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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발레뮤지컬 ‘심청’

등록 2007-08-23 21:44

발레뮤지컬 ‘심청’
발레뮤지컬 ‘심청’
퓨전은 어울려야 맛인데…
우리는 지금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이는 혼종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이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클래식과 대중성이 악수하고 말과 몸이 껴안고 몸과 영상이 입 맞추고 문학은 인터넷과 접속하고, 그 탐욕스럽고 도발적인 만남의 행진은 끝이 없을 듯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뮤지컬 심청〉도 이 계보에 속할 작품이다. 아름답지만 일반인에게 다소 위화감을 주는 정통 발레 대신, 가사가 있는 뮤지컬의 노래 형식을 음악으로 차용하고 구체적인 마임을 몸짓에 포함시키면서 스토리 전달력을 높여 일반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넓게 보자면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처럼 발레에 연극성을 부여하며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시도이리라.

연출을 맡은 양정웅은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꽤 다채로운 시도를 벌인다. 시력 장애아 소녀에게 아버지가 동화책을 선물하는 프롤로그를 삽입하여 내러티브를 확장하기도 하고, 인당수로 하강하는 심청의 모습을 줄에 매달아 공중으로 띄우는 역발상이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 물고기들의 의상 퍼레이드로 용궁 장면을 연출하여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기도 하며, 판소리의 걸쭉한 입담이나 연극배우를 투입한 막간 쇼 등 우아하고 엄숙한 발레에 이질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무늬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문제는 조화와 완성도다. 기발한 발상이나 아름다운 장면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연의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개성만 강해서 앙상블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서사적 전달력은 노래 가사에만 의존하고 있다. 또한 유희성에 치중하는 공연 전반부를 비롯해 순간적인 생기는 있지만 절제된 몸짓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거친 막간 쇼의 입담, 개별적으로는 좋지만 전체적으로 보니 색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의상과 무대장치의 과잉, 또 무대장치의 질감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조악한 조명은 이 공연의 완성도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아직 많은 것이 정돈되지 못한 리허설 단계의 무대를 지켜보는 심정이라고 해야 하나.

관객의 감수성이 자주 바뀌다 보니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는 새로운 도전에 무척 관대하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과 충돌도 중요하지만 그 도전이 원하는 지점까지 갈 수 있도록 한 땀씩 정성을 들이는 장인 정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보니 유니버설발레단은 〈발레뮤지컬 심청〉을 고정 레퍼토리로 만들 욕심을 갖고 있는 듯한데, 그를 위해선 조율과 정련 작업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김명화/연극평론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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