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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팝의 사건·사고 60년] 서태지와 아이들, 현진영

등록 2007-07-19 17:56수정 2007-07-19 21:12

‘한국판 아이돌’ 빅뱅 주도
1992년 2월17일 미국의 5인조 보이밴드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내한 공연을 했다. 이 공연은 청중 1명이 유명을 달리한 ‘압사사고’라는 불행한 사건으로 기억에 남고 말았다. 이 사건 직후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중문화 무차별 때리기’가 횡행했던 것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때 ‘때리기’ 가운데에는 ‘우리 청소년들이 외국의 팝 스타에 난리를 피워서 되겠느냐’라는 논조도 있었다. 1969년 클리프 리처드, 1980년 레이프 가렛의 내한 공연 뒤에 시끌시끌했던 여론이 또 한번 반복되었다.

그런데 대략 11~12년에 한 번 정도로 되풀이되던 이런 여론의 반응은 이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양의 우상에 열광하는 한국의 청소년’이 점차 소멸했다는 이야기일텐데, 이 가운데 ‘서양의 우상’도, ‘한국의 청소년’도 소멸하지 않았다면 어찌된 영문일까. 답은 간단한데, ‘국산 우상’이 한국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 기점은 1992년으로 잡아야 마땅한데, 이해 3월, 그러니까 뉴 키즈 온 더 블록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 뒤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음반이 발표되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한 해 동안 각종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대해서는 아직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불러일으킨 ‘댄스음악 열풍’은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듯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1992년 하반기부터 1993년 상반기까지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노이즈의 〈변명〉, 이현우의 〈꿈〉 등이 연발로 히트곡 행렬에 가담했고, 이런 진화는 1993년 6월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으로 새로운 순환을 시작하면서 확대재생산을 계속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철이와 미애, 잼, 잉크 등 당시 명멸한 댄스 그룹들의 이름을 들으면 묘한 추억에 잠길 것이다.

이런 흐름은 1990년대 초반의 흐름을 넘어서 가요계의 시스템을 확립시켜 버렸고, ‘신세대 가요’가 무엇인지를 정의해 버렸다. 테크노, 하우스, 레이브, 정글 등의 클럽 댄스음악 장르 이름들이 아직 생경하던 무렵, 나이트클럽에서 울려 퍼지던 전자음이 텔레비전을 통해 안방을 점령했고, 이를 통해 가수는 ‘텔레비전에 나와서 춤을 추는 아이돌’과 동의어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가요’는 복잡한 생각과 진지한 메시지를 최소화한 대중연예로 재탄생했고, ‘가수’는 ‘팬들의 열광을 받는 스타 연예인’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했다.

한 가지 더. 서태지와 아이들, 이현우, 현진영, 김건모의 경우에서 보듯 ‘흑인 댄스음악’을 가요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신세대 가요의 하나의 공식이 되었고, 이제는 이른바 ‘케이-팝’의 한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15년이 지난 지금 당시 댄스가요의 주역들은 록, 재즈, 힙합 등의 이름 아래 진정성을 갖춘 아티스트로 평가받(으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때보다는 날이 무뎌진 것 같다. 모름지기 연예활동이란 멋도 모르고 할 때가 제격이고, 그럴 때 ‘반항’이라는 찬사도 뒤따라 다니는 법이다.

신현준/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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