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기란 과연 존재하는가? 금세기 벽두, 9.11 테러를 보며 20세기가 남긴 거대한 모순들을 생각한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단지 우리는 잊고 싶어 할 뿐이다. 오늘도 시대는 화가에게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근원적 모순을 현재화할 것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도중 최루탄을 맞아 숨진 이한열씨의 장례식에서 추모행렬을 이끌던 걸개그림 '그대 뜬 눈으로'를 그렸던 화가 최민화(53).
그는 1980-1990년대 광주민주항쟁을 시작으로 아스팔트 위에 누운 6월 항쟁의 시위대, 미친 듯이 날뛰는 '지랄탄', 고문당하는 청년, 고단하고 남루한 삶을 사는 부랑아의 모습을 핏빛을 연상시키는 분홍색 필치로 그려낸 그림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던 작가다.
지난해 10월 로댕갤러리의 단체전 '사춘기징후'전에 '찬조출연'했던 그가 올해 6월 문화일보갤러리에서 6.10항쟁 20주년 기념전을 연데 이어 이번에는 아르코미술관에서 '20세기 연작'을 새로 선보인다.
그는 '20세기 연작'을 위해 세계사의 격동기를 담은 보도사진의 강렬한 이미지를 빌렸다.
네이팜탄에 화상을 입고 울부짖으며 달려가는 벌거벗은 베트남 소녀, 마오쩌둥 군대가 상하이로 진격하자 급하게 저금을 찾는 사람들, 드골의 파리 입성 때 꽃다발을 들고 환영하는 소녀들, 나치에 의해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 스페인 내전의 피란행렬 등이 그가 고른 사진들이다.
대부분 흑백인 사진들을 분홍색으로 다시 출력하고 그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20세기 연작은 '1972년 6월', '1948년 12월', '1944년 6월' 하는 식으로 붙은 사진의 날짜가 곧 그림의 제목이다.
아르코미술관이 마련한 중진작가 초대전을 통해 31일부터 한달간 소개되는 최민화의 작품들은 작가가 총 4부를 구상하고 있는 20세기 연작의 제1부격인 '전쟁과 아이'편이다.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죠. 또 뭐니뭐니해도 20세기를 장악했던 전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고,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구분이 사라지고 히피문화와 포르노까지 창궐하던 이야기를 할 겁니다. 존 레넌, 신중현, 이소룡 등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내가 선호하고 지지하는 인물들의 초상도 소형 작업으로 보여줄 겁니다" 이번 작품들은 그가 자신을 규정한대로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구상화가"로서 그의 정체성과는 좀 거리가 있어보인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발휘하는 즉각적이고 강렬한 내러티브를 빌려 그의 시각으로 붓칠을 더한 형태다. 그는 "6월 항쟁 때는 시민의 입장에서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붓을 들고 때로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며 "이번 연작들은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변신해가고 있는 민중미술 진영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9.11 테러에 이어 요즘들어서 부쩍 부상하는 이슬람권에 대한 관심, 환경문제까지 너무 시사적인 것을 쫓아가지만 우리 주위에 아직도 짚어줘야할 과거가 널려있다는 외침"이라는 것이다. ☎02-760-4598. (서울=연합뉴스)
아르코미술관이 마련한 중진작가 초대전을 통해 31일부터 한달간 소개되는 최민화의 작품들은 작가가 총 4부를 구상하고 있는 20세기 연작의 제1부격인 '전쟁과 아이'편이다.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죠. 또 뭐니뭐니해도 20세기를 장악했던 전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고,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구분이 사라지고 히피문화와 포르노까지 창궐하던 이야기를 할 겁니다. 존 레넌, 신중현, 이소룡 등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내가 선호하고 지지하는 인물들의 초상도 소형 작업으로 보여줄 겁니다" 이번 작품들은 그가 자신을 규정한대로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구상화가"로서 그의 정체성과는 좀 거리가 있어보인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발휘하는 즉각적이고 강렬한 내러티브를 빌려 그의 시각으로 붓칠을 더한 형태다. 그는 "6월 항쟁 때는 시민의 입장에서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붓을 들고 때로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며 "이번 연작들은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변신해가고 있는 민중미술 진영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9.11 테러에 이어 요즘들어서 부쩍 부상하는 이슬람권에 대한 관심, 환경문제까지 너무 시사적인 것을 쫓아가지만 우리 주위에 아직도 짚어줘야할 과거가 널려있다는 외침"이라는 것이다. ☎02-760-4598.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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