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상하고 아름다운 ‘마녀의 숲’

등록 2007-07-12 17:54

김소라 ‘헨젤과 그레텔’전
김소라 ‘헨젤과 그레텔’전
김소라 ‘헨젤과 그레텔’전

김소라의 ‘헨젤과 그레텔’. 구연동화를 연상하고 오면 대략 낭패다.

1965년생 작가는 비엔날레 전문. 98년부터 10년동안 국내외 유명 비엔날레 단골 초청작가였다. 상품성과 무관한 실험적인 작품과 난해한 첨단·토털 아트워크가 주특기다.

자! 전시장을 휘 둘러보자. 온/오프를 반복하는 불빛과 시엠송, 어두운 방 안 나무-벤치들과 숫자로 된 액자, 맛이 간 등장인물의 비디오들. 그게 다다! 유명작가에다 예술적이라는데, 통 필이 꽂히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 웬만하면 다 그렇다.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 그리고 작품에 빠져보시라. 김소라는 개념놀이를 즐기는 작가다. 컴퓨터 프로그래밍하듯이 여러 개의 개념을 얼기설기 짜넣는 게 장기임을 명심하라.

우선 전시제목 ‘헨젤과 그레텔’. 그림동화다. 가난한 부모에 의해 숲속에 버려진 어린 남매 얘기. 관객한테 길을 잃고 자신의 작품세계로 들어오라는 손짓이다. 이러한 권유는 첫째 방에서 반복된다. 영문점자, 변형된 시엠송, 연시 등 황당한 조합이 그것이다. 일종의 워밍업.

다음, 검은 방으로 들어가면 나무와 평상 8짝이 놓여있다. 나무는 진짜기둥에 가짜잎이다. 검은 색 평상에는 사무용 조명등이 켜 있다. 여기는 ‘헨젤과 그레텔’의 숲이다. 그렇게 믿으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평상에 책을 펴놓고 함께 온 동료와 얘기를 나눠보라. 그럼 사무실이나 찻집이다. 물론 일어서면 다시 동화 속.

벽에 걸린 액자 이후 다음 방은 업그레이드 된 ‘헨젤과 그레텔’이다. 숫자가 뿌려진 예쁜 액자는 올해 4월3일 한 일간지 지면들이다. 신문은 사건과 문자의 집적이자 현실의 거울. 잠깐 방심하면 맥락을 잃어버리는 숲이라는 거다. 다음 방에서 작가는 하루치 신문을 가지고 ‘논다’. 기사와 광고를 조합해 ‘헨젤과 그레텔’ 같은 희한한 이야기를 다섯 개나 만들어 비디오로 찍었다. 예컨대, ‘과외 한번 안 받은 ‘섬소녀들의 반란’’ 제목의 기사. 어느 섬의 여고생 둘이 미국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00투자증권 선전광고. 해가 갈수록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거위가 낳은 황금알 다섯 개의 그림으로 설명한다. 작가는 이 두 가지를 버무려 도시의 숲으로 유학 온 섬소녀들이 상으로 주어진 황금알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실제로는 시멘트 교각이 흉물스런 잠수교를 오가며 가끔씩 달걀을 까먹은 것으로 구현된다.

구연동화를 연상하고 오면 단연 성공이다. 작가는 매력덩어리 동화가다. 무엇을 느낄까? 그건 멋대로 하시라. 국제갤러리(02-3210-9800). 8월26일까지. 이번을 계기로 전시형 작가가 상품형으로 바뀔지도 주목거리.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