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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국립박물관 ‘사경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전

등록 2007-07-26 17:48수정 2007-07-26 20:37

‘부처님 설법’ 눈으로 듣는다
닥종이에 금·은가루로 그린 불경
일 소장품 40점 등 100여점 전시
고려 불교미술 예술·심미성 엿봬

고려 불교미술의 정수를 보여드립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부터 시작해 9월16일까지 ‘사경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 전시회를 연다. 변상도를 중심으로 한 전시품목은 100여점. 변상도 중 처음 공개되는 14점, 지정문화재 26점(국보 7점, 보물 14점, 일본의 중요문화재 2점)이 포함돼 있다.

변상도란 불경을 옮겨적은 사경의 앞부분에 있는 그림으로 해당 경전의 대표적인 내용을 압축하여 그린 것을 말한다. 사경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조선 초기까지 불교가 사실상 국교인 시대에 성행한 불사의 하나. 왕실 및 유력자가 국가의 평안과 국왕의 만수, 자신의 발복을 위해 만들어 봉안했다. 당대 최고 전문가가 최고의 닥종이에 금과 은가루를 아교에 개어 붓으로 썼다. 법화경이나 화엄경 등을 한글자 쓰고 절 한번 하고 하는 식으로 써 오자 하나 없으며 변상도 역시 미려하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배영일 학예연구사는 “불교국이었던 고려의 대표적인 예술품인 만큼 당대 최고의 예술성과 심미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도는 본디 당나라 돈황사원에서 승려들이 대중 앞에서 불경의 내용을 그린 그림을 걸어놓고 해당 장면을 가리키며 강의하던 데서 유래했다. 한국에서는 13세기 말~14세기 초 절정기에 이르는데, 외침과 내란을 부처의 공덕으로 물리치려 팔만대장경을 만든 시기와 일치한다. 이때 변상도의 전형이 만들어졌다.

변상도는 오른쪽에 경전의 주인이 설법하는 장면, 왼쪽에는 경전에서 가장 설화적인 내용을 뽑아 그리는 구도가 대부분. 설법장면의 비중이 크다. 부처와 보살의 얼굴은 이중 턱, 둥근 얼굴에 각이 진 이마, 긴 눈썹과 눈, 작은 입 등이 비교적 세밀하게 그려지고, 설법주는 크게, 법상 아래의 보살들은 그린 작게 2단구조로 되어 있다.

고려의 변상도는 화면 전체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연스러운 선묘를 구사하다가 구성이 복잡해지고 도안화되는 게 특징. 무신난 전후가 분수령이다. 충렬왕 무렵 전성기를 맞고 그 이후 패턴화하는 경향이 생긴다. 선이 뻣뻣하고 자주 끊기며, 부처와 보살의 경우 얼굴 윤곽선 안에 이목구비를 붙인 것처럼 도식화한다. 14세기 말에 이르면 설법도 부분이 넓어지고 법상 아래의 보살이 설법주의 법상 위로 올라오는 등 엄격한 2단구도가 깨진다. 구름무늬도 고려때는 다양하지만 조선 초기에 이르면 밤을 깎아놓은 듯 일정한 문양으로 고정된다.


변상도는 어떻게 그렸을까. 흑석사 불상의 복장에서 나온 미완성의 법화경 그림이 힌트가 된다. 변상도가 비어있는 사경과 함께 외곽에 그림연습을 한 낱장의 변상도가 함께 출토되었다. 연구자들은 사경자가 낱장변상도를 모본으로 사경지에 옮겨 그리려다 실패하고 그냥 급한대로 함께 봉안한 것으로 추정한다. 모본을 두고 모사하는 방식이 유행했다는 얘기다.

작은 사진은 사경을 보관하는 함과 갑.
작은 사진은 사경을 보관하는 함과 갑.
고려사경의 명성은 중국에 널리 알려져 충렬왕 16년(1290년)과 23년(1297년)에 원 세조의 요청으로 고려 사경승이 금자경 서사를 위해 원으로 간 기록이 남아있다. 중국의 사경은 선묘가 가늘어 맨눈으로 그림을 식별하기 힘들고 구도 역시 단순해 고려사경이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도 고려사경의 인기가 높아 명품의 상당수가 일본에 소장돼 있다. 이번에 전시된 사경 100여점 중 40여점을 일본에서 대여해 왔을 정도. 일본 것은 빈 여백이 많고 금니와 은니를 동시에 썼으며 장식이나 광배를 면처리한 게 특징. 치밀하고 섬세한 고려사경과 대조된다.

사경의 서체는 구양순 안진경체가 많다. 고려 후기 충렬왕 즈음에 이르면 살집이 많고 운필이 부드러운 ‘고려 사경체’가 풍미했다. 종이는 최상의 지질과 기술로 제작된 닥종이가 쓰였다. 축축한 종이 여러 장을 겹쳐 두드려 한장의 종이로 만드는 방식이 이용됐으며 제작때부터 갈색, 자색, 감색으로 염색한 것으로 추정한다. 통일신라 이전에는 황벽나무 즙으로 염색하고 고려시대 이후에는 상수리 또는 쪽 염색이 유행하였다. 색이 속까지 골고루 먹은 것으로 보아 제지단계에서 염색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보존처리과 천주현씨는 “잔존 사경의 상태가 좋은 것으로 보아 염색은 방충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쪽빛종이가 많이 쓰인 것은 금이나 은의 빛깔과 대조되어 경전글씨가 선명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가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고려 경전 중 최고의 유품은 고려 목종 9년(1006년) 사성기가 있는 대보적경 권32(일본 중요문화재, 고토국립박물관 소장). 큼직한 글씨가 힘차며 근엄하고 단정하며 변상도의 선은 무척 온화하다.

전시회는 1, 2부로 나뉘는데, 1부에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국보 123호 ‘익산 왕궁리 탑 출토 금제금강경판’을 중심으로 사경도의 요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사경을 보관하던 함, 갑, 보자기 등이 함께 전시된다. 2부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 사경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도록 시대·주제별로 전시한다. 중국과 일본의 것도 갖춰 대비시켰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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