즈 150여개를 갈아 신어야 했다. 몇해 전 뼈가 뒤틀리고 발가락 마디마다 굳은 살이 옹이처럼 박힌 그의 발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고은 시인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발이 아닙니다. 사람의 발을 닮은 나무뿌리도 아니고 사람들 놀래켜주자고 조작한 엽기사진 따위도 아닙니다. 명실공히 세계 발레계의 톱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입니다”고 놀라움과 감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에게 누군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하더라고 하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유, 옛날보다 더 이상해졌어요. 그래도 할 수 없죠 뭐. 제 발이니깐요.”

 항상 최연소,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 2000년 발목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1년을 쉬어야 했다. “다시 무용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극복하지 못하고 몇달간 헤매기도 했죠. 하지만 무용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는 “그 때 제 신랑 둔치 소크만이 ‘너는 할 수 있다’고 항상 말해줬고, 레드 앤더슨 발레단 예술감독이 ‘언제든지 시간이 걸려도 기다릴 테니까 걱정말라’고 격려해 주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그때를 돌이켰다.

 올해 한국 나이로 불혹을 넘겼지만 그는 오히려 “요즘이 예전보다 컨디션이 더 좋다”고 전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몸이 따라줄 때까지 발레를 하고 싶다”며 무용수로서의 열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 열정을 바로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07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문의 02-3674-2210)에서 한국팬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엘지아트센터와 노원문화예술회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월드 발레리나 강수진과 친구들’이라는 부제에 맞게 그가 직접 예술감독을 맡는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퍼스트솔리스트 김지영씨를 비롯해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김세연,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유지연, 독일 에센발레단 장유진, 네덜란드 할릴리무용단 차진엽씨 등 그가 함께 공연하고 싶은 무용수 6명을 직접 선정했다. 또 김주원 김현웅 이정윤(이상 국립발레단) 황혜민 엄재용(이상 유니버설발레단) 등 국내 후배 무용수들도 불렀다.

 그는 이 공연에서 같은 무용단의 이르지 옐리네크와 짝을 이뤄 그가 좋아하는 존 크랑코 안무의 <오네긴> 3막 중 파드되(2인무), 컨템포러리 발레 <컴 네블> 등을 선보인다. 또 베를린 국립발레단의 로날드 사브코비츠와 함께 컨템포러리 발레 <그랑 파 클래식> 중 파드되도 춘다. 그는 “라이프치히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우베 슐츠와 네덜란드 갈릴리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이작 갈릴리,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임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피크 등 세계 유명 안무가의 17개 작품을 국내 초연한다”고 자랑했다. 또 22일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의 발레화보집 <강수진>의 출판기념회도 갖는다.

 “외국에 나가서 잘하고 있는 무용수들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 국민들에게 좋은 발레를 보여주고 싶었고요. 한국의 팬들께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봐주시고 사랑해주신 마음을 알기 때문에 늘 격려가 되고 힘이 됩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군델 키리안 제공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년 강수진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20년 강수진씨
 다음은 그와 국제전화로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으로부터 입단 20주년 기념으로 헌정공연 <로미와와 줄리엣>을 선물받았는데 소감을 말해달라. 7월7일이 운이 좋은 날이라고 발레단이 공연날자를 잡았다. 특히 2007년 7월7일에는 행운의 숫자 7이 3개나 들어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에서 현수막을 내려주었다. 관객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 마지막에는 꽃사례가 있었다. 발레단 단원 70여명이 한 사람마다 장미꽃 7송이를 선물했다. 무대가 온통 장미꽃으로 장식됐다. 너무 기뻤다.

 발레단에 입단한 것은 올해로 21년째이지만 입단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매일 매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에게 발레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발레 없이는 상상할 수 없어요.

 -처음 발레를 하게 된 동기는?

 =한국무용하다가 어머니(구근모·68)의 권유로 중학교 1학년 때인 11살에 늦게 시작했습니다.

