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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내 안에 도사린 ‘뿔’

등록 2007-08-09 18:10

뿔-김지훈 조각전
뿔-김지훈 조각전
뿔-김지훈 조각전
신라 왕관은 사슴뿔을 닮았다. 뿔의 고결함에 금의 광휘가 겹쳐 최고위의 왕을 상징한다. 왕위에 오른 자는 관을 씀으로써 권위를 획득하고 권위는 곧 권력과 공격성을 수반하게 된다.

갤러리 더 차이(031-942-5429)에서 22일까지 여는 ‘뿔※김지훈 조각전’은 뿔에 대한 성찰이다. 인간의 뿔은 끊임없이 변주하여 형태를 달리할 뿐 관과 모의 형태로 반복돼 왔다. 작가가 제시하는 뿔은 사슴벌레, 사슴, 물소 등이다. 우연하게도 인간이 사냥의 전리품으로 박제해 벽에 걸어두는 것과 일치한다. 벽 위의 뿔은 현대 인간에게 잠재된 권력에 대한 동경과 공격성을 가장한 연약함을 대변하는지 모른다. 식물의 가시, 인간의 손톱으로 확대된 작가의 시선은 뿔스러움이 너남없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밖으로 향한 뿔의 뾰족함은 김지훈한테서 더욱 날카롭다. 사슴 또는 물소의 형상은 육면체로 대체돼 있다. 진화를 거듭해온 뿔에는 주체의 형상이 이미 반영돼 있어 눈·코·입을 없애도 무방하다. 정제된 뿔의 퍼레이드는 뿔이 위협을 지나쳐 장식으로 변하면서 스스로 옭아매는 족쇄가 되는 과정을 적실하게 보여준다. 조각전에서 문화인류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다.

김지훈의 뿔은 스테인리스다. 그것도 표면을 곱게 연마해 육면체는 차라리 금속거울이다. 작품은 의도적으로 인간의 키높이에 맞춰져 있다. 관객이 금속거울 앞에 서면 자기 모습이 비치면서 작품의 뿔과 자기한테 돋아난 뿔이 일치하는 경험을 한다. 그래, 내 안에 뿔이 있다는 말이지? 자아성찰이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가시는 ‘장미의 가시’처럼 통속적 의미를 넘는다. 키높이 스테인리스 가시는 뒤편에 거울을 거느려 그 앞에 선 관객은 불가피하게 가시관을 쓴 자신을 보게 된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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