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검은 대륙 인본주의 매력에 빠져 20년 훌쩍”

등록 2007-08-20 18:51

정해광씨
정해광씨
아프리카 현대미술 전시회 연 정치철학자 정해광씨
스페인 벼룩시장서 조각품 보고 수집
수백점 모아…말라리아로 죽을 고비도
유럽 화상들 입도선매…미술관 세우고파

“중국 다음은 아프리카입니다.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부터 아프리카관이 만들어진 게 우연이 아녜요.”

자신의 컬렉션으로 ‘아프리카 현대미술-여자의 꿈’ 전시회(인사아트센터, 15~28일)를 여는 정해광(46·사진)씨는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교도소, 대학 등에서 문화철학을 강의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87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아프리카의 조각품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미술의 인본주의 매력에 푹 빠져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15차례 이상 아프리카를 누비면서 미술품을 수집해 왔는데, 해가 갈수록 유럽과 미국 화상들의 주목도가 높아지더군요.”

그의 아프리카 사랑은 별나다. 몇 해 전 카메룬 수집여행에서 돌아온 뒤 말라리아가 발병해 사흘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나 입원하는 한달 동안 아프리카가 아른거렸다. 퇴원 뒤 다시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그는 아프리카 미술 전문가가 됐다.

그는 전통 조각품은 이미 씨가 말라 현지에 가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럽의 수집가들이 주목하면서 가격이 수백 배로 뛰어 살 엄두를 못낸다. 값이 오르기 전에 시작한 그의 컬렉션은 소더비에서 1억~2억원을 부르는 카메룬 바문 족의 잔을 비롯해 수준높은 작품 500여점에 이른다. 3년 전부터는 회화로 종목을 바꿔 모두 120점 정도를 모았다.

“웬만한 작가들은 유럽 화상들이 후원을 하더라구요. 값이 쌀 때 입도선매하는 꼴이죠.” 그는 아프리카 회화 수준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회화는 1990년대 들어서 비로소 활짝 피어났는데 수천년 동안 조각예술로 다져온 솜씨내림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평가다.


“흔히 아프리카 미술이 주술적이라며 깔보는데, 그 안에는 문자없이 수천년 동안 축적된 인문적·철학적 메시지가 정교하게 구현돼 있어요.” 예를 들어 카메룬 바문 족의 잔에는 인류의 진화사가, 도곤 족의 문 조각에는 조상신, 음양, 기우 등의 의미가 녹아있다. 또 흰색은 대과거-시조신, 노랑색은 가까운 과거-조상신 또는 추억, 검은색은 숙명적 현재 또는 까마득한 우주적 시간을 뜻한다. 빨강은 현재의 색으로 어려운 현실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를 말한다. 기다란 목은 신에게 가까이 가려는 의지, 또는 신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뜻이며 물동이, 링, 톱니무늬 따위는 풍요를 가져오는 비를 기원하는 염원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화가 보템베한테 당신작품은 피카소 같다고 하니까 ‘그는 그고 나는 나다’며 불쾌해 하더군요. 피카소는 아프리카 미술에서 껍데기만 보았을 뿐 색채와 형태에 담긴 의미를 몰랐다면서 말이죠. 피카소가 살아있다면 지금의 자신을 모방했을 거라고 하더군요.”

한해 두세 달 정도 현지를 누벼 작품을 사온다는 정씨는 지난 2월에도 작품 40여점을 들고 들어왔다. 현지 국립미술관과 미술대학을 통해 작가를 소개받아 아틀리에를 찾아 직접 구매했다. 그는 때가 무르익으면 아프리카 미술관을 열 생각이다. 값이 쌀 때 산 게 찜찜해 컬렉션의 반은 아프리카에 반환할 생각도 있다. 하지만 우선은 화가 몇몇으로 아프리카 화첩여행을 꾸릴 예정이다. 그곳 화단의 생명력을 공유하기 위해서.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