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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전라 변사또·경상 변사또 누굴 만날까

등록 2007-08-23 21:35

연극 ‘변’ 공동주연 문성근·강신일
연극 ‘변’ 공동주연 문성근·강신일
연극 ‘변’ 공동주연 문성근·강신일
춘향·몽룡 없는 현대판 ‘춘향전’
연애시인 변학도 주인공으로
‘변’같은 세상 통쾌하게 까발려

극단 차이무의 간판 배우들인 문성근 강신일이 신작 연극 <변>에서 손발을 맞춘다. <변>은 고전 <춘향전>의 서사구조를 현대어법으로 재해석하면서 성춘향과 이몽룡을 등장시키지 않고 연애시인 변학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황당한 블랙코미디 연극. 1995년 연우무대 출신 배우들로 극단을 꾸린 뒤 <비언소> <늙은 도둑 이야기> <거기> <행복한 가족> <양덕원 이야기> 등 정통연극에서 일탈해 연극적인 유희와 실험으로 그로테스크하면서 신선한 무대를 꾸며온 극단 차이무(차원이동무대선)의 12번째 신작이다.

문성근
문성근
“상우(연출가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형이 2년에 한번씩 비엔날레로 놀자고 해서 하는 거여요. 때 끼고 녹슨 것을 벗겨낼 수 있는 작업인 동시에 타성에 대한 반성이기도 해요. 요즘 20대 아이들이 우리 할 때보다 정말 잘해요. 잘 하는데 놀라고 또 무지 무지하게 열심히 하는데 놀라요.”(문성근)

8월31일부터 9월14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시인인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대본을 쓰고 연출가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가 춘향과 몽룡 이야기를 잘라냈다. 문성근 강신일 최용민 박광정 정석용 등 차이무 출신으로 우리 연극계와 영화계에서 내로라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특히 이 연극은 전라도 사투리 버전의 변라도팀(문성근, 최용민, 박광정, 민복기, 신덕호, 신영옥, 박지아, 김지영, 오유진, 김수정)과 경상도 사투리 버전의 변상도팀(강신일, 정석용, 김승욱, 이성민, 서동갑, 이희준, 전혜진, 김지현, 공상아, 윤영민)으로 나눠져 공연되는 것도 이채롭다. 음악도 우리 판소리와 재즈를 사용해 하이브리드 스타일로 엮었다.

연극계 7년차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1986년 연우무대의 연극 <칠수와 만수> 초연 때 처음 함께 무대에 선 뒤 1995년부터 극단 차이무 창단멤버로 함께 하면서 <4월9일> <늙은 도둑 이야기> <마르고 닳도록>에 이어 5번째 무대에서 만난다. 최근에 영화 <한반도>와 <작은 연못>에도 함께 출연했다.


강신일
강신일
“차이무 식구들과 같이 하니 그냥 재미있어요. 오래 전부터 만나서 연극을 했던 사람들이 서로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만나서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고. 또 너무나 서로를 잘 아니까 굉장히 재미있어요.”(강신일)

“성근 형하고는 <칠수와 만수> 때 처음 만났어요. 군대에 갔다와서 연우무대에 찾아갔는데 성근 형이 <칠수 만수>를 연습하고 있었어요. 저는 김석만씨의 <꿈꾸러기>라는 아동극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한달쯤 지나 <칠수와 만수>쪽에 불러서 갔더니 ‘그냥 보니 만수 같더라’라는 거여요. 상우 형이 ‘만수가 걸어온다’ 그래요. 나중에 그 얘기를 듣고 ‘아니 내가 그렇게 촌스러운가’ 생각했어요.”

강신일씨는 “성근 형은 딱 봐도 회색 도시의 창백한 지식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내가 워낙 촌스럽게 생기다 보니까 연우에 오자마자 촌놈인 만수 역할을 했고 그때부터 주로 피해자나 촌놈 같은 형과는 상반된 역할들만 했다”라고 짐짓 엄살을 떨었다. 그는 “지난해 상우 형으로부터 이번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왜 나는 된장 냄새 나는 것만 시키냐, 나에게도 나름대로 지식인의 모습이 있다. 나도 지식인 역할 좀 시켜달라’고 슬쩍 찔러보았다”고 캐스팅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문성근씨도 “신일이가 주로 없어 보이는 역할을 했다. <4월9일>에는 내가 박정희를 하고 얘는 인혁당 피해자를 맡았다. 내가 얘를 심하게 고문했다”라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그는 “참 좋은 이야기다. 배우가 감독이나 연출에게 ‘내가 어떤 역을 하고 싶다’거나 아예 ‘대본을 이런 걸 한번 같이 써봅시다’ 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적극적인 자세를 연출은 백 퍼센트 좋아한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잘 못하겠냐”며 나이든 후배를 다독거렸다.

