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서커스 사진전
대림미술관 서커스 사진전…17명 작가 90여점 전시
슬픈 광대, 공중을 나는 곡예사, 채찍 든 조련사…. 서커스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다. 정처 없이 떠도는 집시, 언제든 걷을 수 있는 천막까지 합치면 서커스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서커스라는 단일 소재로 한, 국외 사진작가 17명의 작품 90여점을 볼 기회다. ‘위대한 서커스’. 대림미술관(02-720-0667)에서 10월31일까지.
프랑스 문화통신부의 국립조형예술부장인 아녜스 드 구비옹 생시르가 기획한 이 전시회에는 피터 그린버그, 사라 문, 알랭 프레셔, 타되츠 롤케 등 쟁쟁한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시선으로 서커스의 극적인 장면, 다양한 동물과 인간 군상, 건축물과 의상, 그리고 보헤미안의 삶 등을 잡아냈다. 어둠 속의 작은 조명 동심원에 갇힌 등장인물의 순간동작(마르셀 보비, 티나 메랑동, 낸시 윌슨-파직)에서 사라져가는 서커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어릿광대, 곡예사는 물론 코끼리까지 카메라 앞에 앉혀 찍어낸 초상사진(카롤 페케테)에서는 삶의 엄숙함을, 무대 뒤 집시 가족의 초점 잃은 눈망울(타되츠 롤케)에서는 삶의 고달픔을, 아파트 앞 공터에 막 지어지고 뜯기는 천막(류타 아마에)에서는 삶의 덧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여성 곡예사의 다양한 누드 동작(알랭 프레셔)에서는 극대화한 신체의 미를 포착했다.
개성적인 작가들의 사진 외에 1930년대부터 현대까지 서커스의 역사로 읽을 수도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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