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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 팝의 사건·사고 60년] 김현철과 동아기획

등록 2007-07-26 18:54수정 2007-07-26 19:55

김현철 1집 <춘천 가는 기차>(1989년)
김현철 1집 <춘천 가는 기차>(1989년)
80년대 ‘언더’ 출신 마지막 주자
가수 출신 프로듀서로 각광받은 만능 음악인들이 종종 있었다. 그중에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맹활약한 경우로는 윤상이나 김현철을 손꼽을 수 있다. 20년 전쯤 김현철은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후발주자’ ‘제2의 유재하’ 등으로 불리며 신성으로 떠올랐다. 조동익의 주선으로 88년 〈우리노래 전시회 3〉에서 박학기 노래의 작곡자이자 키보드 연주자로 데뷔한 뒤, 이듬해에 박학기 1집 〈향기로운 추억〉, 장필순 1집 〈어느새〉의 작곡가, 연주자이자 프로듀서로서 다방면에 탁월한 재능을 드러내게 된다. 같은 해 발표한 1집 〈춘천 가는 기차〉에서도 풋풋한 보컬, 도회적이고 예민한 감성, 세련된 사운드를 실으며 주가를 높였다.

특히 당시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던 퓨전 재즈는 그를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김현철, 조동익, 손진태, 함춘호로 구성된 연주 프로젝트 ‘야사’ 활동에서도 그의 지향점이 잘 드러난다. 〈그대 안의 블루〉 등의 영화음악도 김현철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장필순·장혜진·이소라 등 여성 가수들의 음반에도 훌륭한 조력자로 참여했는데, 때때로 자기 목소리까지 더해 아름다운 화음을 담은 혼성 듀엣곡 ‘잊지 말기로 해’ ‘그대 안의 블루’ 등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신선한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 음악인으로 급부상한 그는 말하자면 ‘동아기획의 마지막 주자’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신촌블루스, 한영애,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 푸른하늘 등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산실이던 동아기획은 90년대 들어 (대략 김현철 이후)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게 된다. 주류 진입에 성공한 이들도 있었지만, 몇몇 이들은 또 다른 둥지를 꿈꾸었다.

그 결과 1992년께 ‘하나음악’이라는 프로덕션이 탄생한다. 이곳을 거점으로 형성된 ‘조동진 사단’에는, 조동익과 조원익을 비롯해 장필순, 한동준, 이소라, 고찬용, 조규찬 등과, 이들 몇몇이 만든 더 클래식, 낯선 사람들 등이 모여들었다.(김현철도 여기에 잠시 연관되기도 했다.) 89년부터 열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같은 행사가 하나음악의 공급처가 되어 주었다. 하나음악이 기획한 편집음반 ‘하나 옴니버스’는 신인들을 등용하는 동시에, 비슷한 정서적 유대감을 실어내는 창구 구실을 했다. 이런 ‘옴니버스’ 음반 발매는, 하나음악이 95년 잠시 해체되었다가 재결성된 97년 뒤에도 이어진 바 있다.

이처럼 동아기획 출신 음악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주류에 편입되든가, 아니면 하나음악처럼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었는데, 그 중간에 김현철이 서 있던 셈이다. 김현철은 3집 〈달의 몰락〉 이후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그 신선도는 반감되었다. 반대로, 하나음악 소속 음악인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변화·고립화의 길을 걸었다. 그것은, 왜곡된 음악 시장에서 텔레비전 방송과 주류 시스템에 친화적이지 않은 음악인들이 의도적이든 어쩔 수 없든 선택하게 되는 행로인 것일까.

최지선/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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