두 사람은 “차이무 시작부터 그랬지만 상우 형과 작품 하면서 ‘연기라는 것에 대해서 느낌을 갖게 되었다’거나 ‘깨우쳤다’거나 아니면 뭉뚱그려서 재미없는 표현을 쓰자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상우 형하고 연극적으로 인간적으로 굉장히 깊은 관계를 오랫동안 갖고 있기 때문에 이상우라는 인간 중심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연극의 주인공 ‘변학도’로 캐스팅된 까닭에 대해 “이상우 연출은 자기와 오랫동안 여러번 작품을 한 사람을 중심으로 캐스팅한다. 자신과 오래 해서 익숙한 사람들,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기가 뭘 요구하는지 아는 사람들. 다시 말해 우선 연기 패턴이 자기의 연기상과 맞아야 되고, 두번째는 오래 해서 그다지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애둘러 설명했다. 또 “대본은 참고자료로 대본의 흐름은 가져가되 각자 애드립을 반 이상을 섞어서 연기한다”며 “아마 경상도, 전라도 두 팀도 다르겠지만 매회 공연 내용이 조금씩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문성근씨는 “상우 형은 자기 사람 중에서 상당히 애드립이 강한 배우를 좋아하는데 나는 애드립이 아주 약한 사람이고 애드립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 또 그동안 영화쪽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극쪽을 오랫동안 못해서 진화과정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에 따라 잡기가 어렵다”고 웃었다. 그러자 강신일씨도 “나도 애드립이 있는 연극을 별로 못해보아서 약하다. 정석용이나 김승욱이나 또 민복기, 이런 친구들은 아주 순발력이 대단하다. 보다가 우리가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고 후배들을 칭찬했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상우 연출이 “문성근씨가 화성이라면 강신일씨는 토성이라고 할 정도로 성격이 정반대”라고 했다는 말을 전하자 문성근씨는 “나는 소양이고 신일이는 태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우리끼리 이야기로 칠수하고 만수다”고 풀이했다. 그는 “<한씨 연대기>를 했을 때 한의사가 보더니 ‘정말 기가 막히게 음과 양을 잘 대비시켜 캐스팅을 짜놓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강신일씨도 “상우 형은 바닥부터 어려서부터 밥 먹는 것부터 술 먹는 것부터 우는 것까지 다 봤기 때문에, 인간사를 옆에서 다 봤으니까 그런 것을 생각해서 캐스팅을 구성하지 않았나 짐작한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고. 고참들은 일단 개런티가 없는 거로 생각한다. 20년 전에도 상우 형이나 선배들이 늘 연습팀한테 밥 사고 술 사고 그랬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선배가 되면 빚진 걸 선배한테 갚지 말고 후배에게 나눠줘라. 아마 우리가 하는 것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개런티 받고 안 받고가 중요하지 않다”(강신일), “연기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그러면서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 한동안 뚝 잘라서 딴 일을 좀 했더니 힘들었다. 지속성이라고 할까 그런 게 많이 상했는데 이번 공연도 그것을 다시 키워내는 과정이라고 본다.”(문성근)고 말했다.

연극<변>은 <춘향전> 가운데 ‘열녀춘향수절가’와 ‘남원고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차용하고 변형시켜 재구성한 작품이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중심이 되던 작품을 과감하게 뒤엎고 변학도와 친구, 다섯 아전들과 다섯 기생들을 선두에 세웠다. 대제학의 자제로 술이라면 두주 불사요 장안에서는 한 문장 날리는 연애시인 변학도가 관아 일은 딴전에 둔 채 춘향이에게 수청을 강요하며 공허한 시만 읊다 백성들의 원망을 사서 쫓겨나는 줄거리다. 시대는 조선왕조 중기이지만, 권력의 상징 ‘변’과 그들 둘러싼 인물들의 설정으로 현재 한국적인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배우들의 희극적인 연기와 언어유희, 날카로운 풍자로 권력과 학벌, 지역감정, 비자금 등 온갖 변 같은 것들이 판치는 우리 시대의 허구를 통쾌하게 까발린다.

이상우 연출가는 “연출가로서 그 동안의 작업들, <칠수와 만수>, <늙은 도둑 이야기>, <평화씨>, <비언소>, <돼지사냥>, <마르고 닳도록>들이 희극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시험한 과정이라면 <변>으로 시작하는 앞으로의 작업들은 그 동안의 발견을 바탕으로 희극 양식을 하나 찾아가는 과정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02)3673-558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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