 -뛰어난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당연히 모든 것이 다 갖춰져야 합니다. 재능과 체력과 모든 것이 다 갖춰져야 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99퍼선트의 노력과 1퍼센트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이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2000년 발목 뼈가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1년간 쉬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다시 무용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극복하지 못해 몇달간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부상이 나아지는 것을 보고, 당연히 무용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신랑(둔치 소크만)이 많이 도와주었어요. “너는 할 수 있다”고 항상 격려해줬지요. 또 발레단 리드 앤더슨 감독도 “언제든지 시간이 걸려도 기다릴 테니까 걱정말라”고 격려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하루에 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30분부터 1시간 30분간 연습합니다. 아침을 먹고 발레단에 가서 10시반부터 저녁 6시30분까지 연습합니다. 공연이 있을 때는 밤 11시반까지 연습합니다. 

 공연이 없으면 주말에는 신랑과 사우나하러 갑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뚜렷한 취미생활은 없어요. 그냥 영화보고 잠자기 전에 책보고 음악 듣고 합니다.

 -발 관리와 몸 관리 등 건강관리와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하나요?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 음식을 잘 먹는다. 1주일에 한번씩 발관리센터에 가서 발관리한다.

 -누군가 당신의 발 사진을 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하던데.

 =요즘 발모양이 더 이상해졌어요. 할 수 없죠 뭐 제 발이니깐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모든 공연이 다 기억나지만 굳이 꼽는다면 98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했던 <오네긴>을 들겠어요. 또 올 1월 파리 오페라극장에 했던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지난해 4월 비엔나 오페라극장에서 게스트로 출연했던 <오네긴>도 기억납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공연은 <춘희>와 <오네긴>입니다.  몇달 전에 함부르크발레단의 초청으로 함부르크극장에서 <춘희>를 공연했어요. 평소 좋아하는 존 노마이어가 안무한 작품이라서 더 좋았어요.

 -꼭 하고 싶은 공연이나 파트너로 함께 하고 싶은 발레리노는?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았어요. 그래서 참 심심한 편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만약 은퇴한다면 제2의 인생 계획은?

 =요즘이 예전보다 컨디션이 더 좋은 것같습니다. 은퇴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몸이 따라줄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은퇴한 뒤에도 발레세계에 있고 싶습니다. 후배들과 작업하면서.  제 문은 다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컨디션에 잘 맞는 것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안무가는 재능이 없어서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남편 둔치 소크만은 어떤 사람인가요?

 =완전히 저는 운좋은 여자입니다. 신랑도 예전에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무용수였어요. 신랑이 너무 착하고 모든 것을 다해주니까 더 바랄 것이 없어요. 특별히 더 해주고 덜 해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완전히 정신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해줘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웃음)

 -2세 계획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 때가 되면 되는 거지요. 지금은 강아지 둘과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행복해요.  여자 강아지 캔디는 2살이고 남자 강아지 킹콩은 1살이죠. 고양이 술탄은 벌써 14살이나 되었어요.

 -발레를 지망하려는 어린이들이나 현재 발레를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선 당연히 진짜 발레를 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발레는 무대에는 아름답지만 무대 뒤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받쳐줘야 해요. 인내심이 중요한 거죠. 의지, 자기와의 경쟁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두가지만 할 수 있다면 이미 수준이 올라가 있는 거죠.

 -25일부터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던데?

 =외국에서 나와서 잘하고 있는 우리 무용수들이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후배 무용수들이 다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다 모여서 서로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 우리 국민들에게 좋은 발레와 자랑스러운 우리 무용수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요즘 한국 관객들이 수준이 높아졌잖아요. 발레를 항상 사랑해주시는 것을 감사하는 무대라고 생각하면 되요.

 -당신을 좋아하는 한국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를 어렸을 때부터 봐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 항상 감사드리죠. 늘 그런 것을 알기 때문에 격려가 되고 힘이 됩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