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조선의 천재 초상화가 임희수를 아시나요

등록 2007-08-15 21:21

임륜수 초상화
임륜수 초상화
‘초상화 초본’전 화첩 전시
특징 포착해 속필로 그려
독창적 화법 개척 뒤 요절
초상화에 미친 18세기 조선청년 임희수를 아시나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조선시대 초상화 초본’전(7월31일~10월28일) 한 모서리에 23.0×31.8cm 크기의 화첩이 놓여있다. 통칭 <임희수필 초상화 초본집>. 비단표지에다 제목자리에 첫 두 글자는 지워져 ‘傳神帖(전신첩)’이란 묵적이 보인다. 38쪽에 걸쳐 17점의 유지 초본과 1점의 초벌 스케치, 강세황 초상화 등 19본의 초상화가 붙여져 있다. 책을 펼쳤을 때 오른쪽에 초상화 초본, 왼쪽에 그에 관한 메모가 쓰여진 형식이다.

이 책은 18세기에 남의 얼굴 모사에 미친 임희수(1733~1750)가 남긴 초상화 초본을 엮은 것이다. 초상화 주인공들은 임수륜, 임순, 임정 등 임씨 집안사람들과 이식(우위사우위) 윤휘정(참판), 윤광의(참판), 남태량(대사헌) 등 비교적 높은 직위의 관리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인물 8명 등이다.

그의 그림은 컬러 등 장식성을 배제한 채 골상, 기질 등 대상의 특징을 잡아내 선과 발묵만으로 그린 게 특징. 눈자위와 코, 입술 등 신체부위, 눈과 눈, 눈과 눈썹, 인중의 길이 등 특징적인 부분과 구성요소를 정확히 간파해 그려냈다. 특히 관자놀이와 볼 밑에 그림자를 넣음으로써 나이든 이의 골상을 적실하게 포착했다. 임수륜 초상화를 보면 매부리코, 앙다문 입, 엉성한 구레나룻과 수염, 원만한 가운데 꺼진 볼 등에서 온화하지만 고집스런 주인공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당대의 유명한 화가 강세황이 자화상을 몇차례 그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다가 임희수한테 도움을 청해 광대뼈와 뺨 사이에 두어 번 가필을 받자 실물과 똑같게 되어 탄복했다는 일화를 남겼을 정도.

임희수 자신은 눈썹과 눈이 곱고 예뻐서 여자 같았으며, 벽 뒤에 숨어서 방문객을 관찰해 기억한 다음 그림으로 옮긴 것으로 미뤄 낯을 많이 가렸던 것으로 보인다. 또 “나이가 어려서 선비를 많이 보지 못하다가 부친이 상을 당해 관리들이 조문을 오자 곁에서 몰래 그렸다. 또 길을 가다가 유명한 사람을 만나면 바로 그 얼굴을 그리곤 했다”고 전한다.(<근역서화징>-장지연이 엮은 화가들에 대한 짧은 전기)

하지만 요절한 그는 초상화가로 인정받지 못해 완성된 초상화를 남기지 않고 있다. 그의 초벌그림이 대상의 사회적인 권위가 아니라 인격적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사실은 요절한 탓. 전문화가처럼 주문에 의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국립박물관 이혜경 학예사는 짧은 시간에 속필로써 군더더기없이 특징을 잡아냈다는 점, 일정한 틀이 전해내려오는 초상화계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개척해 낸 것으로 보아 임희수는 천재화가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변영섭 교수(미술사학)는 “초상화가들이 오래동안 쳐다볼 수 없는 왕이나 왕비의 초상화를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해 했는데 임희수의 사례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