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공연장면
전용극장 샤롯데 대관경쟁 치열할 듯
작년 10월말 잠실 샤롯데 극장에서 무기한(오픈 런) 공연을 시작한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뮤지컬 '라이온킹'이 1년 만에 막을 내리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그 손익계산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이온킹은 일본의 대형 극단이 디즈니 뮤지컬을 들여와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의 개관작으로 공연한다는 점에서 국내 공연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당시 한국뮤지컬협회를 비롯한 국내 뮤지컬 관계자들는 시키의 진출을 '제국주의적 문화침탈'에 빗대면서 "시키가 한국 뮤지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막을 올린 '라이온킹'은 폐막일인 10월28일 330회라는 국내 대형 뮤지컬 사상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 작품을 9년째 장기 공연해 온 시키가 한국에서는 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을 놓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당초 시키 측은 제작비 216억원이 든 이 작품이 1년 만에 수익을 내려면 유료관객 점유율 80%를 달성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료 객석점유율은 평균 70.4%에 그치고 있다.
시키 측은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했지만 2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라이온킹'이 티켓 최고가를 국내의 다른 대형 뮤지컬보다 저렴한 9만원으로 낮춘 것이 전반적인 뮤지컬 티켓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들어맞지 않았다.
현재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대극장용 작품의 티켓 최고가는 대부분 10만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라이온킹'으로 국내에 첫 발을 디딘 시키는 '라이온킹' 폐막 이후에도 한국에서 계속 공연을 선보인다는 계획 하에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시키는 창작 뮤지컬인 '꿈에서 깬 꿈'과 '유타와 이상한 친구들'을 후보로 올려놓고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며, 라이선스 뮤지컬 '위키드'도 차기작으로 고려 중이다.
시키 관계자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오리지널 판권을 지닌 기획사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공연이 성사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라이온 킹'의 종연과 함께 시키의 샤롯데 극장 대관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어떤 작품이 향후 샤롯데 극장을 차지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극장 측은 차기작으로 6개월 이상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 내년초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샤롯데 극장이 장기 공연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용극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극장용 뮤지컬을 준비 중인 공연 기획사들이 대부분 나서 대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한국어 버전으로 첫 선을 보일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가족 뮤지컬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등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작품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국내 공연 기획사들은 지금까지 장기 대관할 수 있는 극장이 없어 장기 공연을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샤롯데 극장을 대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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