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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 팝의 사건·사고 60년] ‘라이브 황제’ 가능케 한 명콤비

등록 2007-08-16 20:22수정 2007-08-17 14:27

이승환의 콘서트 ‘Hwantastic’에서 이승환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환의 콘서트 ‘Hwantastic’에서 이승환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이승환과 작곡가 오태호
이승환, 윤상, 김현철, 윤종신, 유희열, 김장훈 … 등등의 이름을 열거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이들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시기 기억에 남는 히트곡들을 최소한 한둘씩은 가지고 있다. 노래나 작곡 등 음악적 실력뿐만 아니라 언변도 좋아서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로도 활동했고,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 나와도 아주 어색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이들은 ‘음악인’과 ‘방송인’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면서 ‘연예인’의 일반적 이미지로부터는 거리를 두는 데 성공한 존재들이다.

이들 가운데 이승환은 조금 다르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그의 모습과 목소리를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는 ‘라이브’에 자신의 활동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된다. 1989년 그가 2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텅 빈 마음〉으로 데뷔했을 때 그는 대량생산되던 발라드 가수 취급을 받았다. 그렇지만 같은 음반에 수록된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그리고 2년 뒤인 1991년 발표된 2집에 수록된 〈세상에 뿌려진 사랑처럼〉 등의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를 애써 물리칠 수 있었던 사람도 드물었다.

위 두 곡을 작곡한 사람은 이승환의 오랜 동료 오태호였다. “대학교 시절 오태호 등과 함께 아카시아라는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했다”는 경력은 이후 이승환의 바이오그래피마다 등장한다. 이승환이 아웃사이더나 에스에스(SS)라는 밴드에서 “블랙 새버스와 오지 오스본 등의 헤비 메탈을 연주했다”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당시 이렇게 ‘쎈’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보편적이었으므로 고개를 갸우뚱할 필요는 없다. 혹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오태호가 참여했던 밴드 공중전화의 음반(1988)을 듣고 상상의 날개를 펼쳐 봐도 좋을 것이다.

오히려 이승환과 오태호가 ‘가요계’에 입문하는 데 결정적 영향력을 끼친 건 시인과촌장, 어떤날, 김현식 등 1980년대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이었다. 어떤날의 조동익은 이승환의 1집과 2집에서 편곡을 맡았고, 시인과 촌장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라는 것은 〈이승환 II〉의 표지만 봐도 알 수 있고, 오태호는 선배들의 영향을 되갚아 주듯 김현식의 ‘불후의 명곡’인 ‘내 사랑 내 곁에’를 작곡해 주었다. 이들은 선배들에게 남아 있던 신산스러움과 우울함을 말쑥하게 제거하여 새로운 시대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었다.

오태호와 함께 만든 〈이오공감〉(1992), 3집 〈마이 스토리〉(1993)(‘마이 스토리’ 등 수록)에 이어 4집 〈휴먼〉(1995)(‘천일 동안’ 수록)을 발표하던 즈음 그는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되었다. 1990년 6월 청파소극장에서 6명의 관객을 앞에 놓고 했다는 이승환의 첫 무대는 이 무렵부터 수천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네 시간 넘는 화려하고 열정적인 무대로 바뀌었다. 라이브 공연에서 이승환의 밴드는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 이후 처음으로 가수가 ‘밴드를 먹여 살리는’ 경우가 되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는 ‘조용필과 서태지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과도기에 등장한 ‘음악성 있는 가수’들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라이브의 황제라는 이승환의 인기는 이런 평가의 공백 속에서 소리소문 없이 자라났던 것 같다.

신현준/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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