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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당극판 ‘왕의 남자’는 오직 사랑얘기

등록 2007-08-30 20:40

뮤지컬 <공길전>의 총지휘를 맡은 이윤택 서울예술단 대표감독이 배우들에게 좀더 역동적인 연기와 춤을 요구하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뮤지컬 <공길전>의 총지휘를 맡은 이윤택 서울예술단 대표감독이 배우들에게 좀더 역동적인 연기와 춤을 요구하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윤택 감독이 만드는 뮤지컬 ‘공길전’
두 광대와 왕의 삼각관계 초점
즉흥적 익살 살리고 음악 새롭게
9월 15일부터 무대에 올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가 이윤택표 뮤지컬 버전 〈공길전〉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는 지난해 앞서 서울예술단이 뮤지컬로 선보였지만 대중들의 눈에 크게 들지 못했다. 이번에는 예술감독이 ‘문화 게릴라’ 이윤택(55)씨로 바뀌었기에 과연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감독이 대본을 손질하고 총지휘를 맡았으며,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를 함께 작업했던 연출가 남미정씨와 작곡가 강상구씨가 함께 뭉쳐 주제와 형식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개막을 보름 앞둔 요즘 〈이〉 팀은 막판 연습에 한참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뮤지컬 〈공길전(戰)〉은 역사극이 아니고 러브스토리물입니다. 좀더 여성적인 공길과 좀더 남성적인 장생이가 서로 동료인 동시에 사랑하는 사이였단 말이죠. 여기에 연산이라는 권력이 개입되어 삼각관계를 이룹니다. 이런 구도는 대단히 보편적이고 매력 있는 구조예요. 폭군과 광대의 구조. 그리고 사랑의 갈등이라는 구조는 외국 작품에 굉장히 많습니다.”

그는 뮤지컬 〈공길전〉의 매력이 “왕과 광대라는 대단히 이색적인 관계를 다루지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고전적인 보편성을 지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마의 악명 높은 황제 칼리굴라를 다룬 연극 〈칼리굴라〉나 〈리어왕〉도 권력과 광대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공길전〉은 유미주의적이고 악마주의적이면서 팜므파탈의 성향도 담는다”며 “그런 보편성을 지니기 때문에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이면서 세계와 통하는 소통 코드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길전〉은 마당극 형식이 바탕이 되는 점에서 한국적 뮤지컬을 지향한다. 음악가 따로 춤꾼 따로 노는 서양식 뮤지컬과 달리 마당극 틀로 가면서 노래하는 사람, 말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춤추는 사람 모두 뒤섞여서 같이 어울리는 형태라는 것이다. 특히 마당극 형식의 묘미이자 한국 전통의 희곡 양식인 ‘소학지희’(笑謔之戱: 즉흥적인 익살과 재치로 연출하는 조선시대 풍자극)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공길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지난해 선보였던 뮤지컬 〈이〉는 원작자 김태웅씨가 연출했는데 흥행은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면 이 감독은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려는 것일까.

이윤택 서울예술단 대표감독
이윤택 서울예술단 대표감독
그는 “김태웅 원작 〈이〉는 전통극 연희구조의 극으로 독립된 형식을 지니고 있는데 뮤지컬로 옮겨오면서 전통 연희구조에 스펙터클의 통일성을 가진 공연으로 제작하려다 보니 그 충돌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뮤지컬 〈이〉가 연산과 광대의 관계, 권력과 광대의 관계에 집중한 반면 나는 광대의 사랑, 광대의 꿈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연산과 녹수의 이야기보다는 그 시절 두 광대가 있었는데 한 광대는 연산의 사랑을 받았고 한 광대는 연산에 저항했다는 이야기에 더 매력이 끌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는 이번 뮤지컬을 오히려 원작에 충실히하는 한편, 마당놀이로 바꾸면서 ‘광대란 무엇이고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하는 데 맞췄다고 밝혔다. “광대의 현실인식은 ‘광대는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광대는 세상의 어떤 진실, 세상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표현해야 된다는 역사현실에 대한 인식이죠. 바로 장생이 가지고 있는 부문입니다. 그러니까 장생이 연산에 저항하다가 죽잖아요.”

그는 “광대의 사회성, 역사성과 광대의 로맨스가 주제가 되고 연산과 녹수는 배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은 권력을 택하고 한 사람은 저항을 택했는데 그것이 사랑의 관계로 묶이는 것이 바로 뮤지컬 〈공길전〉”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음악 역시 강상구씨가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윤택씨는 “옛날 음악이 주로 드라마적이거나 공연적이지 않고 방송이나 영화적인 음악이었다”며 “잘 흘러가는 힘은 좋은데 팍팍 집어주는 힘은 약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모두 라이브 연주로 할 예정이며, 노래는 트로트 가락을 나훈아 창법으로 불러 흥을 맞춘다. 안무는 벨기에현대무용단에서 활동했던 김남진씨가 맡아 현대적이면서 극적인 느낌이 강한 춤을 선보인다.

이윤택씨는 최근 문화예술계의 학력 위조가 화제가 되고 있는 와중에 2년제 한국방송통신대 졸업 학력으로 동국대 연극학과 부교수로 임용돼 화제가 됐다. 9월1일부터 강단에서 3~4학년에게 제작실습을 가르치는데, “이제 교육자로서 학교와 현장 연극계의 관계를 열어주는 일과 대학극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 〈공길전〉은 9월15~30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 뒤 10월10~18일 서울 경희궁에서도 공연한다. 12월15~16일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 톈차오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02)523-098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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