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고 있는 독수리’.
고물 ‘뚝딱뚝딱’ 독수리 세마리
재활용품에 상상력 보탠 ‘정크아트’
발상의 전환·풍자·해학이 톡톡
“고물자연사박물관 여는게 목표” 굴삭기 발톱, 오토바이 머플러, 고기 운반용 롤러체인을 합치면 독수리. 변압기 뚜껑, 자동차브레이크라이닝, 가스통안전마개를 합쳐 바다거북. 언뜻 멀쩡한 동물이지만 뜯어보면 웃기는 고물 쇳덩이 조합, ‘정크 아트’다. 고물이 본래 있었던 자리를 알고 나면 웃음이 나온다. 작년에 이어 돌아온 ‘반쪽이의 고물자연사 박물관 Ⅱ’. 고물상에서 뜯어낸 재활용품으로 만든 작품 300여점이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19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전시된다. 〈반쪽이의 육아일기〉, 〈평등가족 반쪽이네 가족일기〉 등 만화작가로 알려진 ‘반쪽이’ 최정현(47)씨가 산업폐기물과 고물에 맛들인지 20여년.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을 작년에 북촌미술관에서 전시해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두번째 전시회다. 정크 아트의 재미는 역시 돋보이는 상상력. 엿장수 가위, 망치, 옛 문고리, 장도리 둘을 빨래판에 붙여 ‘벽걸이용 소머리’로 둔갑시켰다. 사무실용 의자를 뜯어 윗부분인 등받침, 팔걸이, 주름입힌 뼈대로는 ‘코끼리 대가리’를 만들고 아랫도리 다섯 발짜리 다리로는 ‘문어발’을 만들었다. 플라스틱 화분을 뒤집어 전등갓을 만들었을 줄이야. 상상력은 때로 장난스러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현실화해 솥뚜껑으로 자라를 만들었다. 작가는 고물상이 참새방앗간이라고 했다. 어디를 오가든 코스 중간에 고물상이 끼어 있다. 고물 앞에 서면 아이디어가 샘솟아 손이 따르지 못한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버려진 전기모터 앞에서 양의 몸을 생각하고 크레인 쇠갈고리를 보고 양의 뿔을 떠올린다. 오랫동안 만화를 그려온 내공이 고물의 생김새와 동물의 움직임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맞춘 듯한 고물은 어디에도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쓸데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동물이라는 게 차렷자세로 서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인다는 사실. “바로 그게 고물작업의 묘미”라고 했다.
촌철살인 해학과 풍자도 압권. 볼펜 껍데기로 기둥 삼고 돔지붕으로 막힌 변기통을 뚫는 고무흡착기를 얹어 국회의사당을 만들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녹슨 철모를 이용해 만든 ‘미국을 먹여 살리는 장수거북’은 어떤가. 빨간 소화기로 만든 펭귄은 녹아내리는 남극의 만년설을 이야기하고, 폐타이어로 만든 ‘로드킬’은 동물 이동로 없는 고속도로를 떠올리게 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작가는 뼈로 된 동물은 한번 보면 질리지만 고물로 된 동물은 여러번 봐도 재미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만들어 실제로 ‘고물 자연사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팔라는 것을 마다고 작품을 컨테이너와 작업장에 쌓아두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고물로 만든 건물도 생각해 두었다. “그런데 고물땅은 쉽게 안 보이네요.”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발상의 전환·풍자·해학이 톡톡
“고물자연사박물관 여는게 목표” 굴삭기 발톱, 오토바이 머플러, 고기 운반용 롤러체인을 합치면 독수리. 변압기 뚜껑, 자동차브레이크라이닝, 가스통안전마개를 합쳐 바다거북. 언뜻 멀쩡한 동물이지만 뜯어보면 웃기는 고물 쇳덩이 조합, ‘정크 아트’다. 고물이 본래 있었던 자리를 알고 나면 웃음이 나온다. 작년에 이어 돌아온 ‘반쪽이의 고물자연사 박물관 Ⅱ’. 고물상에서 뜯어낸 재활용품으로 만든 작품 300여점이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19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전시된다. 〈반쪽이의 육아일기〉, 〈평등가족 반쪽이네 가족일기〉 등 만화작가로 알려진 ‘반쪽이’ 최정현(47)씨가 산업폐기물과 고물에 맛들인지 20여년.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을 작년에 북촌미술관에서 전시해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두번째 전시회다. 정크 아트의 재미는 역시 돋보이는 상상력. 엿장수 가위, 망치, 옛 문고리, 장도리 둘을 빨래판에 붙여 ‘벽걸이용 소머리’로 둔갑시켰다. 사무실용 의자를 뜯어 윗부분인 등받침, 팔걸이, 주름입힌 뼈대로는 ‘코끼리 대가리’를 만들고 아랫도리 다섯 발짜리 다리로는 ‘문어발’을 만들었다. 플라스틱 화분을 뒤집어 전등갓을 만들었을 줄이야. 상상력은 때로 장난스러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현실화해 솥뚜껑으로 자라를 만들었다. 작가는 고물상이 참새방앗간이라고 했다. 어디를 오가든 코스 중간에 고물상이 끼어 있다. 고물 앞에 서면 아이디어가 샘솟아 손이 따르지 못한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버려진 전기모터 앞에서 양의 몸을 생각하고 크레인 쇠갈고리를 보고 양의 뿔을 떠올린다. 오랫동안 만화를 그려온 내공이 고물의 생김새와 동물의 움직임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맞춘 듯한 고물은 어디에도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쓸데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동물이라는 게 차렷자세로 서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인다는 사실. “바로 그게 고물작업의 묘미”라고 했다.
촌철살인 해학과 풍자도 압권. 볼펜 껍데기로 기둥 삼고 돔지붕으로 막힌 변기통을 뚫는 고무흡착기를 얹어 국회의사당을 만들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녹슨 철모를 이용해 만든 ‘미국을 먹여 살리는 장수거북’은 어떤가. 빨간 소화기로 만든 펭귄은 녹아내리는 남극의 만년설을 이야기하고, 폐타이어로 만든 ‘로드킬’은 동물 이동로 없는 고속도로를 떠올리게 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작가는 뼈로 된 동물은 한번 보면 질리지만 고물로 된 동물은 여러번 봐도 재미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만들어 실제로 ‘고물 자연사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팔라는 것을 마다고 작품을 컨테이너와 작업장에 쌓아두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고물로 만든 건물도 생각해 두었다. “그런데 고물땅은 쉽게 안 보이네요.”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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